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숫자 달린' 목표를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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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시작되는 시점에 해야 할 일 가운데 재정계획을 세우는 일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거대한 조직인 정부나 기업은 물론 몇명의 가족으로 구성된 가정도 마찬가지다.

무계획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거나 가정을 이끌면 경제적 상황이 좋아지는 속도가 더뎌진다. 여기에 주변여건이 비우호적으로 변하면 경제적 상황은 빠른 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 똑같은 수입으로도 알차게 살아가는 가정이 있고 그렇지 못한 가정이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가 어려울수록, 미래가 불안할수록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정답은 없다. 다만 목표에 따라 달라야 한다. 목표 역시 각자의 사정과 성향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른 만큼 가정마다 개인마다 똑같이 정할 수 없다. 재정계획을 세울 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재정목표다.

◆재정목표, 가족 간 합의 필요

연간 단위로 세우는 재정목표는 자녀의 미래 및 부부의 노후까지 내다보면서 장기적으로 지향하는 삶의 방향에 부합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가족 구성원 모두의 합의가 필요하다. 재정목표를 세운 후에는 예산을 짜고 자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한다.

재정목표의 기본은 균형재정을 바탕으로 총 저축액을 얼마 이상 늘리거나 부채를 얼마 이하로 줄이는 것이 돼야 한다. 세부적인 목표에는 ▲아이 학자금 마련 ▲내집 마련 ▲내집이 있을 경우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평형 늘리기 ▲운영 중인 가게 리모델링 ▲차 바꾸기(구입한 지 10년 이상) ▲결혼 후 처음으로 해외여행하기 등 돈과 관련된 것을 모두 포함하면 된다.

여러 목표는 올해 특정시기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와 연말까지 달성할 목표로 구분한다. 아이 학자금을 내야 할 시기, 여행가는 시기, 가게 리모델링 시기 등을 미리 정한 후 그에 필요한 경비를 시기에 맞춰 우선적으로 빼놓는다.

전세로 살면서 내집 마련이 목표라면 전세계약 만료기간에 따라 이사시기를 정해 놓아야 한다. 보유한 집의 평형을 늘린다면 현재의 집 가격과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을 합해 적정수준 가격대의 원하는 집을 찾을 때 이사할 것을 염두에 두고 연초부터 틈틈이 발품 파는 게 필요하다.

목표로 하는 올해의 총 저축액과 줄여야 할 부채금액에 대해서는 도달시기를 연말로 설정하지만 실제로는 1년 내 아무 때나 달성해도 좋다고 보고 'ASAP'(as soon as possible: 가능한 빨리)로 간주한다. 도달시기가 빨라진다면 연말에는 연간목표를 초과달성하는 셈이다.

 
[이건희칼럼] '숫자 달린' 목표를 세워라

◆목표엔 숫자를 수반하라

모든 목표는 숫자를 수반해야 한다. 그래야 그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비용을 계산할 수 있고 실천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다. 고정된 수입으로 모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길 경우에는 줄여야 할 지출규모가 계산된다. 꼭 필요한 지출항목과 금액을 예산에 넣은 후에도 목표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부 목표에 대해서는 금액을 조정한다.

집을 사려는 이유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목적이 아니고 장기적으로 주거안정을 위해서라면 살고 있는 동네의 아파트 매매가가 당장 큰 변동이 없는 경우 우선순위를 낮춰 내집 마련 시기를 내년으로 넘겨도 된다. 자동차에 근본적 문제만 없다면 교체하는 것 역시 낮은 순위에 놓으면 된다.

대신 올해 목표로 하는 총 저축액의 달성은 양보 없이 가장 높은 순위에 놓는다.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가게 리모델링이라면 이 역시 꼭 해야 할 목표에 넣는다. 결혼 10주년 기념 해외여행이라면 미루지 말고 여행지만 애초 희망지보다 약간 더 가까운 곳으로 변경해 경비를 줄인다.

세부조정을 끝내고 연말까지 달성할 총 저축액 및 줄여야 할 부채금액을 확정했다면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매달 필요한 저축금액을 계산하고 그 금액을 월수입에서 빼 매달 평균 지출금액을 계산한다. 여기서 수입은 고정적인 것으로 가정하지만 가정에 따라서는 올해부터 부업을 통해 추가로 돈을 버는 등 수입에 관한 목표를 세울 수도 있다.

◆최소·최대 지출금액을 정하라

목표로 하는 월별 총 지출금액이 정해지면 항목별 예산을 세운다. 지출예산의 각 항목에 대해서는 매달 사용할 평균금액을 우선적으로 정한다. 이에 덧붙여 최소한 써야할 금액과 최대한 넘지 말자고 다짐한 금액도 정한다.

예컨대 교통비는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만을 이용해 출퇴근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금액으로 설정하고 대중교통이 끊기는 자정 이후 택시를 타고 집까지 오는 데 드는 비용과 경험에 근거해 예상되는 기타 교통비를 더해 최대한 넘지 말아야 할 교통비를 산정한다.

외식비는 매달 최소한 써야 할 금액이 0원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다른 항목의 지출이 늘어나는 달에는 외식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매달 최대한 넘지 말아야 할 외식비를 6만원으로 설정한다면 다른 항목의 지출이 평소보다 줄어들어 돈의 여유가 늘어나도 그 이상의 지출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6만원으로 4명 가족이 1인분에 1만5000원인 넉넉한 식사를 한번 해도 되고 평범한 외식을 두어차례 나눠 해도 된다. 이처럼 지출금액을 맞추되 지출방법은 정하지 않는 것이 낫다.

항목별 최소·최대 사용금액을 정하는 것은 항목별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지출에 융통성을 부여해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자산관리의 총괄적인 목표달성을 가능케 한다.

매달 목표로 하는 총 지출액을 초과한 달이 생길 경우에는 그 다음달 항목에 따라서 최소한 써야 할 금액까지 지출을 줄여 총 지출액을 낮춘다. 즉 그 전달에 초과한 생활비는 다음달에 줄여서 펑크 난 상황이 두달 이상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연간 단위로는 재정목표에 무난히 도달할 수 있다.

이처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음에도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목표달성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소비습관을 고쳐야 한다. 잘못된 소비습관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재정문제에 시달린다. 소비습관을 바로 잡고 합리적인 지출을 위해서라도 재정목표를 뚜렷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건희 재테크칼럼니스트
이건희 재테크칼럼니스트 bank@mt.co.kr  | twitter facebook

금융을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금융 출입 기자입니다. 독자님들의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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