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주년] "우리가 '미얀마 맨땅'에 헤딩한 이유"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을 가다 -미얀마편 / 미얀마 한인사업가 3인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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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960년대만 해도 아시아의 부국이었으나 지난 반세기 동안 성장이 정체되면서 경제적 미개척지로 남아 있던 미얀마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동남아 최고의 유망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미얀마. <머니위크>는 창간 7주년을 맞아 미얀마의 경제 중심지 양곤(Yangon)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는 우리기업들의 활약상을 취재했다.
지난 10월 초 우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미얀마 양곤(Yangon)은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졌다. 전날만 해도 푹푹 찌던 더위는 비가 내리면서 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땀을 식히기에는 부족했다. 오히려 눅눅해진 날씨로 비지땀이 흘렀다. 한인회 사무실 역시 찜통인 건 마찬가지였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기대하고 서둘러 사무실에 들어섰지만 밖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흘렀다. 정전이었다. 불편함이 피부에 와 닿는 순간이었다.

조금 있으니 전기가 들어왔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인회에 있는 2시간 동안 정전은 3~4차례 계속됐다. 이곳에서 만난 한인회 관계자들은 당연하다는 듯 '정전사태'에 덤덤했다. 이들은 잠시라도 전기가 끊기면 안절부절 못하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10년 넘게 미얀마에서 회사를 이끌고 있는 기업인이자 반 미얀마사람이 된 한국 교민들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다. 한인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정우 한인회장, 신태주 한인회 부회장, 진영문 일송농장 회장과 얘기를 나눴다.

 
/사진=머니위크
/사진=머니위크

▶ 미얀마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이정우 한인회장(이하 이, 사진 오른쪽) = 미얀마에 처음 온 것은 지난 1992년입니다. 당시에 대우 주재원으로 왔죠. 4년간 근무한 뒤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2000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미얀마에 다시 왔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에서 만든 마루판, 월페이퍼, 인테리어 자재들을 수입해서 판매·시공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가구조립공장과 소파공장도 함께 운영 중입니다.

신태주 한인회 부회장(이하 신, 사진 왼쪽) = CJ 주재원으로 근무하다 그만두고 2000년부터 봉제공장을 운영했습니다. 지금은 품질 개선과 기술을 지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진영문 일송농장 회장(이하 진, 사진 가운데) = 40여년 동안 축산업을 했습니다. 지금은 미얀마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미얀마에서 사업을 할 때는 돈 버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만만치 않네요.


이정우 한인회 회장 /사진=머니위크
이정우 한인회 회장 /사진=머니위크

▶ 몇년 전 미얀마가 자유시장경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이곳에서의 사업은 어떤가.

= 최근 2~3년 사이 많은 해외기업들이 이곳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역시 불경기를 피해 해외 진출을 돌파구로 삼으며 속속 미얀마 행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베트남이나 카자흐스탄, 몽골 등에 개인사업자들이 많이 갔는데 요즘은 미얀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얀마는 전 분야가 낙후돼 있어서죠. 미얀마에서는 어떤 일을 해도 쉬울 것 같으니까 기회로 생각하면서 미얀마를 찾고 있습니다.

진 = 잘못 짚은 거죠. 관련사업 기반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훨씬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제 경우에는 양돈 관련 일을 할 줄 아는 현지인력이 전혀 없어 고민이 많았습니다. 또 가축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예방 백신부터 사료까지 아주 기초적인 것마저도 없었죠. 한국에서는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었는데 여기는 아무 것도 없으니 사업을 하면서 걸리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더군요.


신태주 한인회 부회장 /사진=머니위크
신태주 한인회 부회장 /사진=머니위크

▶ 그렇다면 어떤 각오로 사업에 임해야 하나.

진 = 이곳에 와서 과연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즐겁지 않을 것 같다면 오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미얀마는 충분한 자금이 있더라도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곳입니다. 디지털세대보다는 아날로그세대가 적응이 빠릅니다. 제가 이곳에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1970년대의 축산업 환경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이 = 미얀마에서는 심지어 은행에 현금을 보관하는 것도 불편합니다. 전에는 외국인 이름으로 만드는 게 안 됐습니다. 지금이야 되긴 하지만 거래하는 데 1~2시간가량이 소요됩니다. 은행에서 대출 받기도 어렵고 이자가 12%인 경우도 있죠. 담보 집어넣고 수수료 등을 포함하면 15%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전에는 18%였는데 많이 줄어든 셈이에요.

신 = 미얀마 사람들은 헝그리정신이 없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활수준이 지금의 미얀마 정도였을 때 헝그리정신이 강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쉽게 일하고 쉽게 돈 벌겠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직원을 고용하는 데 있어 이 점은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입니다.

진영문 일송농장 회장 /사진=머니위크
진영문 일송농장 회장 /사진=머니위크

▶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 같은 한국 대기업도 이곳에 많이 들어와 있는데….

이 =  미얀마 국민들이 생각하는 한국 이미지는 꽤 좋아요. 하루에만 한국드라마 3~4편이 방송될 만큼 한류 열풍이 대단하죠. 권선징악, 가족사랑 등의 드라마 내용은 이곳 사람들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이 같은 이유로 포스코와 대우를 포함한 국내기업들의 평판이 매우 좋습니다.

= 1990년대 초반에 대우가 가장 먼저 미얀마에 봉제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대우전자와 계열사였던 세계물산 등이 들어왔죠. 대우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모두 이름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합니다. 게다가 오랜 활동과 지속적인 사회공헌 등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 미얀마 한국 교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다.

 = 한인회는 1980년대 후반에 생겼습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200~300명이었는데 이제는 3000명이 넘습니다. 한국 사람들과 관련돼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돌봐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1주일에 1~2번 이뤄지는 한글수업은 1989년 소규모로 시작해 현재는 학생수가 120명 정도 됩니다. 비록 미얀마에 있지만 한국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 기본적으로 미얀마는 소승불교국가입니다. 살아가면서 덕을 쌓아야 죽어서 좋은 곳에 간다는 윤회사상을 믿습니다. 게다가 미얀마 사람들은 매우 순박하기 때문에 한국 교민이라고 해서 서로 문제가 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들이 사업을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미얀마는 좋은 사람이 있는 좋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양곤(미얀마)=박성필
양곤(미얀마)=박성필 feelps@mt.co.kr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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