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돌아온 승부사… 한화 '김승연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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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컴백했다. 지난해 3월 병상에 누워 공판장에 입장하거나 마스크를 쓴 채 힘 없는 모습으로 휠체어에 탄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김 회장은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로 지난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병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다가 작년 2월 파기환송심에서 극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복귀하자마자 김 회장은 현장부터 챙겼다. 그는 작년 12월8일 전쟁이 끝나지 않은 위험 지역이지만 해외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한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광어회 600인분을 들고 아라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한화건설과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광어회였다. 그가 광어회를 저녁상에 올릴 때 현지 직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앞서 작년 11월엔 삼성그룹의 방산 화학 계열사 4곳을 인수하는 빅딜도 성사시켰다. 삼성 빅딜은 그의 복귀 이전에 추진된 인수·합병(M&A)이다. 다만 재계에선 김 회장이 아니면 결코 성사할 수 없는 대규모 비즈니스로 보고 있다. 물론  최종 인수까진 인수자금 확보와 노조 합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지만 김 회장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한 건 분명하다.

한화의 내부도 변화를 맞고 있다. 그가 돌아오자 그룹 비상경영위원회가 사실상 폐지됐다. 사장 및 임원 인사를 결정하는 비상경영위는 김 회장이 복귀한 이래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미래 먹거리를 제시할 수장이 돌아오면서 더 이상 비상체제를 가동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회장 복귀'로 한화號 로드맵 완성

이처럼 김승연 회장이 그룹경영의 키를 다시 쥐면서 한화의 미래전략 퍼즐이 조금씩 맞춰지고 있다. 오너의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결단력이 한화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삼성그룹의 4개 계열사 인수다. 김 회장이 복귀한 시점에 한화는 이들 계열사를 1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M&A다. 이로 인해 한화의 주요 계열사는 줄줄이 글로벌 혹은 업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이라크 건설현장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이라크 건설현장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한화의 주력 사업인 방위사업 부문 매출 규모만 단숨에 2조6000억원대(작년 말 기준)로 높아졌다. 국내 방위업계 1위 위치다. 한화케미칼도 이번 M&A로 화학 분야 매출이 18조~20조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LG화학(연 매출 17조5000억원)과 롯데케미칼(16조4000억원)을 누르고 정상에 오른다. 한화의 모태인 진정한 한국화약그룹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재계 서열도 9위로 뛰어 올랐다. 최근 '땅콩 회황'으로 논란을 일으킨 한진그룹이 9위 자리를 한화에 내준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작년 1분기 기준 자산총액은 37조630억원으로 한진그룹(39조5220억원) 다음으로 재계 10위였다. 그런데 한화가 이번에 인수하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총 자산 규모는 약 17조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이를 포함할 경우 한화의 총자산 규모는 약 55조원으로 증가한다.

재계에선 김 회장이 한양화학(현 한화케미칼),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등을 인수하며 그룹을 키워온 승부사 기질을 다시 한번 발휘했다고 평가한다.

김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선택한 태양광사업도 재정비 중이다. 태양광사업 양대 축인 한화솔리원과 한화큐셀을 합병해 한화는 명실공히 중국 잉리솔라를 제치고 태양광 셀부문 세계 1위로 뛰어 올랐다. 물론 최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태양광시장이 위기에 봉착했지만 김 회장은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력을 키워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각오다.

/사진=뉴시스 DB
/사진=뉴시스 DB

◆넘어야 산 첩첩… 이른 복귀 구설수도

반면 김승연 회장의 광폭 행보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의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당장 최대 2조원에 달하는 M&A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 여부다. 한화가 삼성테크윈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인수대금은 8400억원 규모다.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삼성종합화학 인수에 필요한 대금은 각각 5081억원, 5519억원 수준이다.

한화는 삼성테크윈은 2회, 삼성종합화학은 3회에 걸처 나눠 내도록 계약을 체결해 자금 마련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한화의 재무상황이 넉넉지 않다고 분석한다. 작년 9월 말 한화의 순차입금은 2조341억원 수준인데, 현금흐름의 절반가량을 이자 비용으로 내고 있어서다.

내부 현금흐름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한화엠테크와의 합병을 고려해도 한화의 올해 예상 영업현금흐름은 지난해와 비슷한 2000억원 내외 수준이다. 여기에 운전자본투자를 제할 경우 실제 가용 현금은 수백억원에 그칠 수 있다. 결국 인수대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거나 한화의 일부 계열사를 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인수대금 마련을 위한 계열사 매각은 절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른 경영복귀에 대해서도 눈총이 쏟아진다. 그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질병의 원인은 당뇨와 호흡곤란, 우울증 등이다.

김 회장은 작년 2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명령 300시간을 선고 받았을 당시 한화와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L&C, 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7곳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그런데 사회봉사 명령을 이행하자마자 경영에 복귀한 것은 당시의 질병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았거나 무리한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그럼에도 김 회장이 강한 추진력과 특유의 리더십으로 한화그룹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1981년부터 올해까지 34년간 한화의 수장을 맡아 산전수전을 경험한 그가 덩치가 커진 한화를 또 한번 변화시킬 지 재계의 시선이 그를 주목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승제
성승제 bank@mt.co.kr  | twitter facebook

금융을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금융 출입 기자입니다. 독자님들의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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