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더 이상 '아픈 이별'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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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자옥씨가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3세. 죽음 직전까지 꾸준히 활동했던 만큼 갑작스런 그의 별세소식은 우리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한 뉴스에 달린 댓글 중에는 "김자옥씨가 흡연가였나" "김자옥씨 살아생전에 담배 폈나. 폐암이라는데 너무 안타깝다" 등 다소 생뚱맞은 내용이 눈에 띄었다. 이는 언론보도 시 별세소식과 함께 폐암이란 단어를 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상 폐암이라고 하면 으레 흡연이 떠오르지만 김자옥씨는 비흡연가로 알려졌다. 김자옥씨가 원래 대장암에 걸렸던 병력이 있고 폐로 암이 전이돼 사망에 이른 과정은 잘 몰랐기에 나온 얘기일 것이다.

 
/사진=뉴시스 강진형 기자
/사진=뉴시스 강진형 기자

◆'폐암'과 '폐전이암' 명확히 구분해야

암(원발암)과 다른 장기로의 전이암은 별도로 구분한다. 폐암도 그 자체 원인으로 생겨난 악성종양을 말하는 것이지만 다른 암이 폐로 전이된 경우는 폐전이암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김자옥씨 별세를 전하는 뉴스에서는 '폐암'이 아니라 '폐전이암'이라고 쓰는 것이 정확하다.

김자옥씨는 지난 2008년 대장암 선종을 발견해 대장암 초기에 선종 절개 수술을 받았다. 그러다 최근 암이 재발해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암이 폐로 전이되며 합병증이 발생했다. 이후 11월14일 저녁에 급속히 상태가 악화돼 이틀 만인 16일 세상을 떠났다.

완치목적의 수술이나 약물을 사용해 모든 암이 다 없어진 뒤 같은 곳에 암이 다시 발생한 경우를 재발이라고 부른다. 또한 처음 상태는 치료 불가능한 형태이지만 보이는 모든 종양을 전부 제거한 뒤 암이 다시 보이기 시작할 때는 암의 재성장이라고 부른다.

이와 별개로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옮겨간 경우에는 '전이'라고 표현한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치료가 잘 되지 않아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전이암은 신체 어딘가에 처음 발생한 암(원발암)이 다른 장기로 옮겨간 것으로서 혈관을 타고 가는 '혈행성전이', 림프관을 타고 가는 '림프전이', 복막이나 늑막 등에 암세포가 떨어져 나와 자라는 '림프종' 등 여러 형태로 전이가 일어난다.

처음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상당수는 진단시점에 전이암도 같이 발견된다. 1997년부터 2011년까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66.3%인 것에 비해 전이암 생존율은 18.7%에 불과하다. 전이암이 무서운 이유다.

◆7대 암 중 '전이 가장 잘되는 암'은 대장암

우리나라 암 사망자 중 1위가 폐암환자인 이유도 폐암은 암세포가 혈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퍼지는 전이가 가장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해 발생하는 폐암환자는 약 1만7000명인데 이 중 무려 80%가 사망한다.

국내에서 발생빈도가 높은 7대 암인 위암, 간암, 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대장암, 전립샘암에 걸렸던 환자(1995~2007년) 8만7122명을 대상으로 암이 어떤 장기와 조직으로 얼마나 전이되는지 분석한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삼성서울병원). 이에 따르면 암 환자의 24.2%(2만1120명)에서 전이가 발생했음이 드러났다. 총 전이 건수는 3만1899건으로, 전이환자 1인당 평균 1.5건의 전이가 발생했다.

7대 암 중 전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김자옥씨 경우처럼 대장암(34.7%)이었다. 그 다음은 위암(30.1%), 폐암(28.7%), 유방암(24.1%), 간암(13.1%), 자궁경부암(10.3%), 전립샘암(8.2%) 순서로 전이율이 나타났다. 전립샘암은 전이가 잘 일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되는 '착한 암'이다. 전립샘은 남성에게만 있는 장기로 정액의 일부를 만들어낸다.

암이 가장 잘 전이되는 기관은 폐(20.9%), 뼈(20.7%), 간(19.8%) 순서이고 전립샘, 식도, 췌장 등의 부위는 암세포가 잘 전이되지 않는다.

전이되는 장기는 암에 따라 일정한 유형을 보인다. 위암은 이웃 장기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어 위와 가까운 복막(30.4%), 간(29.8%) 등으로 전이가 잘 된다. 폐암은 뼈(27.9%)와 폐(24.9%)로 전이되는 비율이 높아 같은 장기에서 전이되는 경우가 다른 암보다 많이 나타난다.

남성 암인 전립샘암은 전체 전이 건수의 78.3%가 뼈로 전이됐으며 전립샘에서 전립샘으로 전이된 사례는 없었다. 대표적인 여성 암인 유방암은 뼈와 폐에 집중적으로 전이되는 반면 자궁경부암은 폐, 림프절, 뼈 등에 골고루 전이되는 편이다.

◆음주·흡연, 서구화 식단으로 급증하는 대장암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한국인에게 급속도로 늘어나는 암이 대장암이다. 음주와 흡연도 대장암의 발병률을 높인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대장암이 암 발생 순위 2위, 여자는 3위다. 대장암은 초기에는 일반적으로 증상이 없거나 복통 또는 변비처럼 일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에 불과해 간과하기 쉽다.

의학계에서는 암 자체에 대한 치료법만이 아니라 암의 전이를 막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다만 실질적 성과는 아직 미미한 편이다.

전이암은 치료효과가 낮고 암 전이가 일어나는 원리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연구진이 암 전이를 일으키는 핵심과정을 밝혀냈다. 지난 9월2일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원자력의학원 엄홍덕 박사팀이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하는 것을 촉진하는 핵심물질을 처음으로 찾아내고, 그 효소를 제어할 수 있는 메커니즘도 규명했다고 밝혔다.

암세포에서 변이가 자주 관찰되는 '콤플렉스I(complex I) 효소'는 활성산소 생성을 통해 암 전이를 촉진하는데, 이 전이과정을 세포사멸 단백질로 알려진 '백스(Bax) 단백질'이 제어한다. 또 세포성장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p21단백질'은 암 전이를 촉진하는 물질(slug)을 분해해 암 전이를 억제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암을 발견해 수술을 해도 원격전이가 되면 완치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암 치료를 받고 희망이 커졌던 사람이 암이 전이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다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갖는다.

이제 암 전이가 일어나는 새로운 핵심경로와 제어 메커니즘이 밝혀짐에 따라 암 극복을 위한 새로운 치료기술의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전이암에 대한 치료법이 개발돼 사망원인의 최상위권에 놓인 암의 순위가 아래로 내려오기를 기대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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