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5억짜리 아파트 있어도 건보료 '0원'

'오락가락' 건보료 개편 / 덜 내려는 부자들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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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을 놓고 정부가 오락가락하다 보니 제도가 제대로 고쳐질지 의문이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허점이 많다. 잘못된 것은 뜯어 고치는 게 상식이다. <머니위크>는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개선방향을 살펴봤다.
#. 수십억원대 자산가인 A씨. 그는 특별한 직업이 없지만 부동산 임대수익, 금융소득 등으로 한해 2억원을 번다. 그가 매달 내야 할 건강보험료는 월 54만2670원.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이들은 1인 사업장 대표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한 직업전문학교에 취업한 것으로 꾸며 직장가입자로 신고했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을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한다는 허점을 노린 것. 그 후 A씨는 월급 80만원을 받는다고 신고한 뒤 매달 건보료 2만4710원만 냈다. 실제로 내야 할 건보료의 5%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A씨처럼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의 허점을 노린 ‘꼼수’ 사례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 같은 ‘꼼수 직장가입자’는 지난 2011년 953명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1456명으로 급증했다. 이들이 덜 낸 건보료는 38억원. 그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피부양자 무임승차에 위장취업까지

5억2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최모씨. 그는 연봉 3961만원에 연금소득 1072만원을 더해 연간 약 5000만원의 소득을 올리지만 매달 내는 건보료는 0원이다. 최씨가 직장에 다니는 가족 등의 피부양자로 올라갔기 때문.

최씨는 지난해 5월 건강보험공단을 찾아 “2013년 귀속 금융소득이 4000만원이 되지 않으니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2012년 금융소득이 4191만원으로 피부양자에서 제외돼 지역보험료로 매월 38만2420원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2013년 소득이 3961만원으로 줄어들면서 피부양자 인정요건인 4000만원 이하에 해당된 것이다.

이렇게 최씨는 지난해 6월부터 피부양자로 등재돼 이자소득이 매월 약 330만원이 발생함에도 보험료는 한푼도 납부하지 않게 됐다. 5억원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피부양자로 등재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현 피부양자 인정요건인 재산과세표준액 9억원을 초과하지 않아서다.

공직생활을 퇴직한 후 연금으로 연간 36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이모씨도 마찬가지. 그는 직장가입자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올라간 뒤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 원래 이씨가 부과받은 건보료는 매달 20만4500원. 지역보험료 부과기준인 살고 있는 집, 자동차 2대는 물론 배우자, 자녀 등에 건보료 점수가 붙어서다.

하지만 이씨는 “공직생활 할 때 보험료를 16만원 냈는데 정년퇴직 후 실직자임에도 이렇게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자녀의 피부양자로 올라서는 수법으로 보험료 부담을 0원으로 줄였다. 연금소득 4000만원 이하를 적용해 피부양자 자격을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

위장취업으로 유리하게 자격을 바꿔 건보료를 아끼는 사례도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약사 이모씨는 모 약품 대표자의 근로자로 등록해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했다. 본래 이씨가 내야 할 지역보험료는 월 26만2120원이었지만 월 보수 60만원이라고 신고하고 매달 1만8530원의 건보료만 낸 것. 해외출국이 잦아 덜미를 잡힌 이씨는 공단 조사 시 적발돼 해당 금액을 모두 추징당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모씨도 비슷한 수법으로 위장취업했다가 적발됐다. 이씨는 지난 2005년 주유소를 경영하는 아들의 사업장에 직장가입자로 취득한 뒤 월 보수 60만원으로 신고해 매달 보험료 3만4060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공단의 특별지도 점검결과 허위취득임이 밝혀졌고 2010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36개월분의 지역보험료 1350만원을 모두 뱉어내야 했다.

◆엉터리 7개 그룹이 잣대… 꼼수만 키워

이처럼 현재 건보료는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피부양자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건보료는 크게 7개 그룹으로 나눠 부과하는데 우선 직장에 다니는 ‘직장가입자’와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로 나뉜다.

직장가입자는 보수를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사업·금융소득 등과 재산·자동차 등을 점수화해 보험료를 부과한다. 직장가입자 내에서도 연간 종합소득이 7200만원 이상인 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가운데 연간 종합소득이 500만원 이하인 가입자에는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여기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지역가입자의 세대원, 연금소득이 연 4000만원을 초과하는 피부양자까지 모두 7개 그룹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득과 재산이 비슷한 사람이라도 어떤 자격이냐에 따라 보험료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또 퇴직 등을 이유로 자격이 달라지면 하루아침에 보험료가 몇배나 뛰는 일도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오건호 운영위원장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형평성이 깨진 상태”라고 현행 건보료시스템의 모순을 짚었다.

오 위원장은 “지난해 사망한 송파 세 모녀는 소득도 없었고 월세 50만원만 내고 살았는데 월세가 재산으로 분류돼 월 5만원의 건보료를 냈다. 얼마 전 퇴임한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경우 5억원대 재산이 있고 2000만원대 연금 수입이 있었지만 직장가입자인 부인의 피부양자로 들어가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며 “결국 10배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이들이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건강보험 부과기준이 제각각인 현재의 틀이 유지된다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편법·위법사례는 계속될 것”이라며 “그에 대한 부담은 대부분 소득이 없는 취약계층이 떠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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