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위아래'로 휘청이는 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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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48) 엔씨소프트 대표가 설 명절을 앞두고 한아름의 고민거리를 안았다.

올 초 엔씨소프트의 지분(15.08%)을 보유한 넥슨이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하면서 그간 쌓아온 부동의 입지가 흔들릴 위기에 놓인 것. 엔씨소프트는 “약속을 저버린 행위”라며 넥슨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넥슨 측도 물러설 생각은 없다. 결국 양사는 오는 3월 말 열릴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관련 한판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위에서 경영권이 흔들리고 있다면 아래에서는 게임 유저(이용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인 ‘리니지’와 관련해 "돈 없으면 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 유저들의 원성이 자자하기 때문. 위아래로 흔들리는 엔씨소프트의 현주소를 짚었다.

◆ 엔씨 vs 넥슨 ‘사랑과 전쟁’

급한 불은 경영권에 대한 위협이다. 불을 붙인 건 넥슨 쪽. 지난달 27일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 목적을 종전의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라고 공시한 것을 3개월여 만에 뒤집은 것이다.

넥슨은 “지난 2년 반 동안 엔씨소프트와 공동 개발 등 다양한 협업을 시도했지만 기존 구도로는 급변하는 IT업계의 변화 속도에 민첩하게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협업을 하고자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지금보다 투자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엔씨소프트는 펄쩍 뛰었다. “약속을 저버린 행위이자 양사 간 게임철학과 비즈니스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넥슨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회사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반발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사진제공=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사진제공=엔씨소프트

게임업체 양강의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되자 업계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의 숨겨진 배경과 이후 벌어질 가상 시나리오를 그리기에 바빴다.

특히 이번 불협화음의 이면에는 김택진 대표의 아내이자 최근 엔씨소프트 신임 사장으로 추대된 윤송이 글로벌최고전략책임자(Global CSO) 겸 북미·유럽 법인 대표(NC West CEO)가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다수의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넥슨 창업자 겸 NXC 대표그리고 몇몇 경영진들이 함께 ‘골프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정주 대표는 김택진 대표에게 이사 선임을 통한 경영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엔씨소프트 측이 이를 사실상 거절하고, 윤 대표를 사장으로 선임한 직후 넥슨의 공시가 발표되자 두 회사의 갈등이 윤 대표의 취임으로 공론화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양사 간 최근 논란이 사전에 계획된 일종의 ‘쇼’가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논란 이후) 두 회사 모두 ‘나빠진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경영권 관련 논의는 밀실에서 조용하게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양사는 언론플레이가 의심될 만큼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주가도 뛰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현재 경영권과 관련한 대화채널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일 넥슨 일본법인 측이 엔씨소프트 이사회에 주주제안 공문을 발송, 지난 6일 이를 공식화하면서 양사 간 갈등의 불씨는 더욱 커졌다. 

공문에서 넥슨 측은 김택진 대표를 제외한 다른 이사의 교체, 추가선임이 발생하는 경우 넥슨 측에서 추천하는 후보의 이사 선임 등을 공식 제안했다. 

엔씨소프트는 이에 "최근 양사가 경영진 간 대화채널을 재가동하는 가운데 나온 넥슨의 일방적인 경영 의견 제시는 대화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답변시한인 지난 10일 제안에 대한 답변을 넥슨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양사 모두 답변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어 업계는 오는 3월 말 열릴 예정인 엔씨소프트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의 봉합 혹은 갈등 여부가 정해질 것으로 보고 양사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리니지 최근 연간 매출', 11일 엔씨소프트가 발표한 2014 연간 매출에 따르면 리니지의 2014 매출액은 2631억원이다. 지난 4분기 들어서만 전 분기 대비 41%,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사진제공=엔씨소프트

 
“브르주아 게임”… 떠나는 유저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경영권 싸움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유저들에게 엔씨소프트와 넥슨 간 경영권 싸움은 큰 화젯거리가 아니다. 이들의 최근 관심은 엔씨소프트의 지나친 ‘유료화’에 몰려있다.

지난 2일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에는 ‘삭제 당해서 다시 올리는 부르주아 게임, 리니지’란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이는 리니지의 서버지기 A씨. 그는 "리니지의 월정액(계정비)이 타 게임과 비교해 지나치게 비쌀뿐더러 유료 아이템의 비중도 점점 늘고 있다"며 성토의 글을 올렸다. 서버지기란 리니지의 50개 이상 서버를 관리하는 사람으로 각 서버에서 일어난 일들을 칼럼·리뷰 형식으로 올리는 일종의 운영자다.

A씨를 비롯한 유저들의 의견에 따르면 리니지 게임을 하는데 평균적으로 드는 한달 비용은 월정액 2만9700원과 기타 아이템을 합쳐 10만4700원이다. 이마저도 가볍게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수준이며 게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들은 한도 50만원을 넘기는 일이 부지기수다. A씨는 “리니지를 시작한다고 하니 친구들의 반응은 ‘너 부르주아구나’다”라며 “리니지에 대한 주변 인식은 ‘갑부들의 세계’, ‘돈이 없으면 즐기지 못하는 게임’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글은 홈페이지 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 다른 유저 B씨는 A씨 의견에 공감하며 “많은 유저들이 추억이 담긴 게임을 떠나고 또 떠날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엔씨소프트를 향한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엔씨소프트 측은 유저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반응이다. 계속된 업데이트로 이용자들의 수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단 구체적인 이용자 증가 수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니지의 액티브 유저는 경제력을 갖춘 30대 이상이 72% 이상"이라며 "지난 16년간 변함없는 월정액(2만9700원) 가격은 이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템 판매를 하지 않으면 왜 이벤트를 하지 않느냐는 청원이 자주 들어온다"며 "(각각의 의견들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게임의 수명은 정해져 있는데 계속 즐길거리를 만들다 보니 이용자들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면서 “회사가 운영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엔씨소프트 내 리니지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리니지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 2012년 2조원을 돌파한 이후 현재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2012년 2053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3년 2879억원으로 성장했다.

한편 A씨가 올린 글은 유저들의 ‘공감’과 ‘추천’을 얻어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곧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A씨는 해당 글을 올린 지 한시간 뒤 “방금 서버지기에서 잘렸다. 게임이 발전하라는 차원에서 쓴소리 했더니 잘라버렸다”고 댓글을 남겼다. 

사측은 이에 대해 “서버지기는 회사와 고객 양측 입장을 대변해 주는 역할”이라며 “‘글쓰기’ 역할이 주어진 만큼 책임이 따르는 데 욕설이나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 사실이 아닌 부분 등을 명시하면 서버지기 관련 정책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단 “이외에는 서버지기와 일반 고객들의 글을 임의로 삭제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설 합본호(제370·3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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