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여덟번 대책, 서민은 없었다

주택시장 지각변동 / (1) 갈 곳 없는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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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우리나라에는 집이 넘쳐난다. 그런데도 '내집'이 없는 가구 수는 절반이 넘는다. <머니위크>는 현정부 들어 총 8번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됐음에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벌써 여덟번째다. 정부가 지난 10월30일 발표한 '10·30 부동산대책'은 현정부의 부동산 관련대책의 여덟번째를 장식했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기사를 썼던 기자조차도 헷갈릴 정도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1년9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역대 정권 중 단연 최다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분명히 부동산대책이라고 발표했음에도 돌이켜 보면 죄다 규제완화였다는 점이다. 아무리 부동산시장이 침체기고 부동산경기가 살아야 우리나라 경기가 살아난다 하더라도 너무 과하다.

더 이상한 점은 집이 없는 '서러운 세입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발표했는데 정작 세입자들은 내집 마련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이다. 저금리시대인 점을 감안해 내집 마련이 수월하도록 각종 금융혜택이 쏟아졌지만 이는 결국 자금이 부족한 세입자에게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토끼몰이' 밖에 안 됐다. 빵이 없으니 케이크를 사먹으라는 꼴이다.

전셋값은 치솟고 전세 매물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제는 빚을 내 집을 사든지, 매달 생돈이 나가는 월세로 살든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엄밀히 말해 국내 부동산시장의 지표가 바뀐 것이다. 몇해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집을 보유한 가정과 월세를 사는 가정보다는 전세를 사는 가정이 더 많은 '마름모' 모양의 주거 형태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집 보유와 월세를 사는 가정이 더 많고 전세가정은 줄어든 '모래시계' 꼴로 변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현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어땠길래 우리나라 주거형태가 바뀐 것일까.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 발표를 통해 무엇이 원인인지 짚어봤다.

◆부동산대책에는 '서민'이 없다

정부는 지난해 4월1일 첫 부동산대책인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주택시장 정상화'와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 즉 집값 띄우기를 위해 규제완화, 주택수요 진작, 공급조절, 서민 주거안정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서민 주거안정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총 8번의 대책이 나왔음에도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해소되기는커녕 이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 가중되는 현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4·1 부동산종합대책을 시작으로 7·24, 8·28, 12·3, 2·26, 7·24, 9·1, 10·30 등의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지난해 4월1일 정부는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면제를 부동산시장 활성화의 첫 단추로 삼았다. 거래세를 완화해 전세수요를 매매로 돌리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지만 관련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이에 정부는 같은해 7·24 부동산대책을 통해 공공분양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공공분양 물량을 축소해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한편 쌓여있는 미분양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또한 연이어 발표한 8·28 대책에서는 전·월세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공유형모기지를 내세웠다. 1%대의 이자율로 대출받고 주택구입 이후 수익이나 손해를 국민주택기금과 공유하는 이 신개념 대출상품은 시범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여기에 취득세율도 영구인하하면서 하반기 부동산시장도 거래절벽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집 주인들은 굳이 전세로 내놓지 않아도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된 탓에 애꿎은 전셋값만 치솟은 것이다.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집 사도록 '토끼몰이' 하는 정책

하지만 정부는 치솟는 전셋값을 안정시키기보다는 금융혜택을 지원함으로써 무주택자들이 집을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이것이 바로 12·3 부동산대책이다. 그동안 나왔던 부동산대책의 금융혜택 중 하나인 공유형모기지를 확대하고 행복주택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민들이 들어가 살 수 있는 행복주택을 대폭 줄이는 대신 대출을 받아 집을 사도록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공유형모기지는 재원이 많지 않아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반쪽짜리 정책에 머물렀다.

이후 전셋값이 미친 듯이 오르며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올해 2월26일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꺼내들었다. 2·26 대책이 그것으로, 헛발질의 정점을 찍었다.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를 통해 전세 쏠림 현상을 줄이고 월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의 대책이었지만 다주택자들의 주택 구매심리를 위축시키면서 결국 백지화됐다.

또 다른 부작용도 일어났다. 일부 집주인들이 오른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하면서 이 사실을 월세계약에 반영하지 않은 채 이면계약을 통해 현금을 받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정작 시급한 전셋값이 잡히지 않자 결국 정부는 작정한 듯 무주택자들이 집을 마련하게끔 파격적인 대책을 꺼내들었다. 이것이 바로 7·24 부동산대책에서 나온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다. LTV는 70%, DTI는 60%로 각각 규제가 완화됐다. 이 완화책은 분명 얼어붙은 주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실제로도 규제완화 발표 이후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LTV·DTI 대출규제 완화방안도 결국 대출규모를 늘려줄테니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라는 일종의 유인책에 불과했다. 문제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매매거래 활성화를 통한 집값 띄우기에 맞춰지면서 실제로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정부가 발표한 9·1 부동산대책 역시 각종 부동산정책 규제를 통해 거래를 늘리는 데 중점을 뒀다. 더욱이 그 면면을 살펴보면 가진 자들을 중심으로 한 거래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대책을 통해 공공아파트 입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전매제한과 거주의무기간이 축소됐는데 강남권 보금자리 주택지구가 혜택을 입은 것이다.

또한 정부가 지난 10월30일 내놓은 다세대·연립 확대 역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는 수년 전 도시형생활주택 건설자금 지원금리를 2% 초저금리로 지원했다. 그러나 결과는 도시의 슬럼화와 땅값 상승으로 나타났다. 10·30 전·월세 대책에 포함된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 역시 현실성이 떨어지고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역대 모든 정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주택정책의 단골 메뉴로 삼았다. 이번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두꺼운 중산층을 만들고 서민 주거불안을 해소한다'며 새 정부 출범 후 8차례에 걸친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하지만 실패와 부작용만 되풀이되고 있다. 그 사이 우리 서민들은 발 뻗고 잘 수있는 공간을 점점 잃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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