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서울역고가 공원화에 뿔난 상인들

사라지는 고가, 서울의 재탄생 / '졸속 추진'에 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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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970년대 고가도로는 서울의 골칫거리인 교통난을 해소하고 도심 과밀화를 막아준 고마운 존재이자 서울의 발전을 상징하는 거대한 홍보물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고가도로들은 경관을 해치고 발전을 가로막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며, 하나 둘 철거되고 있다. <머니위크>는 지난 40년간 수도 서울의 발전에 이바지했던 고가도로가 왜 사라질 수밖에 없는지, 철거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해 10월12일 1만여명의 서울시민이 서울역고가도로를 걸었다. 지난 1970년 준공행사 당시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테이프 커팅식을 위해 걸어간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보행공간으로 개방된 사례가 없는 서울역 고가도로는 이날 44년 만에 처음으로 보행자에게 개방됐다.

지난 2006년부터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서울역고가도로는 지난 2008년 감사원의 안전검사 결과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듬해인 2009년부터 3톤 이상의 화물차와 버스 등의 통행이 제한됐다. 서울의 심장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며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겨진 서울역고가도로가 반세기를 거치며 생명력을 다한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013년 그해 안에 코레일, 철도시설공단과 협의를 마무리한 뒤 기존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새 고가도로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는 돌연 '공원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역고가는 도시 인프라 이상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갖는 산업화시대의 유산으로서 철거하기보다 원형을 보존하는 가운데 안전, 편의 및 경관을 고려한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시민에게 돌려드리기로 했다"며 "버려진 폐철로를 활기찬 도시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킨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뛰어넘는 선형 녹지공간으로 재생시키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20일 서울시의회는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사업에 118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자료제공=서울시
/자료제공=서울시

 
◆남대문 상인들 "거래처 잃을지도…" 반발

서울역고가도로를 둘러싼 서울시의 이 같은 처사에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고가도로가 폐쇄되면 남대문시장을 비롯한 주변상권이 죽을 것이며 기존 고가도로를 이용해 제조업체로부터 물품을 들여오고 소매점으로 보내던 상인들은 너무 먼거리를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영업과 매출에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역고가도로는 만리동과 남대문시장을 바로 잇는 유일한 통로로 이 고가가 폐쇄될 경우 남대문로와 세종대로, 염천교 등 도심지 주요도로가 혼잡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민호 남대문시장 상인회 본부장은 "많은 상인들이 약속된 시간에 물품을 배달하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라며 "멀쩡히 다니던 길이 사라져 매출감소는 물론 거래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대문시장의 상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9년부터 고가도로로 버스가 지나가지 못해 퇴계로와 인접한 회현역 5번출구 근처의 상점들은 매출이 반토막 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고가가 신설돼 버스노선이 이전처럼 정상화되고 상권도 다시 살아나기만을 기대하던 실정이다.

해당지역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56) "앞을 지나가던 버스노선이 사라지면서 매출이 30~40% 떨어졌다"며 "서울시 관계자가 저녁 7시쯤 이 방면을 한번만 돌아다녀 보면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항의에 대해 서울시는 교통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역고가도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이유국 주무관에 따르면 현재 서울역고가도로를 통과하는 일 평균 5만대의 차량 중 60%는 단순 통과목적 차량이다. 따라서 이러한 통과목적 수요를 4개 경로의 장거리 우회로로 유도하고 동서로 이동할 수 있는 교차로를 신설해 단거리 우회로를 확보하면 교통난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전문가들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또한 보행자를 위한 고가도로가 랜드마크화 되면 관광객이 늘어나 상권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며, 버스회사와 협의를 통해 현재 퇴계로 방면에 편도로 운영되는 8대의 버스를 왕복으로 다닐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생존권 위협하는 탁상행정도 도마

하지만 이와 같은 서울시의 대책에도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이는 시정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직결된다. 청계천 복원 등 시가 추진한 사업의 경우 해당지역을 기반으로 생업을 이어가던 상인들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민호 본부장은 "지난 2013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존의 고가를 허물고 같은 형태의 고가도로를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런데 한순간에 일방적으로 말을 바꿔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서울역고가도로가 공원화로 랜드마크화 되면 상권이 더욱 살아날 것이라는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서도 "관광객과 남대문시장의 주고객은 다르다"며 "관광객이 늘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생각은 상인들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시장이란 공간을 너무 추상적이고 낭만적으로 생각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고가도로 철거 후 신설하는 것에 대한 예산 부담으로 '궁여지책'을 짜낸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D'급 재난위험시설물로 분류된 서울역고가도로의 위험요소를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조속사업으로 분류해 놓고 철거가 아닌 공원을 조성한다는 서울시의 설명은 개연성을 찾기 힘들다.

또한 당초 서울역 북부역세권사업과 관련해 400m상당의 대체고가를 설치하겠다던 안이 있었지만 어느새 고려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 "대체고가도로 계획은 취소된 것이 아니라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과 병행돼야 하므로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을 거듭하는 서울역고가 프로젝트에 대해 전문가들은 '너무 급하게 추진한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시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사업진행 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져 주변 상인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것.

이정형 중앙대 건축과 교수는 최근 열린 서울역고가 프로젝트 시민토론회에서 "아무리 프로젝트 내용이 좋다고 해도 주민들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서울역고가의 경우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인상을 줘 시민들이 반대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 서울시가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미국의 하이라인파크의 경우 주민들과 관료들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 협의한 끝에 탄생했다. 이민호 본부장은 "서울시가 설명회를 갖고 주민, 상인들과 토론을 갖는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실상은 통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남대문시장의 한 상인 역시 "꽃길이 조성돼 경관이 환해지면 우리도 좋지만 생존권이 걸린 만큼 가장 먼저 우리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윤신
최윤신 chldbstls@mt.co.kr  |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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