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최후 보루인가? 고리업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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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에서 돈 빌리고 하루라도 이자를 갚지 않으면 조폭이 일하는 곳까지 찾아오는 거 아닌가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요. 얼떨결에 1000만원 빌렸는데 한달에 이자로만 수백만원씩 내다가 결국 감당 못하고 감옥까지 간 사람 여럿 봤어요."

"대부업체는 서민들 등골 빼먹는 사회악 같은 존재 아닌가요? 대부업체가 없어지는 게 나라가 바로 서는 길이죠."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날, 우리는 각종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뉴스를 통해 불법 대부업과 관련된 피해소식을 심심찮게 접하고는 한다. 누군가는 불법 대부업자의 협박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폭력과 노동력 착취에 시달리다 결국 섬으로 팔려가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대중들의 비제도권 금융에 대한 이해는 여기까지다.

대부업체와 불법 대부업체 간의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 짓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동안 대부업은 흡사 조직폭력배와 다를 바 없는 사회적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오죽하면 모 대부업체의 광고 속에 신입사원이 등장해 해당 영업의 정당성을 주장할 정도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부업, 등록 대부업체와 불법 대부업체의 차이점과 우리 사회 대부업의 역할 속에 담긴 '명암'을 들여다봤다.

 
대부업체, 최후 보루인가? 고리업자인가?

◆ 등록 대부업체와 불법 사금융의 차이점

대부업이 국내에서 정식 금융업으로 취급된 시점은 지난 2002년부터다. 당시 정부는 지하 금융을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대부업법 시행령을 만들어 전국 5만여개에 달하던 사금융업체의 등록을 의무화했다.

등록 대부업체와 불법 대부업체 사이의 절취선은 이때부터 그어졌다. 그 뒤로 대부업협회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정부에서 정한 법정상한선(연 34.9%) 이내에서 이자를 수취하며 영업을 이어왔다.

반면 미등록 대부업체의 경우 당장 돈이 시급한 이들에게 몇십만·몇백만원을 빌려주며 연 100% 이상의 고이자를 요구하는 등 서로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흔히 접하는 터무니없이 높은 살인금리와 불법추심의 경우 대부분 미등록 대부업체에서 발생한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일단 대부업체라고하면 색안경부터 끼고 무조건 나쁘게만 몰고 가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짙게 깔려있다"며 "등록 대부업체의 경우 법정으로 지정된 이자상한선 이내에서 합법적으로 영업을 이어감에도 불법 대부업체와 혼동해 범죄자 취급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 등록 대부업체, 저신용자들에겐 '최후의 보루'

등록 대부업체는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편입되기 이전 마지막 거름망 같은 역할을 한다. 물론 개인고객에게 신용대출을 실시할 때 연 34.9%에 이르는 대부업 금리가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높은 이자를 감당할 준비가 안된 채무자들은 연체가 늘어나고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비록 연 34.9%의 고금리라 하더라도 대부업체가 존재함으로 인해 혜택을 누리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부업체 주거래 고객의 대부분은 6~10등급의 저신용층이다. 이들은 대부분 시중은행은 고사하고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을 거절당하는 사람들이다.

이렇듯 제도권 내에 속한 금융사에서는 대출을 모조리 거절당한 상황에서 정말로 돈이 급한 이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아마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각종 범죄에 여과 없이 노출되는 불법 사금융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될 것이다. 이때 대부업체는 금융권에서 마지막으로 저신용자들을 흡수하는 '스펀지' 역할을 하는 것.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들어 여의치 않은 추세다. 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으로 필드를 옮겨감에 따라 대부업 전체의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다. 여기에 날이 갈수록 법정이자 상한선이 낮아짐에 따라 대부업체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상환능력 심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2013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부업 이용자 중 4~6등급이 21.5%, 7~10등급이 78.5%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저신용자 비중은 80.8%에서 2.3%포인트 줄어든 반면 중신용자 비중은 19.2%에서 2.3%포인트 늘어났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대부업 최고금리상한 제한으로 금리가 떨어지면서 대부업체도 대출문턱이 전에 비해 높아졌다"며 "대부업체에 심사요청이 들어온 대출건수 중 실제 승인이 이뤄지는 건 5건 중 1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DB
/사진=뉴스1 DB

◆ 여전히 불법추심 관련 문제 '부지기수'

그렇다고 해서 등록 대부업체에 문제점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등록 대부업체라고 하더라도 법정상한선(연 34.9%)을 초과하는 이자를 받는 곳이 아직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또한 불법추심과 관련된 문제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금융권 역시 대부업이다.

아직도 제3자에게 채무사실을 알리거나 전화 등을 통해 불안·공포감을 조성하는 수준의 불법추심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이밖에 법적으로 금지된 중개수수료나 대부계약 체결 시 타인의 연락처를 요구하는 등의 부당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업체 TV광고를 친근한 느낌으로 제작해 대부업 본연에 대한 경각심을 누그러뜨리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대출과 관련된 사전지식이 부족한 이들이 TV를 통해 접하는 친근한 이미지 때문에 대출에 쉽게 손을 댔다가 최고 연이율 34.9%의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

특히 기존 금융거래 기록이 전무해 통상적으로 5~6등급 수준의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대학생의 경우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별도의 지점 방문 없이 전화만으로 손쉽게 대출이 이뤄진다는 TV광고에 별다른 위험부담을 느끼지 못하고 대출을 받았다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불과 몇백만원의 채무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

백성진 금융소비자협회 사무국장은 "대부업체 대출의 경우 금융권 문턱을 넘기 힘들지만 돈이 반드시 필요한 이들에게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동시에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없는 이들의 허영심을 자극해 불필요한 대출을 진행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반드시 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업 대출을 최대한 배재하는 편이 옳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영훈
한영훈 han005@mt.co.kr  |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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