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꿀맛 낮잠'같은 횡성 기행

송세진의 On the Road - 횡성·청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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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태산 휴양림
청태산 휴양림

 
횡성은 넉넉하고 편안하다. 울창한 숲은 사람을 여유롭게 하고 다양한 체험과 음식은 마음을 끈다.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경기도에 접해있다. 횡성으로의 여행은 낮잠 자듯 평화롭다.

◆이곳에서 왕의 산책을 즐긴다

청태산은 차를 타고 꽤 높이까지 올라간다. 해발 1200m의 산이지만 일찍부터 휴양림으로 잘 가꿔져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면적은 403만m2, 800~1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휴양림이다. 인공림과 천연림이 섞여있는데 오래 잘 가꿔온 덕에 나무만으로는 어디가 인공이고 어디가 천연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다만 편안한 나무 데크에서 사람의 손길을 느낄 뿐이다.

청태산의 유래는 조선 태조 이성계로 올라간다. 이곳은 관동지방(강릉)에 다녀오던 태조 이성계가 잠시 쉬며 횡성 수령에게 식사를 대접받은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식사를 하려 하자 마땅한 자리가 없었고 마침 푸른 이끼가 덮인 큰 바위가 있어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왕은 울창한 숲 속에서 식사를 마쳤고 그 아름다움과 큰 바위에 매료돼 직접 ‘청태산’(靑太山)이라는 휘호를 써서 횡성 수령에게 내렸다고 한다.

이제 ‘왕의 산림욕’은 여행자의 것이다. 이곳은 잣나무, 전나무, 자작나무 등 키 큰 나무가 자라 낮에도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다람쥐, 청솔모는 어렵지 않게 마주치고, 노루, 토끼, 멧돼지 등 야생동식물도 서식하고 있다.

걷는 길은 편안하다. 계단도 아닌 은근한 비탈로 이뤄진 나무 데크로 유모차 타는 어린 아이와 함께라도 문제 없다. 이끼 낀 바위와 돌들이 많아 태조가 이끼 낀 바위에 앉았었다는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이끼 바위’ 사이로 경쾌한 소리를 내고 야생식물과 동물이 주변을 둘렀는데 오르는 길은 편안하니 마치 자연박물관에 온 기분이 든다.

또 길을 오르다 보면 중간중간 간단한 체험 코너가 있다. 트리하우스, 나무 악기, 거울의 방, 우리나무 100가지, 밧줄타기, 야외 무대 등 한번씩 걸음을 멈추게 하는 소소한 놀이들이 있다. 아이와 온다면 이 길에서 할 일이 많겠다. 목공예 연구소가 있어 나무로 만든 환경친화적인 작품들을 산책로 곳곳에서 만날 수 있고 직접 배워보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쉽게 만들 수 있는 목걸이나 솟대 같은 소품에서 시계, 서랍장 같은 고난이도 작품에 이르기까지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도전의 욕구를 충동질하는 작품들이 있다. 조금 더 활동적인 체험을 원한다면 나무 클라이밍에 도전해 봐도 좋다. 이 숲의 비밀을 알고 싶다면 숲해설프로그램에서 해설사의 숲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휴양림 걷기가 싱겁게 느껴진다면 본격적으로 산행을 해도 좋다. 청태산으로 오르는 잘 정리된 등산로가 6개소이니 자신의 체력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해 오르면 된다. 또 이곳은 자전거 라이더들에게도 인기다. 휴양림 주변으로 난 산길을 따라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숲 저편으로는 통나무집도 보인다. 큰 나무들과 잘 어우러져 동화 속 오두막을 보는 듯 한데, 꼭 한번 묵어 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지붕 위로는 색이 변한 나뭇잎들이 떨어졌고 아직 따뜻한 빛이 드는 곳엔 공작단풍이 타는 듯이 붉다. 낙엽은 적당히 폭신해서 밟기에 딱 좋다. 청태산휴양림에서 유일하게 그늘이 없는 곳은 바로 잔디광장이다. 족구, 배구, 축구를 할 수도 있지만 돗자리에 앉아 햇빛을 따라가며 따뜻한 빛을 즐기다 보면 가을의 하루가 ‘팔자 좋게’ 지나간다.

 
[여행] '꿀맛 낮잠'같은 횡성 기행
압화 재료
압화 재료

◆꽃으로 그리는 그림

꽃도 예쁜데 그 꽃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렇게 고운 일은 특별한 예술가들이나 하는 줄 알았는데 이곳 채림효원에서는 여행자에게도 기회를 준다. 선생님의 시범을 보고,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어보니 이 솜씨 없는 여행자를 위해 밤새 준비해 놓으셨다는 꽃잎들이 가득 들었다. 황송해서 핀셋으로 조심조심 하나를 들어 종이 위에 올린다. 재료가 예쁘니 아무렇게나 놓아도 그림이 된다. 별로 한 것도 없이 예쁜 작품 하나를 완성하고 교육장을 둘러본다. 이곳에서는 여름엔 부채를 만들고, 겨울엔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이 인기라고 한다. 그런데 벽면을 장식한 그림을 보고 또 한 번 놀란다. 붓으로 그리기도 힘든 풍경화를 하나하나 거둬 말린 꽃잎으로 그렸다. 이런 정성과 노력은 정말 좋아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정원에 나와 구경을 하고 있자니 비록 꽃이 떨어진 가을이지만 구석구석 애정을 쏟은 흔적이 보인다. 이곳에선 가을이 참 예쁘게도 익어간다.

 
트리하우스
트리하우스
횡성 한우곰탕
횡성 한우곰탕

◆횡성에서 지나칠 수 없는 것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가듯, 횡성에서 이거 빠지면 서운하다. 바로 한우와 더덕이다. 더덕은 좋은 물, 깊은 토심의 땅, 풍부한 유기물 때문에 해외에서도 횡성 더덕을 찾는다고 한다. 또 이곳은 산간지역이지만 논농사가 발달해서 소들의 먹이인 볏짚이 넉넉하고 일교차가 뚜렷해 소를 사육하기 좋은 환경이다. 고기의 마블링과 육즙이 ‘횡성 한우’의 명성을 증명한다.

‘고기 좀 먹는다’ 하는 사람들이 인정하고 맛을 모르는 여행자도 푸짐하게 잘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우하하 횡성 한우시장’이다. 이곳에선 투플러스 등급의 한우를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에 먹을 수 있다. 현지에 와서 먹으니 맛도 남다르다. 육질은 말할 것도 없고 씹으면 고소한 맛 뒤로 단맛이 난다.

곰탕집도 몇군데 있다. 국의 색을 내기 위한 첨가물을 넣는 등의 잔재주는 부리지 않는다. 좋은 재료를 우직하게 끓여내고 고기도 많이 담았다. 밥으로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고기로 배를 채우고 밥으로 균형을 맞추는 정도다. 곰탕 집 앞에서 만난 바이크 라이더는 곰탕을 먹으러 서울에서부터 달려왔다고 했다. 밥 한끼 먹자고 달려오는 그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횡성은 큰 기대없이 왔다가 매력에 빠져드는 곳이다. 울창하고 편안한 숲이 여행자를 맞이하고 작은 마을에서의 여러가지 체험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넉넉하게 먹고 나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모든 것이 좋게 기억된다. 자극적인 맛 없이 든든하게 속을 채워주는 곰탕 같은 곳, 이곳이 횡성이다.

● 여행 정보

☞ 청태산 자연휴양림 가는 법

[승용차]
올림픽대로 - 강동대로 - 서울외곽순환도로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 제2중부고속도로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계촌, 천태산둔내자연휴양림, 윌리힐리파크CC’ 방면으로 우측방향 - 고원로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청태산자연휴양림: 검색어 ‘청태산자연휴양림’ /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 산1-4
채림효원: 검색어 ‘채림효원’ /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정포로 34

< 주요 정보 >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청태산 자연휴양림)
033-343-9707 / http://www.huyang.go.kr
입장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입장료: 어른 1000원 / 청소년 600원 / 어린이 300원 (12월~3월 입장료 면제)
산림문화 프로그램 체험: 목걸이만들기 (1,500원) ~ DIY 목공교실(서랍장 6만5000원) 등
숲해설 시간: 오전 10시, 오후 2시, 생태체험실 앞에서 출발

채림효원
010-3111-0065 / http://blog.daum.net/sooplove1004
카드만들기, 부채만들기 등 압화 체험: 5000 ~1만원 (4인 이상 신청예약)

< 음식 >
우하하횡성한우시장: 횡성시내에 위치한 전통시장으로 최고등급 한우를 비롯해 더덕, 옹심이, 메밀음식, 한우만두, 올챙이국수 등 맛있고 건강한 횡성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매순 1,6일에 오일장이 열리고, 토요일에는 ‘토토장’이 열려 질 좋은 한우, 더덕 등을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다.
033-342-2389 /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읍상리 277-3

횡성한우곰탕: 메뉴는 곰탕과 수육이 전부.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다. 고깃국이지만 깔끔하면서 든든하다.
곰탕 8000원 / 수육 4만원
033-343-4545 /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읍하리 509-3

< 숙소 >
청태산 자연휴양림: 휴양림 안에 펜션, 야영시설, 단체 휴양관 등 다양한 숙소를 갖추고 있다. 숙소를 이용할 경우 청태산 자연휴양림 입장료와 주차료는 면제된다.
숲속의 집(펜션) 3만7000~12만원
산림문화휴양관(4인 이상 단체실) 3만4000~1만7000원
숲속수련장: 20만~25만원
캠핑데크: 4000~7000원
예약문의: 033-343-9707
http://www.huyang.go.kr /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로 610

횡성밤두둑마을: 밤두둑마을에서 운영하는 황토방 펜션이다. 농작물수확, 벼이삭줍기, 연날리기 등 계절별 농촌 체험프로그램과 연계하여 묵어가기 좋다. 특히 11월부터 시작되는 김장체험은 여행하며 월동준비를 하기 때문에 젊은 가족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한 밤두둑마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최고등급의 횡성한우와 더덕란 등 마을 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김장 체험: (10㎏ 김장) 6만원
예약문의: 033-344-7675, 016-839-5065
http://bamduduk.invil.org /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반곡3길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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