공동주택관리법은 '주택관리사 특혜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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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주인은 그곳에 살고 있는 입주민입니다. 남의 집에서 사는 거 눈치 보여 어렵게 돈을 모아 겨우 집 하나 장만했더니 이제 집주인 권한을 다 빼앗아 엄한 사람들한테 몰아주는 꼴이네요. 그래놓고 입주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니…. 울화통이 터지기 일보직전입니다.”(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관계자)

“특혜를 주기 위해 입법을 했다고 몰아붙이는데 답답할 따름입니다. 기존 주택법에 담겨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특혜라니요. 이에 대해서는 국토부에서도 해명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또한 법안이 발의됐다고 그 법이 그대로 통과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법안에 문제가 있다면 법 개정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면 됩니다.”(김성태 의원실 관계자)

지난 7월 국회에서 발의된 ‘공동주택법안’을 둘러싼 특혜입법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초 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구을·국토교통위 간사)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이하 전아연) 등 시민단체들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강남 아파트단지 잠실 재건축 아파트 일대 /사진=머니투데이DB
강남 아파트단지 잠실 재건축 아파트 일대 /사진=머니투데이DB

◆‘공동주택관리법’이 대체 뭐길래?

지난 7월31일 김성태 의원은 ‘공동주택관리법안’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파트 내 생활분쟁을 줄이기 위해 관리체계를 선진화하고 현행 주택법 중 공동주택관리와 관련된 내용을 분리하면서 일부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제정안은 국토부에 중앙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조정위가 층간소음이나 동대표 선거 관련 분쟁, 공사·용역 집행 관련 분쟁 등 각종 생활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현재 층간소음의 경우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기능을 맡고 있으나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가 생기면 두곳 모두 이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정안은 공동주택관리 민원 상담과 공사·용역에 대한 자문, 관리상태 진단 등의 업무를 지원할 공동주택관리 지원기구도 신설하도록 했다. 이 기구는 아파트 동대표 후보자 결격사유 확인을 위한 범죄경력 조회는 물론 공동주택의 무단 증·개축 시 시공·감리자 처벌 등도 가능하다.

아울러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가 부당하게 간섭을 하면 지자체를 통한 사실조사 및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제정안은 이르면 오는 2016년 1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입주자 손발 자르고 분쟁해결?

이에 전아연 등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공동주택관리법을 둘러싼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이하 주관협)가 있다. 이번 법안이 주택관리사 단체인 주관협에 특혜를 줄 소지가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원일 전아연 사무총장은 “공동주택관리법안에는 특정단체(주관협)에 특혜를 주는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특히 ‘하자분쟁조정위원회’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위원 자격을 ‘주택관리사로서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으로 규정하면서 주관협이 위원회를 독식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고 주장했다.

주관협에 대한 특혜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주관협을 지칭한 공동주택관리의 전문화를 위해 설립된 법인에게 입주자대표회의위원회 구성원 교육과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의 운영 등의 권한을 위임·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지적도 거세다.

이미 지난 2003년 공동주택 관련 단체 중 유일하게 주관협을 법정단체화시켜 공제사업을 허용하면서 형평성을 훼손한 가운데 주관협에 대한 특혜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입주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전아연의 설명이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 서울시공동주택입주자모임준비위원회(이하 입주자위원회)도 특정단체인 주관협의 입지 강화를 비롯해 ‘관피아’(관료+마피아) 양성 소지가 많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에 대해 실망감을 표했다.

분쟁조정위원회 신설로 연간 17억원 정도의 불필요한 정부예산이 투입돼야 하고 공동주택관리 지원기구가 요구하는 책임연구원 및 연구원 직원 등의 필수 인력 채용과정에서 주관협 회원 및 국토부 출신 공무원들이 대거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입주자위원회 측은 “법안 발의과정에서 실질적인 이해당사자인 입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만큼 이번 법안은 사적자치 침해의 우려가 있다”며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입법 감행할듯

일련의 상황에 대해 김성태 의원 측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부가 내놓은 법안을 이른바 '청부입법' 형태로 추진한 것일 뿐 의원실에서 내놓은 법안은 아니라는 것.

청부입법은 정부가 법률안을 만들어 국회의원에게 청탁해 의원 이름으로 제출하는 관행으로 '차명입법' 또는 '우회입법'이라 지칭된다. 정부입법보다 의원입법 절차가 훨씬 간편하다.

이와 관련해 김성태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올 초부터 주택법 분할을 추진해 온 가운데 새롭게 법을 제정하는 만큼 국토위 여당간사(김성태 의원)가 힘있게 추진해 달라는 의미에서 국토부가 부탁을 했다”며 “우리는 그 부분을 받아주기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택법 자체가 너무 비대해 짐에 따라 공동주택관리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주택법을 분할하는 것에는 공감한다”며 법안 자체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공동주택관리법안이 특정단체의 이익과는 관련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법안은 공동주택관리의 전문성 확보 및 입주민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특정단체로 지목된 주관협이나 퇴직관료에게 특혜를 주는 내용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동주택관리 지원기구는 민원·분쟁이 가장 많은 공동주택관리 분야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신설되는 조직이라며 공공성이 있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주택관리사 단체인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지원기구가 될 수 없다는 게 국토부의 해명이다.

한편 지난 1일로 예정됐던 법안제정을 위한 공청회는 무산됐다. 하지만 국회가 다시 열리면 법안 제정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전망인 만큼 적잖은 파장이 예고된다.

김원일 사무총장은 “김 의원과 국토부가 끝까지 입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특정단체만을 위한 법안 제정을 추진한다면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 70%를 차지하는 공동주택 입주민들은 대규모 항의집회 등 실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병화
김병화 mttime@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위크 김병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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