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책없는' 전세, 정부도 항복선언

주택시장 지각변동 / (2) 전세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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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우리나라에는 집이 넘쳐난다. 그런데도 '내집'이 없는 가구 수는 절반이 넘는다. <머니위크>는 현정부 들어 총 8번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됐음에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전세대란, 미친 전셋값…. 언제부턴가 익숙해진 단어들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아픈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장기적인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저금리기조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전세품귀 현상은 날로 극심해지고 월세로 내몰리는 서민들의 한숨소리는 커지고 있다.

상황이 극으로 치닫자 박근혜 정부가 큰소리치며 '전셋값 잡기'에 나섰다. 최근 발표한 '10·30 전월세대책'까지 무려 8개의 그럴듯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최근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전세의 월세전환 흐름은 정부가 직접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서야 항복을 선언한 정부다.

그렇다.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은 여전히 전세를 원한다. 전셋값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부동산시장 동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3분기 전국 실질 주택전세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상승했으며 지난 2009년 이후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지난 9월 기준 64.6%를 기록, 관련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1998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셋값 고공행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올 4분기 수도권 입주예정물량이 2만1561호에 불과해 전년동기 대비 3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족한 공급이 결국 전셋값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승환 국토부장관이 지난 10월3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서승환 국토부장관이 지난 10월3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전세, 내집 마련 꿈 이룰 '황금열쇠'

도대체 전세가 뭐길래 이토록 야단법석일까. 사실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임대차제도다. 전세는 매매가 아닌 대여의 개념인데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주거사용비를 현금으로 지급한다. 국내의 월세 개념이다.

전세는 이와 달리 해당기간동안 일정한 금액과 등가교환하는 방식이다. 부동산의 소유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맡기고 그 부동산을 일정기간 동안 빌려 쓰는 것이다. 예컨대 한 집에 1억원의 전세보증금을 맡기고 전세입주할 경우 계약기간이 끝나면 1억원을 되돌려 받는다. 매달 사용료를 지불하는 대신 계약기간동안 보증금인 1억원을 증식할 기회를 집주인에게 양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세를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주거문제를 해결하게 된 서민들은 이를 발판 삼아 내집 마련의 꿈을 키운다.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금리가 높았던 시절에는 집주인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구조가 성립됐다.

하지만 저금리시대에 진입하고 부동산시장이 침체국면에 돌입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금리가 떨어지자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둘 이유가 사라졌고 자연히 월세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셋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시장의 불황으로 미분양아파트가 속출하고 거래가 줄면서 전세공급이 감소해 결국 전셋값 상승을 부추겼다. 전세는 어느새 화려한 백조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전세 없어도 잘 사는 그들…차이점은?

일각에서는 전세가 사라지는 것을 주거문화가 선진화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빚을 내서 집을 사지만 전세는 없다. 집을 구입하지 않을 경우 월세처럼 일정기간 동안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고 거주하는 대여형태로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몇몇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미국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은 장기모기지를 얻어 내집을 마련하거나 매달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방법 등 크게 2가지다. 미국에서 집을 구입하는 사람은 30년짜리 모기지를 신청하고 원금과 이자만 잘 갚아 나가면 30년 후에는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다.

일본에서도 월세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월세는 조금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 상당한 액수의 목돈을 보증금으로 맡겨야 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대개 2~3개월치의 집세를 보증금 명목으로 내는데 계약만료 후에도 한국처럼 돌려받지 않는다. 계약기간은 보통 2년으로 우리와 동일하다.

중국은 부동산 자체에 소유권이 없다. 중국의 모든 땅은 국가소유이며 사람들은 땅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7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사용권을 갖는다. 이 기간이 만료되면 그 부지를 다시 국가에 반납하는 방식이다. 결국 부동산임대인은 사용권을 가지고 임차인에게 다시 대여해주는 셈이다. 중국의 임차인은 일반적으로 3개월에 한번씩 선금으로 세를 낸다. 보통 한달치 월세수준의 보증금을 내고 입주한다.
 
◆실종되는 전세… 부담 커진 서민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전국 회원 중개업소 공인중개사 6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년 안에 전세가 사라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8.9%(181명), '10~30년 내 사라질 것'이 27.9%(175명)에 달했다. 절반이상이 적어도 30년 이내에는 전세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이제는 전세의 소멸을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월세는 전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훨씬 크다. 때문에 저소득층 세입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월세를 내는 사람들은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월세로 살면 언제 돈을 모아서 집을 사느냐는 하소연도 들린다.

임대차 방식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뀐다는 것은 세입자의 부(富)가 집주인에게 옮겨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월세 사는 세입자는 계속 월세를 살면서 가난이 반복되고 집을 소유한 집주인은 계속 부를 축적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임대차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한다는 점에서 주택구입에 따른 서민들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고 이는 곧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예상보다 전세가 소멸하는 속도가 빠른 만큼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병화
김병화 mttime@mt.co.kr

머니위크 김병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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