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부동산 경매, '중소형'은 하늘이 도와야 낙찰

경매를 알면 돈이 보인다 / 르포-경매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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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경매시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부자의 전유물이던 시장에 대중화 시그널이 나타난 것. 경매 마니아가 늘면서 '출품작'도 다양해졌다. 오프라인에 국한됐던 경매현장도 온라인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든 처음은 두려운 법. <머니위크>가 달라진 경매시장을 재조명하고 그 현장을 찾아봤다. 또 초보 경매자를 위한 실전 팁도 담았다.
지난 1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북관 211호 입찰 법정.

“사건번호 2014타경○○○○ 입찰자들 나오세요.” 집행관이 사건번호를 부르고 입찰에 응한 9명이 앞으로 나갔다. 곧이어 집행관의 입에서 발표된 낙찰자. “최고가 4억3299만9000원, 현○○씨입니다.”

집행관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단 한명만 환한 미소를 보이며 왼쪽으로 가고 나머지 8명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집행석에서 돌려준 입찰보증서류가 든 봉투를 들고 뒤돌아 나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이번 경매의 낙찰결과를 유심히 보던 기자도 조용히 일어섰다.

기자가 일어난 이유는 기자 역시 이번 경매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입찰표만 작성한 것이지만 경매 실전체험을 하기로 마음먹은 기자로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며칠 동안 나름대로 경매물건에 대해 분석하고 입찰액을 책정한 기자로서는 입찰표에 기입한 금액이 낙찰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민망함이 밀려왔다.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경매법정. /사진=머니투데이 DB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경매법정. /사진=머니투데이 DB

◆ 첫 경매 도전, 그리고 실패

기자가 입찰표에 적었던 낙찰 예상가는 4억1500만원.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건물 총면적 84.89㎡의 아파트였다. 이 물건은 지난해 12월 4억9000만원으로 경매에 부쳐졌지만 한차례 유찰을 거쳐 최저가 3억9200만원으로 조정됐다.

사실 이 물건을 두고 기자는 경매 전날인 1월28일 꽤 신중한 분석에 들어갔다. 우선 대법원 법원경매정보에 접속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리고 내게 필요한 물건을 검색하고 부동산경매전문업체인 지지옥션의 도움을 받아 물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파악한 후 주변 시세를 체크했다. 여기에 최근 인근에서 낙찰된 비슷한 물건의 사례까지 점검했고 부동산경매 시 꼭 체크해야 한다는 현장점검은 물론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를 돌기도 했다.

이렇게 물건을 분석하며 빈 종이에 감정가(4억9000만원), 최저 낙찰가(3억9200만원), 시세(2014년 5월 기준 5억원)를 적었다. 경매로 내집 마련을 하고자 한다면 각종 비용(세금·명도비용 등)을 고려해 시세의 80% 선에서 낙찰받는 것이 좋다는 경매전문가의 조언도 참고했다.

이렇게 산출한 최초의 입찰액은 4억원. 여기에 최근 경매시장이 중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치열하다는 점과 기자가 가지고 있는 자금 및 대출을 받아 마련할 수 있는 총자금을 고려해 입찰 적정금액을 4억1500만원으로 산출했다.

사실 요즘 부동산경매시장이 워낙 활황을 보이는 점을 고려해 1000만원가량 올릴 생각도 했지만 자금 사정과 내가 한 분석이 얼마나 통하는지 궁금해 그대로 밀어부쳤다. 하지만 경매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기자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응찰자 수가 예상을 빗나갔다. 이미 한차례 유찰된 물건이기에 많아 봐야 3명가량 입찰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보다 3배나 더 많은 9명이 입찰에 나선 것이다.

주변의 한 부동산경매업체 관계자는 “싸다는 말만 듣고 와서 낙찰받으려는 사람이 많은데 경쟁이 치열해 만만치 않다”며 “올 들어서는 지난해보다 더 치열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 뜨거운 경매 열기… ‘호불호’ 갈려

예전에 한번 취재차 이곳 입찰 법정에 온 적이 있다. 이날은 그 당시보다 입찰자 수가 다소 적었다. 법정 입구에서 경매 관련 자료와 명함을 돌리던 부동산경매 관련 직원들은 가져온 정보지를 나눠주기보다는 정리하기에 더 바빴다. 그만큼 한산했다.

최근 부동산경매 열기가 뜨겁다는 소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유가 있었다. 이날 법정 입구에서 명함을 돌리던 한 부동산경매업체 직원은 “많이 찾는 중소형아파트 물건은 거의 다 빠졌고 아직 새 물건이 많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입찰자가 적은 이유를 설명했다.

입찰을 시작한 오전 10시에서 30분가량 지나자 경매 법정 주변엔 제법 많은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입찰표를 작성하려면 시간을 넉넉히 두고 법원에 도착해야 함에도 개찰 시간에 임박해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매를 배우거나 시세를 살피러 온 예비입찰자들이다. 실수요자가 원하는 중소형아파트 물건이 줄어 실제 입찰자는 감소했지만 경매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은 계속 늘어난 것이다.

오전 11시가 되자 법정 밖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넉넉했던 좌석이 어느새 앉을 자리를 찾을 수 없게 됐다. 20여명은 뒤에 서서 낙찰과정을 지켜봤다. 오전 11시10분 입찰자들이 낸 서류를 분류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통상 20분가량 소요되지만 이날은 물건이 적어 5분 만에 분류가 끝났다.

이날 총 47개 물건 중 입찰자들이 선택한 물건은 30건이었다. 이 가운데 총 21건 낙찰, 9건이 유찰됐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총 14건 중 10건이 낙찰됐고 4건이 유찰됐다. 유찰된 4건 중 하나는 18억5000만원의 강남 215㎡의 대형아파트였다. 다른 3건 역시 8억원에 이르는 고가 아파트였다.

법정에서 만난 자칭 경매전문가라는 한 여성은 “전세난이 심각해 최근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앞으로 부동산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경매에 처음 나와 한번의 유찰도 없이 바로 낙찰되는 ‘신건’ 낙찰 사례에서도 발견된다.

이날 아파트 중 총 4건의 신건이 모두 낙찰됐다. 이 중 3건은 요즘 경매에서 가장 ‘핫’하다는 중소형 물건으로 낙찰가율이 모두 100%를 넘었다. 다만 남은 신건 1개가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서울 청담동의 감정가 14억1000만원짜리 고가아파트(140㎡)가 그 주인공으로 144.9%인 20억4340만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날 법정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청담동 아파트의 경우 아마도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목적으로 낙찰받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날 입찰 법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대부분 올해 수도권 경매시장이 지난해보다 더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한 부동산경매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경매시장이 더 치열해 질 것"이라며 "중소형아파트의 경우 하늘이 도와야 낙찰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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