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삼성-LG '세탁기 파손' 공방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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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3일 오전 10시30경. 독일 베를린 시내 쇼핑 중심가인 슈티글리츠(Steglitz)의 한 가전양판점에 검은 양복을 입은 무리가 들어왔다. 이들은 가전제품을 둘러보다 유독 한 드럼세탁기 제품에 둘러 모여 이것저것 만져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 중 연장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세탁기 뚜껑을 위에서 아래로 누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힘껏 눌렀는지 이 남성의 무릎이 꺾일 정도다. 몇분 후 그들은 웬일인지 동일 제품으로 또다시 몰려갔고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당시 오전시간 매장엔 보는 눈이 많지 않았던 터라 그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매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 같은 날 낮 12시30분경. 또 다른 베를린 시내의 번화가 유로파센터(Europe Center)의 가전양판점. 앞서 두시간 전 슈티글리츠를 찾았던 무리와 비슷한 차림새를 한 남성 세명이 가전제품을 둘러본다. 이들은 몇몇 제품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더니 한 드럼세탁기에 유독 관심을 보인다. 이들 일행 중 앞서 이야기를 주도하던 한 남성이 갑자기 뚜껑을 힘껏 누르기 시작한다. 또 다른 동일 제품 앞에 서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자 이번엔 매장을 지키던 직원의 눈에 띄고 말았다. 매장 직원은 이들에게 다가갔고 해당 제품의 뚜껑이 잘 닫히지 않고 들어맞아야 할 홈 근처가 손상된 것을 발견했다. 직원은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고, 주변이 시끄러워지자 이 검은 양복의 무리는 황급히 해당제품을 구매하고는 매장을 빠져나갔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유럽가전박람회(IFA) 기간 동안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LG전자의 임원진이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최신 드럼세탁기(WW9000)를 파손해 현지 경찰에까지 알려진 것. 더욱이 이 같은 일을 벌인 인물 중 한 사람이 조성진 LG전자 사장(HA사업본부장)으로 드러나면서 사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에 대해 LG전자가 “통상적 수준의 테스트”라며 “해당 모델의 품질이 취약했다”는 입장을 밝히자,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급기야 삼성전자는 조성진 LG전자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에게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가전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두 업체 간 웃지 못할 '황당 사건'의 전말은 무엇일까.

 
/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고의로 파손” vs “통상의 테스트”

이번 사건의 쟁점은 고의성 여부다. 삼성전자 측이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LG전자 임원들을 검찰에 고소한 만큼 해당 행위에 대한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증거로 폐쇄회로TV(CCTV)를 제시했다. 삼성전자 측은 “조성진 LG전자 사장을 식별할 수 있는 화질의 CCTV를 확보했고 영상에서 조 사장이 무릎을 구부려가며 제품을 힘껏 눌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통상 수준의 테스트”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측은 “해당 매장은 일반 소비자 누구나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살펴볼 수 있는 양판점”이라며 “특정 제품을 파손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조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직접 그러한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같은 LG전자의 반론에 먼저 드는 의문은 한두대가 아닌 총 5대의 동일 제품에서 동일 부품이 파손됐다는 점이다. 또한 해당 제품은 이미 국내에서 출시된 지 3개월이나 지난 모델이란 점도 '테스트였다'는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굳이 유럽 최대 가전양판점에서 그것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IFA 기간에 테스트를 진행할 만한 이유가 있었을까.

가전업계는 통상 경쟁사가 제품을 출시하면 해당 모델을 비공식적으로 구입해 테스트를 하거나 분해해 기술력을 알아본다.

/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실제 힌지 파손 가능성 따져보니…

그렇다면 이번엔 반대로 LG전자의 주장처럼 삼성전자의 제품이 품질 면에서 하자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논란이 된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제품(WW9000)의 파손 부위는 뚜껑을 본체와 연결하는 힌지(Hinge, 경첩)의 이음새 부분이다. 시중에 출시된 기존 드럼세탁기의 뚜껑이 두개의 힌지를 사용해 통상 130도 가량 각도로 열렸다면, 이 제품은 오픈 메탈 더블 힌지 공법을 채용해 두개의 힌지를 연결했고 도어를 여는 각도(170도)를 넓혔다.

두개의 힌지를 하나로 연결했으니 압력을 받았을 때 지지하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기자가 매장을 방문해 해당 제품을 위에서 아래로 눌렀을 때 도어의 유격은 다른 제품보다 더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부품이 파손될 정도는 아니었다. 여타 제품도 마찬가지로 유격이 발생했고, 성인 남성이 체중을 실어 순간적 압력을 가한다면 충분히 손상될 수 있어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힌지의 강도와 이음새 체결력의 성능에 대해 15kg의 무게로 1000회 이상의 실험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현재까지 처한 상황은 삼성전자에 비해 LG전자가 더 초조하다. 특히 이번 사건에 사령탑인 조성진 사장이 연루됐다는 점도 LG전자에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조 사장은 LG전자의 생활가전사업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일명 ‘세탁기 박사’로 불리는 스타경영인이다.

검찰의 판단이 삼성전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경우 LG전자와 조 사장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더티플레이를 했다"는 오명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검찰의 수사시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주
박효주 hj030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위크 박효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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