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기름집 사장님, 기름에 '미끌'

CEO In & Out /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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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세르 알 마하셔 S-OIL(에쓰오일) 사장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원유정제시설 상업가동을 시작한 지난 1980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는 오는 2017년까지 울산에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업계에선 울산 프로젝트에 투입될 자금이 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제유가 하락 등 불확실성과 적자 행진, 국내외 투자환경 악화 등이 지속될 경우 당초 예정보다 투자규모가 줄거나 프로젝트 자체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투자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자에 나서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한 것을 번복할 수도 없는 일. 마하셔 사장이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졌다.

◆ 34년 만에 첫 적자, 유가급락에 '발목'

마하셔 사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국제유가 하락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25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전년보다 8.3% 하락한 28조5576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특히 정유부문이 아팠다. 에쓰오일 정유부문은 698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유가 급락에 따른 제품의 재고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물론 적자를 낸 곳은 에쓰오일뿐만 아니다.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2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65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에쓰오일이 오히려 선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에쓰오일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에 이은 국내 3위 업체여서 유가급락에 따른 재고손실이 상대적으로 적고 최대주주(66.4%)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회사 아람코가 아시아지역 원유 판매단가(OSP)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이를 통해 1200억원 규모의 적자를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대주주 특수성을 제외한다면 적자규모가 3700억원을 훌쩍 넘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사진제공=에쓰오일
/사진제공=에쓰오일

◆ 야심차게 뛰어들더니, 멈칫?

그런데 마하셔 사장의 더 깊은 고민은 따로 있다. 그가 야심차게 뛰어들었던 울산 프로젝트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는 지난해 4월 외국인 투자기업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한국에 수십억 달러 투자를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우리가 불편을 느끼는 것은 부지 확보다. 한국정부의 지원을 기대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까지 했다.

그리곤 이듬해 한국석유공사에서 울산 석유비축기지 내 토지 92만㎡(약 28만평)를 매입했다. 마하셔 사장의 건의사항을 우리 정부가 적극 수용한 것이다.

이후 같은해 5월 마하셔 사장은 매입한 부지에 제2 공장을 짓겠다고 선포했다. 그리고 오는 2017년까지 잔사유고도화설비(RUC)와 올레핀 계열의 석유화학 하류부문으로 진출하기 위해 올레핀 다운스트림콤플렉스(ODC) 프로젝트를 위한 기초설계를 진행키로 했다.

마하셔 사장은 당시만 해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값싼 잔사유를 고가의 올레핀 다운스트림 제품과 휘발유로 전환해 정유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장밋빛 구상을 제시했다. 동시에 올레핀 다운스트림사업 진출을 통한 석유화학사업과의 통합까지 추진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울산부지를 매입한 지 1년이 다 돼가고 있는데도 후속 조치는 지금까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마하셔 사장은 지난 1월11일 등반행사를 통해 임직원에게 "회사 역사의 이정표가 될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전 임직원이 모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진될지는 알려진 바 없다. 규제 완화 1년 만에 울산 공단 부지를 매입했던 당시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때문에 일각에선 투자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투자규모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재계에선 에쓰오일의 투자규모가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올 들어 당시 예상치보다 3조원 줄어든 5조원으로 투자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에쓰오일 측도 인정하는 눈치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재 투자규모와 투자 방식에 대해 내부에서 컨설팅을 하고 있는 단계”라며 “지금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규모가 5조~8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는데 우리는 공식적으로 이를 발표한 적이 없다”며 “컨설팅이 모두 마무리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울산 부지 매입에 대해서도 신용평가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재무건전성 면에서 부담이 되고 설비 확장이 상당한 사업 이행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에쓰오일의 울산 부지 매입은 단기간 동안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마하셔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지 매입을 요구할 때는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정유업계가 호재를 맞은 시기였다”면서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에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지는 등 부정적 요인이 작용했다. (마하셔 사장이) 유가의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의 수장이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한 사안인 만큼 섣불리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변경하긴 힘들 것”이라며 “가뜩이나 정유업계가 영업 손실로 고민이 깊을 시기에 마하셔 사장 입장에선 머리가 더 아프겠다”고 귀띔했다.

나세르 알 마하셔 사장은?

나세르 알 마하셔(Nasser Al-Mahasher) 사장은 지난 1990년부터 우디 아람코에서 기술, 운영,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인물이다.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사우디 아람코의 정제부문 글로벌 책임자를 역임했으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사우디 아람코의 일본 자회사인 사우디 페트롤리엄(SPL) 사장으로 일했다. 에쓰오일 사장엔 지난 2012년 3월 선임됐으며 임기는 4년이다. 미국 이스턴 미시간대를 졸업하고 미시간주 웨인주립대에서 화학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 합본호(제370·3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승제
성승제 bank@mt.co.kr

금융을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금융 출입 기자입니다. 독자님들의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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