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리더십·솔직함'에 푹 빠지다

머니위크 선정 '올해의 인물' 12인 / 문화부문 1·2위 이순신·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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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갑오년(甲午年)이 저문다. 세월호에 슬펐고 이순신에 열광했고 윤일병에 가슴 아팠다. 유독 다사다난했던 2014년, 대한민국을 울고 웃고 화나고 슬프게 만든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머니위크>가 직장인 400명의 입을 통해 '올해의 인물 12인'을 선정했다.
올 한해에는 문화계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안에 등장한 주인공들은 때로는 박수를, 때로는 질타를 받았다.

예능프로그램 <1박2일>로 유명해진 나영석 PD가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등을 잇달아 히트시켜 주목받았고 최근 스크린에서 보기 힘든 배우 김보성도 대한민국에 ‘의리열풍’을 일으키며 최고의 CF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올해 문화계에서 주목받은 최고의 인물은 ‘성웅’ 이순신과 ‘천송이’ 전지현이다.

<머니위크> 설문조사 결과 ‘올해의 인물’ 문화부문에는 이순신이 232표(58.0%)로 1위, 전지현이 169표(42.3%)로 2위를 차지했다. 역사 속 영웅 이순신은 영화 <명량>으로 그의 리더십이 재조명받았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히로인 전지현은 아시아에 ‘천송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로 분한 전지현. /사진=머니투데이 DB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로 분한 전지현. /사진=머니투데이 DB
최단기간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이순신. /사진=머니투데이 DB
최단기간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이순신. /사진=머니투데이 DB

◆이순신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올 한해 문화계는 이처럼 이순신과 전지현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이 둘에게 열광한 이유는 뭘까. 불멸의 영웅 ‘이순신’과 전지현이 분한 캐릭터 ‘천송이’를 만나 가상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장소는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먼저 도착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동상과 똑같은 갑옷을 입고있지만 뿜어내는 기운은 더욱 강렬했다. 곧이어 천송이도 도착했다. 선글라스에 모자를 푹 눌러썼지만 누가봐도 한류스타 천송이다. 아직도 인터넷상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천송이 코트’를 걸쳤다.

천송이: 기자님, 그리고 장군님 쏘리. 도매니저가 또 사라졌지 뭐예요. 급하게 직접 차를 끌고 오다보니 조금 늦었어요.
천송이의 농담? 덕분에 분위기가 한결 편해졌다. 이순신과 천송이. 공통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막상 한자리에 모이니 제법 잘 어울린다. 두 사람에게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소감을 들어봤다.

이순신: 영화 <명량>의 흥행도 있었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어두운 현실이 나 같은 역사 속 영웅을 그리워 한 게 아닌가 싶소.

그렇다. 우리가 이순신에게 열광한 것은 리더십 부재인 대한민국의 현실과 연결돼 있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국민들이 비약한 해군을 지휘해 역사상 최고의 승리를 일궈낸 이순신을 통해 용기를 얻으려 한 것이다.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명량>이 작품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상 유례없는 관객 1761만명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순신: 임진년에도 모두가 벼랑끝으로 몰려 힘들어 했소. 하지만 당시 우리는 살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았소. 오히려 죽기 위해 싸웠던 것이오. 병법에도 ‘죽으려고 하면 살고. 살려고하면 죽는다’고 나와 있지 않소.

현재의 어려운 상황도 모두가 합심해 죽을 각오로 임하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장군의 설명이다. 단호하고 확고한 그의 말에는 백성과 나라를 생각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선장과 선원이 도망가고 애꿎은 아이들만 죽게 한 대한민국의 현실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이순신: 아직 끓는 피가 식지 않은 나의 부하들을 믿었고 나라의 명운을 두 어깨에 멘 조선수군의 애국심을 믿었소. 그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소.

리더가 없는, 리더가 도망간, 누구도 리더를 믿지 않는 사회에 살면서 좌절한 우리가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갈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 /사진=뉴스1 최진석 기자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 /사진=뉴스1 최진석 기자
전지현.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전지현.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천송이 “평소 덤벙거려도 일할때는 철저하게”

이제 천송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송이: 올 한해 저 때문에 난리였던 거 모르세요? ‘천송이 립스틱’, ‘천송이 가방’, ‘천송이 잠옷’ 등 제가 먹고 입고 쓴 모든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잖아요. 한국, 중국 그리고 대통령까지 모두 제 팬이 됐죠.

사실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지난해 12월 첫방송된 이후 올해 2월 막을 내릴 때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숱한 화제를 낳았다. 특히 극중 인물인 천송이에 대한 관심은 ‘천송이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신드롬은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천송이 앓이는 해외 한류열풍으로 확산되며 아시아 각지에서 천송이 패션아이템을 구입하려는 요청이 쇄도했다. 중국 대륙에 몰아친 ‘치맥(치킨+맥주)열풍’도 천송이 효과 중 하나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소비자들이 국내의 복잡한 온라인 결제시스템 때문에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없다고 지적했고 이후 정부는 간편결제서비스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천송이: 스타도 똑같은 사람이에요. 기쁠 때는 입이 찢어져라 웃고 슬플 때는 마스카라가 번지는 것도 모른 채 울어요. 저도 실제로는 얼마나 덤벙거리는데요. 하지만 일은 깔끔하죠. 그게 바로 천송이에요.

백치미가 물씬 풍기는 천송이의 매력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전지현이다. 지난 1999년 드라마 <해피투게더> 이후 14년 만에 안방으로 복귀한 스타배우 전지현은 자신의 모습과 똑같은 톱스타 천송이 캐릭터를 완성도 높게 연기했다. 특히 술 마시고 진상을 부리거나 유행가를 따라 부르며 실연의 아픔을 달래는 등 철저하게 망가진 모습을 과감하게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스타도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과 슬픈 일이 많았던 2014년. 한류스타 천송이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모두가 웃을 수 있었다. 천송이로 분한 전지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짧은 인터뷰가 끝났다. 마지막 인사도 이순신다웠고, 천송이스러웠다.

이순신: <명량>에서 결전을 앞뒀을 때 조정에서 남은 배를 버리고 육지로 올라오라고 했소. 하지만 ‘아직 12척의 전선이 남아 있다’며 거절했고 결국 승전보를 올렸소. 어렵고 힘든 시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소. 하지만 언제나 희망은 있기 마련이오. 모두가 비장한 마음으로 달려든다면 반드시 천행(天幸)이 따를 것이오.

천송이: 모두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요. 힘든 일 있을 때는 천송이표 치맥 한잔하고 그냥 풀어버리세요.

'올해의 인물' 선정, 어떻게?

서울에 거주하는 남녀직장인 40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SNS 등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기간은 지난 12월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이었으며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세계 등 총 6개 분야에서 각 2명씩 '올해의 인물'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인 2표제이며 통계치는 이백분율을 기준으로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병화
김병화 mttime@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위크 김병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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