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신동빈호,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CEO In & Out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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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11일.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뒤를 이어 롯데의 수장이 됐다. 그의 첫 출근길은 여느 때와 같았고, 어느 것 하나 요란스럽지 않았다. 취임 후 그가 신조로 삼은 것 역시 거화취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배제하고 내실을 지향한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도 잠시. 실속경영을 내세운 신 회장의 앞길은 순탄치 않았다. 계열사 실적부진에서부터 납품비리, 제2롯데월드 안전성 논란까지…. 취임 후 잇따른 가시밭길 악재에 신 회장의 고민도 깊어져 갔다.

최근에는 가까스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불투명했던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 대한 임시사용 승인을 서울시로부터 받아낸 것. 공사 도중 화재가 발생하고 인근에 싱크홀까지 생기는 등 최악의 상황에서 이뤄낸 결실이다.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 좌초 우려는 이내 성공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더불어 신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도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성급하게 단정 짓기엔 아직 이르다. 제2롯데월드 건설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 신 회장의 리더십이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안전문제 탈피, 숙원사업 주력

최근 몇달간 신 회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제2롯데월드다. 당초 롯데는 추석 전에 제2롯데월드의 임시 개장을 계획했지만 안전성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잇따라 연기됐다.

롯데는 추가로 보완 대책을 마련해 임시개장 허가를 받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공사현장 주변 석촌호수에 물이 빠지고 인근 도로에서 땅 꺼짐이 발생하는 등 책임 논란이 불거져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8월 한달간 무려 5건의 싱크홀이 제2롯데월드 주변에 발생했다. 싱크홀과 제2롯데월드가 관계없음을 밝히는 것이 긴급 과제로 떠올랐다. 신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여러 실험을 통해 제2롯데월드 공사와 주변의 문제들이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입증하며 정면 돌파했다.

또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웠던 올림픽대로 하부도로(잠실주공5단지-장미아파트 뒷길 1.12㎞ 미연결구간) 공사비를 전액 부담하기로 하면서 임시개장 승인의 최대 걸림돌을 제거했다.

이후 서울시가 내린 유례없는 ‘개장 전 프리오픈 행사’에도 적극 협조하며 서울시의 결정을 기다렸다. 결국 시는 지난 2일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당초 계획보다 미뤄지긴 했지만, 안전성 문제로 올해 조기 개장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던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서울시 안팎에서 들리는 이야기도 롯데에 호의적이지 않아 업계에서도 개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다.

신 회장의 리더십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다. 실제 신 회장은 안전문제가 나올 때마다 공사 현장을 찾아 “안전시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사고 없는 현장이 되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며 현장 관계자들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2롯데월드사업은 신 회장의 부친인 신 총괄회장이 일생을 두고 추진해온 숙원사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롯데는 지난 1998년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 부지를 1000억원에 매입한 이래 26년간 끈질기게 제2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해 왔다.

신 회장이 그룹 안팎을 아우르며 제2롯데월드에 집념을 보이는 것도 ‘아버지의 꿈’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물론 신 회장 역시 제2롯데월드를 ‘아시아 랜드마크’로 키운다는 꿈을 키워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제2롯데월드를 ‘아버지의 꿈’으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시장을 노리는 신 회장의 미래전략 상징이 됐다”며 “안될 줄 알았던 저층부 개장처럼 신 회장이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면 2016년 완공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잠실 제2 롯데월드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잠실 제2 롯데월드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성장통 회복' 최대 걸림돌

신 회장의 ‘신의 한 수’가 통한 셈이지만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2롯데월드 건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저층부 개장 후 발생될 모든 문제도 쇄신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 건설이 안전문제 등의 이유로 중단될 경우 롯데가 입는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책임 역시 신 총괄회장이 아닌 신 회장 몫이다. 공사가 끝난 후 타워 전체가 오픈을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아주 조그만 안전문제 하나하나까지 그를 따라다닐 공산이 크다.

‘산 넘어 산’. 신 회장이 3년 전 그룹 수장에 오른 직후 걸어온 길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며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서 외형상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계열사 납품비리, 실적 악화 등 연이은 그룹 안팎의 악재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롯데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신 회장은 이에 변화의 칼을 빼들고 내부 기강을 다잡기도 했다. 오는 2018년 매출 200조원을 달성한다는 ‘2018 아시아 톱10 글로벌그룹’이라는 비전을 내놓았다. 비전 선포 후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한 조치도 일부 이뤄졌다.

외부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짜기로 유명했던 급여도 동종업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주력 분야인 유통산업 성장이 저조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와인사업, 택배사업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는 올 들어 유난히 내부비리, 안전문제 등으로 성장통을 겪어왔다”며 “몸집 불리기의 한계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롯데의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라는 목소리도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한 고비를 넘었지만 앞으로 발생할 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지배적이다. 어깨가 한층 무거워진 신 회장이 '흔들다리' 위를 걷고 있는 롯데를 어떤 묘수로 구해낼지 재계의 이목이 그를 향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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