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1987년 일본'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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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에 서 있는 투자자들의 발길에 물음표가 찍혔다. 은행에 맡기자니 제로금리에 가깝고, 시중에는 투자상품이 즐비하지만 안정성 측면에서 여전히 주춤하게 된다. 이럴 땐 우리보다 한발 먼저 초저금리 시대를 경험한 이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이 그 예다. 일본은 1987년 이후 기준금리가 약 2년간 2.5%에 고정된 뒤 1990년 중반부터는 1%대 초저금리 시대가 고착화됐다. '초저금리 선배'에게 한수 배우면 청출어람으로 저수익의 늪을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27년 전 일본, 오늘의 한국

“현재 일본금리는 중앙은행의 재할인율이 연 2.5%, 1년 정기예금이 3.39%로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낮음은 물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설립된 이후 최저수준인 초저금리 시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예상대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역사상 가장 낮았던 리먼 금융위기 직후 2009년의 2.0%를 약간 넘는 연 2.25%로 하향조정 됐다.”

날짜만 바뀌었다. 위는 1987년의 일본, 아래는 2014년 우리나라의 신문기사다. 사실상 27년의 시차를 두고 한국이 금리정책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이를 두고 김명실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80년대 후반 일본의 모습은 내수경기 활성화 목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자산가격 측면에서 저금리 요구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 국내경제 상황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초저금리 시대는 일시적인 경기부양과 민간소비의 촉진을 불러일으키지만 가계의 이자소득을 감소시켜 가계저축률을 하락시킬 뿐더러 장기적으로는 소비 둔화를 가져온다.

일본도 이와 같은 길을 걸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저금리 정책을 편 일본은 1990년 버블붕괴로 사실상 기준금리가 제로금리로 하락했다. 투자자들도 예·적금보다는 안정적인 유동성과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투자상품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십여년의 저금리 상황 속에서 일본 투자자들은 경제사이클에 따라 고위험·고수익을 내는 FX(Foreign Exchange) 마진거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이머징·하이일드채권형펀드, 환(엔)헤지 해외채권형펀드와 일본 국내채권형펀드 등에 자금을 넣었다.

 
[초저금리 시대] '1987년 일본'에게서 배운다

◆한·일 비교1, FX 마진거래

먼저 1990년대 ‘투자의 귀재’로 유명세를 떨쳤던 이들이 바로 ‘와타나베 부인’이다. 일본의 성(性)씨를 뜻하지만 금융가에서는 저금리 시대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화로 환전한 뒤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중·상층 주부 투자자를 와타나베 부인으로 통칭했다. 와타나베 부인이 투자기회를 찾은 곳은 해외. 저금리 상황의 일본을 벗어나 해외에서 엄청난 규모의 국제 금융거래를 발생시키면서 국제 외환시장을 장악하는 ‘큰 손’으로 성장했다.

투자방식은 외환선물거래인 FX 마진거래를 이용했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달러를 사는 동시에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엔화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챙겼다. 실제 이들이 지난 2007년 한해 동안 팔고 산 외환규모만 200조엔으로 도쿄 외환시장 거래량의 약 30%를 차지했다. 다만 이 전략은 금융위기 전까지 리스크 대비 수익을 고려했을 때 효과적인 투자전략이었으나 현재 전세계 통화가 대부분 저금리에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높아지고 있어 최근 들어서는 위험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송지훈 키움증권 글로벌영업팀 대리는 “현재 한국시장에서 FX마진거래는 지난 2012년 증거금 인상 조치로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투자자의 수요가 현격히 떨어진 상황”이라며 “금리 차익으로 수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시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오늘날 투자를 권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일 비교2, 해외채권

일본 투자자들은 펀드에도 무한한 애정을 쏟았다. 특히 해외채권으로 눈길을 돌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말 기준으로 일본펀드의 순자산총액 비중은 해외채권형(50%), 해외주식형(14%) 등 해외투자가 절반 이상을 넘었다. 이어 국내주식형(9%), 국내채권형(3%) 등 국내투자형은 14%에 그쳤다. 유형별로 하이일드채권과 이머징채권이 해외채권형펀드의 61.1%를 구성했다. 호주와 브라질 등은 비중이 확대된 반면 미국과 유로채는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일본국민의 특성상 주식보다는 채권자산을 선호하게 됐고, 기대수익률이 높은 해외채권으로 상품을 구성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보다 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 속 투자법은 단 하나, “해외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나정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금금리가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개인고객의 기대수익률을 맞출 상품을 찾을 수 없다”며 “이미 모든 투자자산이 고평가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본보다 상황은 더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브라질과 중국을 주목했다. 중국의 비중이 높은 아시아 하이일드채권과 최근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브라질펀드를 추천했다. 아시아하이일드채권의 경우 높은 인컴수준과 밸류에이션 매력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나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국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중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시아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매력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브라질의 경우 “올해 10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경제 개혁 기대감에 따라 투자심리가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각 나라 상황에 맞게… ‘중위험·중수익’

초저금리 시대를 겪고 있는 일본에게 배우되 그들의 투자법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곤란하다. 김후정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 문화는 인구학적 요소와 국민성, 경제여건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일본은 노년층의 금융자산 비중이 높지만 우리나라는 부동산 비중이 높아 은퇴 이후의 유동자산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안전자산 위주의 금융시장인 일본과 달리 위험 회피 심리가 높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다양한 자산에 투자를 시도하는 등 위험을 감안하는 투자성향을 지녔다.

이에 그는 "국내 개인의 포트폴리오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저금리 상황으로 일정 수준의 위험자산 편입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은퇴자산 등 장기 투자자산에 대해서는 위험자산 비중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채희
정채희 poof34@mt.co.kr  | twitter facebook

IT 전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통3사, TV홈쇼핑,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자 여러분들의 따끔한 말씀, 혹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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