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카스 아니면 하이트', 소비자 질렸다

대한민국 酒史가 흔들린다 / 수입맥주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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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음주공화국'이라는 오명에 시달려야 했던 대한민국. 이제 '부어라, 마셔라'를 외쳤던 폭주문화는 가고 '가볍고, 간단하게' 마시는 스타일이 대세다. 우리나라도 술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나라가 되는 것일까. <머니위크>가 대한민국 음주문화의 변화를 집중 조명했다. 아울러 흔들리는 주류시장도 분석했다.
맥주 마니아인 윤모씨(34)는 요즘 수입맥주의 매력에 푹 빠졌다. 국산맥주보다 종류가 다양한 데다 맛이 깊고 가격차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 할인행사를 자주 여는 것도 수입맥주를 부담없이 구입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윤씨는 마트에 갈 때마다 아사히, 기린, 삿포로, 산토리 등 일본산 수입맥주를 고른다. 그는 "맥주 코너 맨 앞자리에 수입맥주가 자리하고 있어 눈길이 간다"며 "5~6병 묶음으로 사면 1만원에 살 수 있어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입맥주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한국인 입맛에 맞고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국내 주류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 인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맥주 수입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수입맥주가 '대세'라고 할 만하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입맛 다양화로 가파른 성장세

관세청이 발표한 '최근 10년간 맥주 수입동향'에 따르면 올 1∼6월 한국의 맥주 수입중량은 5만3618톤으로 지난해 상반기(4만1495톤)보다 29.2% 늘었다. 관련통계를 찾아볼 수 있는 2000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최대치다.

이를 부피로 환산해보면 500㎖ 1병 기준 약 1억600만병에 이른다. 지난 2000년 상반기 맥주수입량이 3444톤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10여년 사이 국내소비자의 입으로 1년간 들어간 수입맥주가 1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맥주 수입대상국 수도 다양해졌다. 2003년 27개국에서 2013년 51개국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주류 수입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3년 3.3%에서 지난해 12.5%로 큰 폭으로 확대됐다.

사실 수입맥주 비중이 커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3년간 수입맥주 매출액은 매년 평균 20~30%씩 성장했다. 반면 국산맥주 매출액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주류산업회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수입금액을 기준으로 수입맥주는 68.2% 성장했으나 국내 맥주시장 성장률은 7.16%에 불과했다.

국산맥주시장이 성숙기를 맞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수입맥주의 성장세가 국산맥주의 10배를 넘어서는 놀라운 약진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수입맥주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로 국산맥주는 본격적인 위기를 맞은 것일까.

우선 맛과 디자인, 용량 등에 차이를 둔 새로운 맥주, 다양한 맥주에 대한 수요 증가가 수입맥주의 활황을 이끈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국산맥주 대신 다양한 종류와 풍부한 맛을 앞세운 수입맥주를 찾는 발걸음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황모씨(25)는 "독일로 여행을 다녀온 후 수입맥주의 맛에 눈을 떴다"며 "국산맥주는 대부분 맛이 비슷비슷한데 수입맥주는 거품과 청량감, 맛 등이 다양해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입맥주는 과거보다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아사히, 삿포로 등 일본산맥주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타이거(싱가포르), 발리 하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산맥주 외에도 에델바이스(오스트리아), 레페(독일), 에딩거(독일), 파울라너(독일) 등 유럽산맥주도 수입돼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주도한 가격경쟁력도 한몫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업체는 기존가격 대비 30~50%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맥주 할인행사를 수시로 진행한다. '황금연휴 기획전, 인기 수입맥주 11종 2500원 균일가', '마음대로 골라 9캔에 2만원', '수입맥주 골라 담기 4캔에 9600원' 등의 이벤트가 그야말로 시시때때로 열린다.

반면 국산맥주의 경우 할인행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국내 주세법 규정 때문인데 아무리 싸게 해도 출고가 이하로는 판매할 수 없어 할인 폭이 작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맥주의 경우 무제한으로 할인이 가능하지만 국산맥주는 제한이 있어 사실상 할인이 불가능하다"며 "또 수입맥주의 경우 운송기간 때문에 유통기간이 짧다 보니 파격 할인을 해서라도 재고를 처리하겠다는 업계의 의지도 담겨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국내맥주업계 독과점구조의 한계

일각에서는 국내맥주시장의 독과점구조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수입맥주로 눈을 돌리게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맥주시장에 중소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전체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는 50.4%, 하이트진로는 45.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연구개발비는 여타 독과점산업 중 최하위권을 맴돈다. 결국 주류시장 구조자체가 '맛있는' 국산맥주를 생산하기 어렵게 형성된 셈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날로 높아지는데 두 회사가 장악한 국산맥주는 늘 그대로"라며 "종류도, 가격도 비슷한 데다 심지어 마케팅까지 비슷해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맥주업계는 앞으로도 이 같은 수입맥주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카스' 아니면 '하이트'인 국산맥주만으로는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갈수록 강해지는 '수입맥주의 역습'에 국산맥주의 확실한 '반격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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