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배워 실천하고 이야기 거리 만들어 손님 모으고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절구만두> <설악한우마을> 제갈한덕 대표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제갈량은 외유내강의 전형이다. 제갈량은 삼분지계를 거쳐 중원을 제패할 웅대한 뜻을 품은 장부다. 그럼에도 나관중은 그를 사뭇 여성적으로 그렸다. 

<절구만두>의 제갈한덕 대표를 보면 자연스럽게 제갈량이 떠오른다. 온화한 매너와 외모, 그렇게 여린 듯 하면서도 강한 성취동기와 추진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아주 닮았다. 

게다가 그는 피로 연결된 제갈량의 후손이 아닌가. 노자는 도덕경에서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강과 강이 부딪혀 내는 굉음이 시끄러운 이 시대, 제갈 대표의 경영은 진정 강한 것은 부드러움에 있다는 노자의 말에 부합한다. 그의 부드러운 성공 철학을 따라가 본다.

◇ 실패에서 반드시 배울 점 챙겨

제갈 대표는 <절구만두>뿐 아니라 <설악한우마을>까지도 대박식당의 반열에 올려놓은 바 있다. 최근에는 의정부에 <절구만두> 2호점까지 냈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려온 건 아니다. 많은 대박식당 사장들이 그러했듯, 그에게도 뼈아픈 수업시대가 있었다.

그가 처음 외식업계에 입문한 것은 서울 미아동에서였다. 나름 철저한 준비와 연습을 끝내고 꼬치구이 전문점을 창업했다. 모든 처녀 창업자가 그렇지만, 제갈 대표는 의욕이 충만했다. 성공에 대한 확신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떤 날은 새벽 두세 시까지 식당에서 일을 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장사가 안 되자 나중에는 호주산 소고기 직화구이까지 구웠지만 반응이 없었다. 너무 손님이 없어서 일부러 아르바이트 학생을 창가에 앉혀 손님처럼 보이게 했다. 또 어쩌다 손님이 들어왔다 나가면 일부러 상을 치우지 않았다. 

손님 없는 식당이라는 걸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결국 2년도 못 돼 가게를 접었다.

이때 제갈 대표는 실패에서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우선, 모르는 분야에 진출해선 안 된다는 점, 돈에 맞춰 점포를 구하다보면 제대로 된 점포를 얻기 힘들다는 점, 자신의 실제 실력과 능력은 자신의 평가 이하라는 점, 핵심역량 없이 판을 벌이는 것은 무모하다는 점, 식당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점, 무턱대고 열심히만 한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점 등이었다. 그로서는 무척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고 배운 산지식들이었다.

◇ 끊임없이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고

실패 요인을 분석한 후 제갈 대표가 내린 결론은 ‘알아야 산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식당을 운영하던 부모님을 어깨 너머로 봤기 때문에 남들보다 식당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었다. 막상 식당을 직접 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막연하게 아는 지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던 것이다. 폐업 후 식당 정리가 끝나자마자 실전적으로 창업 교육을 시키는 사설 교육과정에 등록했다.

이때부터 제갈 대표는 엄청난 흡입력으로 외식창업과 외식경영에 관한 지식을 빨아들였다. 이 교육과정 외에도 창업과 외식업 관련 교육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특히 외식 잡지사가 주관하는 거의 모든 교육과 벤치마킹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다니고 보고 배우는 과정에서 서서히 내공이 쌓이는 게 느껴졌다. 이전에 보지 못한 것들이 차츰 눈에 들어왔다. 교육과 벤치마킹이 회를 거듭할수록 지식의 양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지식과 정보의 질도 정교해져갔다.

얼마 전에는 제갈 대표가 한우협회가 주최하는 교육에 강사로 나가 강의를 했다. 몇 년 전만해도 그는 늘 빠짐없이 참석하는 피교육생이었다. 그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자신은 배움의 도상에 있는 피교육생이라고 강조한다.

◇ 이야기는 이야기를 부르고 결국 손님을 불러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설악한우마을>의 성공은 스토리텔링을 빼고는 설명이 안 된다. 제갈 대표가 받은 수많은 교육 내용 가운데 깊이 깨달은 것은 마케팅의 중요성이다. 마케팅에서도 스토리텔링이 부리는 마술에 눈을 떴다. 

<설악한우마을>은 제갈 대표의 부모님이 직접 농사도 짓고 소를 키운다.
이 식재료들을 식당에서 소화하는 형태로 운영했는데, 이 시스템이 다른 식당과 다른 나만의 차별화 요소라는 걸 인식했다. ‘아버지가 가평에서 정성들여 키운 한우를 아들이 팝니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간판에도 P.O.P에도 자신과 아버지의 캐리커처와 함께 문구를 써 붙였다.

이 구호 속에는 <설악한우마을>의 점포 콘셉트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다른 소비자에겐 신선한 손짓이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끈끈한 가족 정서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점포의 입지가 가평의 면소재지라는 ‘시골스러운’ 점도 콘셉트의 신뢰도를 높여줬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콘셉트를 갖췄어도 널리 알려지지 않으면 무용지물. 고성능 핵탄두를 개발해놓았지만 발사체가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마침 인터넷 매체에 점포를 소개할 기회가 생겼다. 아버지가 기르는 한우와 농작물, 그리고 그 재료로 정성들여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가감 없이 소개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키운 소, 아들이 판다’는 기사를 접한 방송국에서 관심을 보였다. 

방송국에서 이 내용을 제작해 공중파로 전국에 소개했다.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왔다. <설악한우마을>은 이때부터 전국구 식당으로 등극한다.
물론 사후, 음식의 질이나 서비스가 형편없었다면 1회성 반짝 대박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와 ‘실제’가 다르지 않음을 한 번 확인한 고객은 계속 찾아온다. 홍보 못지않게 음식의 질과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자신의 식당 체험을 다른 사람에게 끊임없이 자랑하고 이야기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언젠가는 꼭 한 번 찾아오게 되고….

◇ 이야기 거리 끊임없이 고객에게 제시
제갈 대표는 지금도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식당은 고객에게 음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구만두>에 가보면 곳곳에 스토리텔링 요소가 배치됐다. 우선 건물 전면에 제갈량의 얼굴과 함께 제갈량과 관련한 만두 유래 이야기를 내걸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갈량과 자신의 혈연관계를 넌지시 드러낸다. 처음 식당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리로 가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입구에는 돌절구와 절구 공이를 놓아뒀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서 손님들은 무의식적으로 절구를 눈으로 입력하면서 이 집의 음식을 접하게 된다. 점포 옆에는 토끼 한 쌍을 기르고 토끼집 위에 ‘제갈량이 키운 토끼의 후손’이라 써 붙였다. 

‘식객이 찾는 메밀막국수’와 ‘자가제면’이라고 써 붙인 커다란 입간판에 그네를 달아놓은 것도 색다르다. 누가 봐도 눈에 띈다. 국민 오락이 된 고스톱 용어를 차용한 ‘1타 2피 절구막국수’도 기발하다. 물과 비빔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막국수다.

이런 이야기 요소를 접한 고객은 호기심과 함께 이 집에 대해 흥미를 느낀다. 흥미는 자연스럽게 친근함으로 바뀐다. 친근함을 느낀 고객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 집에 대한 말을 퍼뜨린다. 그때 이런 장치들이 적절한 소재가 되어준다. 

그런가 하면 이런 장치들 자체가 <절구만두>의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요소가 된다. 누군가에게서 ‘절구’, ‘만두’, ‘제갈량’, ‘토끼’, ‘그네’, ‘1타 2피 절구막국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막연하게나마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런 머릿속 구상은 ‘나중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촉발시킨다. 

이야기가 고객에게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은 고객이 이야기를 통해 다른 고객을 연속적으로 유도한다. 제갈 대표는 이런 시스템을 아주 영민하게 인식하고 있다.

◇ 분석적인 이공계 성향의 성격과 따뜻함의 조화
제갈 대표의 본시 전공은 법학과 생화학 분야다. 학부에서는 법학을, 대학원에서는 생화학을 공부했다. 그 뒤 학위를 받고 바이오 관련 연구원 생활을 하였다. 반복되는 일상은 그 사람의 습관이나 성향으로 굳어지기 쉽다. 

법학과 이공계통의 공부를 하고 그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제갈 대표는 자신도 모르게 분석적이고 신중한 성격이 된 측면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한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이런 태도는 당면한 문제나 과제를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정확한 판단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얘기다. 문제나 과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그에 대한 대처도 적절하게 할 수 있다. 적확한 대응 수단을 강구할 확률이 높다.

최근 제갈 대표는 의정부에 개점한 <절구만두> 2호점의 정상화를 위해 바쁘게 뛰어다닌다. 이 점포는 매우 특이하다. 주인이 7명이다. 그런데 일곱 명이 모두 제갈 대표와 함께 오래 일했던 직원들이다. 당연히 점포의 수익은 7명의 사장들(?) 몫이다. 

이런 점포를 구상해서 개점한 장본인은 바로 제갈 대표다. 냉철한 이성과 함께, 보이지 않게 직원들을 챙기는 리더로서의 따뜻함이 어쩌면 가장 큰 성공 비결이었는지도 모른다.

“식당 생활 20년 했는데 변한 게 하나도 없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짠해졌습니다. 개인적 결함이 없는 직원이 성실하게 일했는데 나아진 게 없다면 뭔가 문제가 있겠지요. 함께 애써준 식구들에게 보답과 기회를 선물하고 싶어서 꾸민 일입니다.”
 

강동완
강동완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3026.26하락 17.2318:03 03/05
  • 코스닥 : 923.48하락 2.7218:03 03/05
  • 원달러 : 1126.10상승 118:03 03/05
  • 두바이유 : 69.36상승 2.6218:03 03/05
  • 금 : 66.37상승 3.2618:03 03/05
  • [머니S포토] 독도지속가능이용위 입장하는 정세균 총리
  • [머니S포토] 눈물 흘리는 이용수 할머니
  • [머니S포토] 발렌타인, 자사 모델 정우성·이정재와 함께
  • [머니S포토] 정세균 "이번 추경안은 민생 치료제이자 민생 백신"
  • [머니S포토] 독도지속가능이용위 입장하는 정세균 총리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