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황의 컴백', 힘 있는 금투협 만들까

CEO In & Out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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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제3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낙점됐다.

지난 1월20일 열린 금투협회장 선거에서 황 당선자가 단번에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 50.69%의 득표율을 기록한 황 당선자의 승리였다. 2차 투표를 거치지 않고 단번에 당선된 것이다.

이는 황 당선자 본인조차 의외로 받아들일 정도였다. 그는 투표가 끝난 직후 금투협 기자실을 찾아 “불과 5분 전까지만 해도 박빙으로 알고 있었고 과거처럼 2차 투표까지 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영기가 돌아왔다. ‘떠난 사람’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 그의 열정에 ‘대우출신’ 반감 겹쳐

황 당선자가 여의도 증권가를 떠난 것은 지난 2004년 삼성증권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다. 이후 금융권으로 자리를 옮긴 황 당선자는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다 지난 2009년 당국의 제재를 받고 물러났다. 황 당선자가 우리은행장 시절 투자했던 파생상품에서 손실이 난 것에 대해 금융당국이 책임을 물은 것.

당시 황 당선자는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후 쫓겨나듯 KB금융 회장직을 내려놔야 했다. 이후 당국의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벌인 그는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투사’로서의 이미지를 얻었지만 대신 한동안 업계와 거리를 뒀다.

차병원그룹 부회장과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재직하던 그가 금융권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 2013년이다. 그는 당시 금융투자협회 공익이사로 합류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금투협 공익이사는 일종의 사외이사여서 ‘돌아왔다’고 표현하기엔 부족하지만 황 당선자가 다시 금융계에 발을 걸쳤다는 것만으로도 업계 CEO로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돌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칩거하듯 조용히 지내던 황 당선자의 움직임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금융투자업계를 바꿔보겠다며 지난해 11월께 협회장 출마의사를 밝힌 것. 황 당선자는 지난해 12월9일 금투협 공익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164개 회원사를 모두 찾아다니며 표심을 움직였다.

업계에서는 황 당선자의 당선과 관련해 반(反) 대우정서와 정견발표가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본래 가장 유력후보로 지목됐던 이는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이었다. 최근까지 대우증권 사장으로 재직해 업계를 잘 아는 데다 평판이 워낙 좋아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김 사장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문제는 ‘출신’이었다. 황건호 초대 금투협회장이 과거 대우증권 부사장을 역임했고 박종수 현 회장도 대우증권 사장 출신이다. 따라서 자연스레 대우출신에 대한 반감이 생기며 그 표가 황 당선자에게 몰렸다는 것.

더불어 투표 직전 정견발표 시간에 황 당선자의 발언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이번 선거에 참석했던 증권업계 고위관계자는 “정견발표를 들어보니 다른 후보의 경우 회장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명확한 그림이 없이 추상적인 느낌이었다”며 “반면 황 당선자는 증권, 선물,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 업권별로 세세하게 처한 상황과 문제점을 두루 짚어 금융투자업계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열정이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사진제공=금융투자협회
/사진제공=금융투자협회

◆ 당국과의 관계, 미지수

이번 선거에서 절반이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단번에 당선된 황 당선자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힘 있는 협회, 섬기는 협회’를 내세워 당선됐지만 여전히 얼마나 업계에 기여할지 단언하기 어려워서다.

박종수 현 금투협회장은 그간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금투협 노동조합이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와 소통할 수 있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후보가 추천되길 갈망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을 정도다.

협회는 민간단체지만 금융당국의 피검대상이기도 하다. 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지적한대로 지난 3년간 금투협은 금융위의 이전문제, 회비구조 개선문제,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방안 등 여러모로 금융위와 마찰을 빚었고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문제는 황 당선자 역시 과거 KB금융 회장 시절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황 당선자가 내놓은 공약 또한 금융당국과의 밀접한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당시 ▲시장기반 확충 ▲제도와 규제의 선진화 ▲업계의 글로벌화 지원 ▲금융투자업계 임직원들의 역량 제고 및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세부적으로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 주식투자 비중 확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정착 지원, 한국형 개인저축계좌 조기(ISA) 정착, 소득공제 장기펀드 가입대상 확대, 펀드과세 개선방안 모색 등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거래세 인하와 파생상품 시장규제 완화, 방문판매법 조속입법 추진, 해외투자펀드 분리과세 등과 같이 업권별로 시급한 현안에 대한 해결도 약속했다.

그가 내놓은 공약은 다수다. 게다가 실천하기 위해서는 ‘법’을 바꿔야 한다. 국회가 이를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기본이다.

시장에서는 “힘 있는 회장이 와서 기대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반대로 그가 과거 당국과 갈등을 빚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반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도 표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과반수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제3대 금융투자협회장 자리에 오른 황 당선자. 그가 어려운 금투업계를 잘 이끌 수 있을지 업계와 시장의 시선이 그에게 쏠려 있다.

☞ 프로필
▲1952년 경상북도 영덕 출생 ▲서울대학교 무역학과, 런던정치경제대학 졸업 ▲1982년 뱅커스트러스트 아시아담당 부사장 ▲1989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장 ▲1994년 삼성전자 자금팀장 상무 ▲1997년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 전무 ▲1999년 삼성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 ▲2001년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2008년 KB금융지주 초대회장 ▲2010년 차병원그룹 총괄부회장 ▲2012년 법무법인 세종 고문 ▲2015년 2월4일 제3대 금융투자협회장 취임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유병철
유병철 ybsteel@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위크> 증권팀 유병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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