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보험, '바꾸고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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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험사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규제는 강화된 데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영업환경이 악화돼서다. 올해도 이런 기조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은 생존에 대한 불안감에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KB생명, 메리츠화재 등 일부 보험사는 최근 수장까지 바꿨다. CEO를 교체해서라도 도약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불필요한 조직은 통폐합하고 임원 수를 줄였다. 반면 수익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영업부서는 최대한 몸집을 불렸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아예 부회장직을 없애기로 했다. 낙하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KB·메리츠, 새 수장 맞이

생명보험업계에서 인사와 관련 가장 눈에 띄는 회사는 KB생명이다. 올해 KB금융그룹은 대부분 내부출신의 'KB맨'들을 계열사 경영진 자리에 앉혔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수장과 임원들을 대거 물갈이했다. 하지만 KB생명 사장직에는 외부출신을 선임했다. 보험업계에서 '거물급' 인사로 통하는 신용길 전 교보생명 사장을 영입한 것.

신 사장은 교보생명 법인고객본부장, 총괄운영지원담당,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을 두루 거친 인물로 20년 이상 보험업계에 몸담아온 보험전문가다. 그만큼 이번 인사는 KB금융이 KB생명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길 KB생명 사장
신용길 KB생명 사장

사실상 KB생명은 KB금융지주 내에서도 존재감이 미미한 상태다. 생보협회 공시에 따르면 KB생명 자산 총계(지난해 9월 기준)는 7조5529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신한생명의 총자산은 21조원이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계열사 자산규모라기에는 미미한 액수다.

KB금융은 최근 LIG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하면서 영역을 손해보험으로 확대했다. KB금융은 그룹 차원의 시너지 강화를 위해 마케팅본부도 신설했다. 신설된 부서는 영업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KB 측은 설명했다.

수장이 바뀌면서 KB생명 내부에는 화색이 도는 분위기다. KB생명 관계자는 "새로운 사장이 취임한 후 몸집이 작은 KB생명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영업력 극대화에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신 사장은) 방카슈랑스 외에 판매채널을 변화시키면서 영업부분에 총력 지원할 것"이라며 "윤리경영을 중요시하는 만큼 타사에서 설계사를 빼오는 것이 아닌 전문설계사를 키워 정착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은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연배 부회장이 조직 슬림화 작업에 돌입한 것. 또한 신한생명은 본부장, LIG손해보험은 부서장 인사를 단행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의 대규모 인사조치가 단연 화제다. 메리츠화재 내부에는 그야말로 칼바람이 불었다.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남재호 전 사장이 지난달 돌연 사퇴한 데 이어 임원들은 해임통보를 받고 회사를 떠났다. 설립 92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유난히 지독한 한파를 맞은 탓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순익이 전년보다 20%가량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에 달했다.

그 타개책으로 수장 교체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사장 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하고 강영구 전 보험개발원장은 윤리지경영실장(사장)으로 영입했다. 투톱체제로 변경한 것이다. 특히 강 사장은 보험감독원에 입사해 금융감독원 보험검사국, 보험감독국 등을 거쳐 보험담당 부원장보 등을 지낸 보험통이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

또한 메리츠화재는 방대했던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사장 자리를 포함한 34개 임원직 가운데 19개를 없애고 15개만 남겼다. 기존 8총괄 31본부였던 본사 조직의 본부(총괄)제를 없애고 총괄은 '실'로, 본부는 '팀'으로, 팀은 '파트'로 격하했다. 예컨대 경영관리본부와 전략기획본부의 경우 통폐합해 경영관리팀으로, 인사총괄본부는 인사총무팀으로 축소하는 식이다.

절반가량의 임원이 한꺼번에 옷을 벗었다. 해임통보를 받은 임원은 경영총괄담당 전무와 경영관리본부장, 신사업본부장 등 핵심 경영진들로 임원 34명 가운데 16명이다.
메리츠화재는 이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구조조정이 아닌 조직개편"이라며 "한번도 구조조정을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이번 인사를 두고 지난해 실적악화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고 지적한다.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실적도 부진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남 전 사장에게 물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공시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3분기(7∼9월) 순이익은 363억1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7% 감소했다.

위기의 보험, '바꾸고 줄이고'

◆협회, '금피아' 논란 원천차단

앞으로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금융협회 부회장 자리가 없어질 전망이다. 그간 금융협회 부회장 자리는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속속 꿰찼다. 금감원에서 협회, 협회에서 금융사로 이동하면서 한자리씩 차지하는 게 '금피아'의 주요 절차였다. 따라서 금융협회 부회장 내정자가 발표될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융협회는 현재 부회장들의 임기가 끝나면 후임을 뽑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발생하는 논란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가장 먼저 총대를 멘 곳은 손보협회다. 금융협회 중 장상용 손보협회 부회장의 임기만료가 가장 빨라서다. 장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만료된다. 이후 손보협회는 부회장 자리를 없애고 수석 상무 또는 전무직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손보협회 측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사안"이라며 "아직 확실히 결정된 건 없다"고 경계했다.

생보협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수상 생보협회 부회장의 임기가 오는 9월 끝난다. 장상용 부회장과 오수상 부회장은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협회의 부회장직이 없어지면 두 부회장은 생·손보협회의 마지막 부회장이 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박효선 rahs135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증권팀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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