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훈풍, '정치 볼모'에 삭풍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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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차게 맞이했던 갑오년(甲午年)이 저물고 있다. 올 한해 부동산시장에는 적잖은 바람이 몰아쳤다. 그 중심에 선 정부는 굵직굵직한 부동산정책을 잇달아 내놨고 그때마다 시장은 술렁였다. 한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침체의 늪에 빠졌던 부동산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암울한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대책 넘쳤지만 “쓸모가 없다”

“정부정책이요? 많이 내놓기는 했죠. 하지만 현실은 바뀐 게 없잖아요. 집 없는 서민들이 여전히 월세를 전전하고, 그나마 내집 마련까지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던 전세조차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여의치 않잖아요. 당장 내년 3월에 전세계약이 끝나는데 벌써부터 밤에 잠이 오질 않아요.” - 경기도 부천 A빌라에 전세로 거주 중인 주부 김모씨(32)

지난해 첫아이를 출산한 결혼 3년차 주부 김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속상한 심정을 밝힌다. 돈이 없어 월세, 전세를 전전하는 서민들의 삶은 올해도 여전히 괴로웠다.

정부는 올해 총 3번의 큼지막한 부동산정책을 발표했다. ▲2·26 임대차 선진화 방안 ▲7·24 경제대책 ▲9·1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 등이다.

먼저 2·26대책은 부동산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책의 핵심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시장의 극심한 반대에 사실상 백지화됐지만 시장의 열기는 이미 식어버렸다. 임대소득 과세 여부를 놓고 정부가 오락가락 하는 동안 다주택자들의 주택구매 심리는 위축됐고, 이는 곧 전세의 월세 전환을 부추기며 전셋값 상승에 일조했다. 일부 집주인은 오른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하면서 이 사실을 월세계약에 반영하지 않고 이면계약을 통해 현금을 받기도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후 야심차게 내놓은 7·24대책은 나름 기대감을 불러왔다. 그동안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꼭 풀어야 할 '대못 규제'로 꼽힌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기준 완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무주택자들이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다며 생색을 냈다.

서민들은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부동산써브 조사결과 규제완화 발표 이후 주택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8월 한달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시가총액이 1조7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재건축연한 단축과 청약제도 개편,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등이 담긴 9·1대책까지 나오자 부동산시장은 더욱 달아올랐다. 매매가격은 9월 0.23%에서 10월 0.29%로 올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늘어나는 가계부채 부담에 지갑을 닫아버린 서민들이 내집 마련의 꿈을 접어버린 것이다.

경기도 시흥시 조남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LTV와 DTI 대출규제 완화는 결국 대출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줄테니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라는 일종의 유인책이었다”며 “가계빚 증가에 부담을 느낀 서민들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9·1대책도 가진 자들을 중심으로 한 거래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대책을 통해 전매제한과 거주의무기간이 축소됐는데 세부내용을 살펴보니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 미만인 강남·서초·위례신도시 등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토끼몰이'에 지친 서민들은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희망도 크지 않다. 현실성 있고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건설사 “살아났지만… '부동산 3법' 통과돼야”

올 한해 정부정책과 부동산시장에 대한 건설사들의 평가는 서민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다는 것.

일단 올해 상반기까지는 건설사들의 사정도 그리 좋지 못했다. 여기에는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핵심인 ‘2·26 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세금부담과 임대소득 노출을 꺼린 다주택자들이 주택구매를 중단함에 따라 집값은 하락했고,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주택공급에도 차질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월 0.20%까지 상승했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변동률은 3월 0.14%, 4월 0.04%, 5월 0.03%, 6월 0.02%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A건설사 관계자는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자체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현재 시장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섣부른 정책이었다”며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하자 ‘좀 더 지켜보자’고 판단해 예정된 분양계획을 연기하는 건설사도 다수였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잇따른 분양연기에 일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었다.

고전을 면지 못하던 건설사들은 하반기부터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7·24대책과 재건축 허용연한 축소·청약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 9·1대책, 여기에 장기화되는 저금리기조까지 맞물리면서 특히 분양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분양에 돌입한 단지들은 완판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10월 분양에 나선 ‘위례자이’는 일반공급 451가구에 대해 1순위에서만 청약자 6만2670명이 몰리며 평균 1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지난달 부산에서 분양한 ‘래미안 장전’은 1순위에 청약통장 14만개가 쏟아지며 올해 전국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건설사들의 고민거리인 미분양도 적잖게 해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물량은 전월보다 5.3% 감소했다. 미분양 주택은 연초부터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7월 5만1367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8월부터 두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모처럼 불어온 훈풍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발길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하반기에 한숨 돌린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씩 열기가 식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당장 훅 꺼지진 않겠지만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재건축조합원 1인 1가구제 폐지 등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3대 부동산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병화
김병화 mttime@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위크 김병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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