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농촌-도시 잇는 '건강 오작교'

조완형 한살림생활협동조합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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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먹을 만한 음식이 없다.”
“비싸도 유기농이라 샀는데 오히려 뒤통수를 맞았다.”
“믿을 만한 음식이 없는데 유기농이라고 다르겠나.”

'대한민국 밥상'의 현실을 개탄하는 말들이다. 최근 국내 유명 식품기업들의 부정행위가 잇달아 적발되면서 소비자는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안전먹거리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 발 쓰레기 만두 파동, 농약 김 논란, 명절 때마다 등장하는 포대갈이 농산물 등 언뜻 스치는 얘깃거리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오죽하면 대선 공약 중 하나가 ‘불량식품 척결’이었을까.

식재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최근 주목받는 협동조합이 있다. 유기농 제품 생산자와 소비자를 하나의 공동체라 여기는 한살림생활협동조합(이하 한살림)이다. 조완형 한살림 전무를 만나 유기농업과 유기농제품에 대한 얘길 들어봤다.

◆생산자와 소비자 직접 연결하는 윈-윈구조

유기농제품의 필수 조건은 재배 과정에서 화학 비료와 농약 등 화학 성분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예부터 내려오던 전통방식의 농업은 자연에서 나오는 주변 자원을 활용했다. 그러나 점차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농약이나 비료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농업의 규모도 커졌다.

화학물질 사용이 늘면서 흙과 하천이 오염되는 것은 물론이고 생산자 또한 농약 중독 등 피해를 입었다. 소비자 역시 이러한 피해에서 안심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러한 농업 방식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친환경농업이나 유기농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에 따라 건강과 환경, 그리고 대한민국 농업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다 탄생한 단체가 바로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이다.

“한살림의 시초는 지난 1986년입니다. 강원도 원주지역에서 사회운동을 하던 박재일 전 회장이 농민들과 함께 무농약 쌀과 잡곡, 참기름, 유정란을 가지고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시작됐지요. 당시 우리 농촌은 농산물시장 개방 등으로 앞날을 내다보기 어려웠고 도시 사람들의 밥상 역시 농약과 화학 비료, 저질 수입농산물 때문에 위태로운 상태였습니다.”

한살림은 소비자 조합원과 생산자 연합을 연결시키는 일을 한다.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을 하나로 이으면 우리농업과 건강을 모두 살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은 회원으로서 모든 사안을 공동 논의합니다. 한마디로 관계성이 일반 유통과는 다르죠. 탐방·견학 활동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어 조합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조직을 운영한다.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까지 가는 유통 단계는 생산 계획부터 시작된다. 공급받을 농산물의 수량과 가격은 한해 전에 결정된다. 조합원이 얼마나 늘어날지 수요를 예측해 품목별로 협의를 거쳐 생산농가와 전체 공급량을 약정한다.

그리고 출하되기 1~2개월 전에 생산자와 한살림에서 생산량과 작황을 확인하고 출하가격을 의논한 후 내부경비를 더해 소비자가격을 결정한다. 이때 여타 유통망과 다른 점은 농가수채분(농가가 지급받는 비용)을 75% 선에서 정한다는 것이다. 농가는 통상 출하가의 50% 이하를 가기 몫으로 가져간다.

소비자(조합원)는 인터넷 또는 전화 주문으로 공급받거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선한 작물을 구입할 수 있다. 주문공급의 경우 소비자는 산지에서 보내는 생산물을 3일 정도 후에 받게 된다.

 
/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유기농, 신뢰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유기농제품에 대한 검증이나 관리는 어떻게 이뤄질까. 조 전무는 여기에서도 관계성과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살림 생산자 모임은 지역 단위로 구성됩니다. 이들은 관리내역을 작성해 제출하는데 조합원들이 직접 생산지를 탐방하고 관리내역을 점검하면서 검증이 이뤄집니다. 관리·감독 형태라기보단 탐방이나 견학처럼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유기농업을 계량적인 인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와 가치 중심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농촌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말살한다거나 자원을 낭비하면서 만들어낸 농산물이나 제품은 유기농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조 전무는 국내 농업 현실에 대해 “어둠 속 터널을 하염없이 지나는 대한민국 농업”이라고 표현했다. 농업을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위한 공공적 가치보다 생산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정책 때문에 유기농업이 커갈 수 없다는 의미다. 또한 무분별한 외국산 농산물 개방으로 식량자급률이 떨어지면 안전 먹거리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조 전무는 지적했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에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따라서 프랑스의 경우 식량자급률이 140%에 달할 정도지요. 반면 우리나라의 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23%에 불과합니다. 식량주권을 지키지 못하면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2위의 GMO(유전자 변형작물)승인 국가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기농업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주
박효주 hj030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위크 박효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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