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한번 가면 다음 계절이 궁금해지는 곳, 청송

송세진의 On the Road / 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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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백자 사기움
청송백자 사기움

 
차는 안동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고도 한참 달린다. 청송이 여전히 오지처럼 느껴지는 이유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번 들어오면 한참을 머물고 싶은 곳. 여행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곳. 청송에 오면 하루가 짧다.

◆일본까지 전파된 조선의 도자기

청송백자는 제작방식이 독특하다. 다른 백자들이 흙을 사용하는 데 비해 청송백자는 ‘도석’이라는 돌을 빻아 사용한다. 재료가 달라 제작과정과 결과물도 특유의 개성을 지녔다. 16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500년의 역사를 가졌고 조선후기 4대 민요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민요’(民窯)라 했으니 서민생활도자기다. 서민이 만들고 사용했다면 그만큼 실용성이 중요할 텐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과연 그렇다.

청송백자전수장에 가면 가장 먼저 커다란 가마가 보인다. 이 지역에서는 굴과 같다고 하여 ‘사기굴’이라고 하는데 5칸으로 이뤄진 사기굴은 다른 곳에서 본 것과는 달리 40도 정도 더 가파르다. 이곳 청송백자 가마의 특징이다. 이렇게 하면 더 뜨겁게 불을 지필 수 있다고 한다. 청송백자는 도석을 분쇄해 백자를 만들기 때문에 한번에 높은 열로 구워내 완성한다. 그러니까 초벌구이와 재벌구이의 개념이 없다. 사기굴 옆에 있는 동그란 움집은 ‘사기움’이다. 이곳에서 원료의 준비부터 성형, 건조, 보관까지 모든 공정이 이뤄진다. 청송지역에만 있는 형태로 작업자의 동선을 최소화한 공간 배치가 돋보인다. 이렇게 사기굴과 사기움만 봐도 시간과 노력을 절약한 청송백자의 실용성을 알 수 있다. 또 돌이 원료기 때문에 눈처럼 흰 설백색을 띠고 그릇의 두께가 얇고 가볍다. 서민의 도자기지만 아름답고 고급스럽다.

청송백자는 일본 가고시마에 전해져 ‘심수관 도예’라는 일가를 이뤘다. 시작은 청송 심씨 심당길이 정유재란(1598년) 때 일본으로 끌려가 도자기를 만들면서부터다. 이들은 지금까지 420년 동안 청송 심씨 성을 간직한 채 도예가문을 지켜오고 있는데 12대인 심수관 때부터 이 집안의 도기와 장인을 ‘심수관’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니까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되고, 로열티를 지켜가는 셈이다.

청송백자전수장에는 청송심수관도예전시관이 나란히 있다. 이곳에서 청송백자가 어떻게 일본에 뿌리 내리고 최고의 도기가 됐는지 자세히 볼 수 있다. 전시작품들을 보면 일본에 토착화 되면서 조선의 백자와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만 그 정교함과 화려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화병에 앉은 나비는 마치 살아있는 것 같고 작은 배의 돛은 바람이 불면 어디론가 흘러 갈 것 같다.

 
청송백자전시장
청송백자전시장
송소고택
송소고택

◆심부자 고택에서의 하룻밤

청송 덕천마을은 심씨 일가가 모여 살던 곳이다. 이 마을은 고택이 잘 보존돼 있는데, 그중 송소고택, 송정고택, 찰방공종택의 어르신들이 고택을 돌보며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가장 큰 집인 송소고택은 중요민속자료 제250호로 지정된 곳으로 영조 때 만석꾼 심처대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이 1880년(고정 17년)에 지은 99칸 대저택이다. 이들은 9대에 걸쳐 250년 동안 만석의 부를 누리며 경주 최부자와 함께 영남의 대부호로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부자가 3대 못 간다’는 말도 이들 심부자 일가는 피해 갔나 보다. 고택을 둘러보니 규모도 규모지만 공간과 담, 창, 기둥과 지붕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한 것이 없다. 방마다 창으로 보이는 모습이 한폭의 그림이다. 탁자 위에 놓인 청송백자와 그 너머 창틀, 그 너머 작은 담장, 그 너머 초가 지붕이 단순하지만 겹겹이 다채롭다.

송정고택에서는 전통놀이 체험을 한다. 윷놀이나 투호 같은 놀이는 처음엔 심드렁하던 어른들도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어느새 떠들썩한 한마당이 된다. 또 저녁에는 퓨전콘서트가 열린다. 아쟁, 가야금 연주와 어우러지는 가곡의 멜로디는 할머니 옛날이야기를 대신해 고택의 밤을 더 따스하게 만든다.

찰방공종택은 종갓집이다. 송소고택보다 규모는 작지만 종갓집 며느리의 알뜰한 살림살이를 엿볼 수 있다. 가까운 곳에 주인 어른의 처소가 있어서인지 이곳은 세 고택 중 ‘고택살이의 현재’가 가장 실감난다. 이곳에서 다도체험도 하고 이 마을 이장인 종부 어른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즐겁다.

주왕산 주봉의 반영
주왕산 주봉의 반영

◆주왕산 맛보기

청송까지 와서 그냥 가긴 서운하다. 주왕산은 계절마다 욕심나는 산이다. 해발 720m로 높은 산에 속하진 않지만 기암절벽이 병풍을 이루고, 물이 많고, 폭포도 많다. 발 떼기가 무섭게 새로운 비경이 나타나 여행자는 감탄을 멈출 수가 없는 곳이다.

원래 이름은 석병산이었다. 이름처럼 돌이 많아서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이다. 산이 깊고 험해 신라 말 당나라의 주왕이 은거했다고 하여 후에 주왕산이 됐다. 돌산이 험하다고는 하지만 여행자가 오르는 등산로 정도는 오히려 쉬운 편이다. 그러니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용추폭포까지 만이라도 가보자. 천천히 계곡을 보며 걷다 보면 물에 비치는 주봉의 반영이 신비롭다. 잘생긴 대칭형 봉우리로 안개라도 살짝 끼면 누군가가 하늘에 저 부분만 그려 넣은 것 같다. 큰 바위계곡을 지나면 어느새 폭포에 다다른다. 노력 대비 얻은 경치가 아름다워 조금 더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이어서 절구폭포, 용연폭포, 달기폭포는 한번씩 걸음을 멈출 구실이 된다. 비경은 지친 마음과 몸에 에너지를 줘 배고프고 힘든 것도 모르고 당초 계획보다 꽤 높이 오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여행은 산행 길에 먹는 초콜릿 같은 것 아닐까. 힘이 되고, 즐거움이 되고, 다시 시작할 원동력이 된다. 그런 면에서 청송여행은 참으로 달다. 볼 것 많고, 이야기 많고, 즐거움과 먹을 것도 많으니 한번으로는 아쉽다. 다음 계절이 궁금해지는 청송에 다시 올 여지를 남긴다.

● 여행 정보

☞ 청송백자전수장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 서안동IC에서 ‘안동’ 방면으로 우측 3시 방향 - 경서로 - 법흥교 진입 후 경동로 - 송천교차로에서 ‘영천, 예천, 건동대학교’ 방면으로 우회전 - 34번 국도 - 남순환로 - 인덕터널 - 충효로 - 청송교차로에서 ‘대구, 포항, 주왕산국립공원’ 방면으로 우회전 - 청송로 - 청송터널 - ‘대전사, 주왕산국립공원’ 방면으로 좌회전 - 부동로 – 법수길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청송백자전수장: 검색어 ‘청송백자전수장’ /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신점리 86
덕천마을: 검색어 ‘덕천마을’, ‘청송 송소고택’ / 경상북도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15-2
주왕산: 검색어 ‘주왕산 입구’ /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공원길 169-7

< 주요 정보 >
청송관광
054-873-0101 / http://tour.cs.go.kr

청송백자전수장
054-873-7744 / http://www.csbaekja.kr
청송백자만들기, 도예체험: (1인) 1만~3만원

청송참소슬마을 (덕천마을)
054-873-7686 / http://cham.go2vil.org
천연염색, 민속놀이, 다도, 와부작 체험 등: (1인 각) 5000~2만원
테마퓨전콘서트 진행

주왕산
054-873-0014 / http://juwang.knps.or.kr
관람료: 2800원

< 음식 >
심부자밥상: 송소고택 며느리가 운영하는 한식당이다. 정갈한 심부자네 밥상을 맛볼 수 있다.
아침 8000원 / 정식 1만5000원
054-874-6555 / 경상북도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 198

송이가든: 송이버섯전골이 주메뉴인데,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맑은 국물을 선보인다. 국물맛이 시원하고 쌀밥 자체의 맛이 좋다.
송이버섯전골 3만~5만원 / 송이된장백반 1만원 / 삼계율무토종닭백숙 5만원
054-874-0066 /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주왕산로 504

송림정: 중평솔밭에 자리잡은 한정식 전문점이다. 따뜻한 묵사발, 세발나물, 더덕무침 등 지역색이 살아있는 개성있는 조리법을 선보인다.
한정식 2만~3만원 / 한방닭백숙(4인) 5만5000원 / 매운탕(4인) 6만원
054-873-6300 / 경상북도 청송군 파천면 중평리 37-4

< 숙소 >
덕천마을 고택
송소고택: 054-874-6556 / http://www.송소고택.kr
송정고택: 010-3891-2622 / http://blog.naver.com/peacej3012
찰방공종택: 010-9502-7611 / http://blog.naver.com/kssoo111

민예촌: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를 테마로 고택 7채와 함께 한옥주막, 전통식 조경 등이 어울린 한옥마을이다. 청송군 덕천리의 초전댁을 옮긴 대감댁, 송소고택을 옮긴 정승댁, 청송군 진보면 송만정을 옮긴 훈장댁 등 청송지역의 도지정 문화재나 중요민속문화재를 재현했다. 고택에서 머무는 운치와 함께 현대식 건물의 편리함을 갖춰 가족단위 여행자나 단체 행사에 숙소로 사용하기 좋다. 민예촌은 청송백자전수장과 청송 수석꽃돌박물관과 함께 자리잡아 위치의 편리함까지 갖췄다.
생원댁(방2)~대감댁(방8): 10만~45만원
예약문의: 054-874-9098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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