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부동산] 강남발 전세대란, 해결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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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이 부동산시장의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3월 이후 연내 서울 재건축 아파트 일반 분양물량은 15곳, 5283가구에 달한다. 지난해(2935가구)보다 무려 80%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올해 서울 재건축 분양물량 중 강남권은 8곳, 2489가구로 전체의 47.1%를 차지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를 유예하는 내용 등이 담긴 부동산 3법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것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4월부터 민간택지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고 5월에는 일부 지역에서 재건축 가능 연한이 30년으로 단축된다.

현재 전국에서 34만5000여세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고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61만세대가 혜택을 보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재건축 물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재건축 붐은 최근 심각한 ‘전세대란’과 시기가 겹쳐 안그래도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서민에게는 득보단 실로 작용한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건설 숨통' 트였지만 전세난은 가중

건설사 입장에서 분양 리스크가 적고 입지가 검증된 재건축사업은 수주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특히 지난해 안팎으로 실적부진에 시달린 건설사들에게 강남지역 알짜 재건축은 놓쳐서는 안되는 호재다.

실제로 최근 열린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 6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포스코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롯데건설·한화건설 등 국내 주요 아파트 브랜드 13개 업체가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재개발·재건축사업 수주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삼성물산도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높은 재건축사업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이 당분간 내수시장의 핵심사업으로 여겨지자 일부 건설사는 조직개편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에 역량을 집중할 채비를 갖췄다. 대우건설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담당하는 도시정비사업팀을 2개팀으로 확장했으며 롯데건설은 강남지사를 열고 강남권 재개발·재건축 수주영업 역량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재건축 붐은 해당 지역의 전세난을 더 부추긴다. 재건축이 시행된다는 것은 곧 해당지역의 전세수요 급증을 뜻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이 확정돼 관리처분인가가 끝나고 철거에 들어가면 거주하던 주민들은 통상 3개월의 기간동안 순차적으로 이주를 진행한다. 관리처분인가가 끝나고 준공까지의 시간은 3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소요된다. 이주자들은 이 기간동안 지낼 집을 찾아야 한다.

준공이 예정돼 들어갈 집이 있는 재건축 이주자들이 새로운 집을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한 월세를 꺼린다. 보통의 경우 이주지원금에 돈을 보태서라도 전세를 구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그렇지 않아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게 된다.

이주가 예정된 강남지역의 재건축단지 일대는 이미 전세금 상승을 동반한 전세 품귀현상이 시작된 상태다. 현재 강남 4구의 재개발 지역에서 전세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외곽으로 눈을 돌리는 주민도 있지만 자녀 학군 등의 문제가 얽히면 타지로 이주하기조차 힘들다.

실제로 8000가구가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한 고덕지구의 영향으로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설연휴 이전까지 서울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1.64% 올랐다. 이 중 강동구는 평균 3.36% 상승해 서울 평균 상승률의 2배를 웃돌았다. 지난해 말 이주를 시작한 고덕동 주공4단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강동구뿐 아니다. 반포동 한양아파트 등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같은 기간 서초구도 전셋값이 3.14% 상승했다.

강동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최근 전세는 임대인이 부르는 호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거의 없다”며 “전세매물은 나오기가 무섭게 사라지고 임대인이 무리하게 전셋값을 올려도 계약이 성사되는 판국”이라고 전했다.

◆강남 전세난 수도권까지… 해결책이 없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시작된 재건축발 전세대란은 강남을 넘어 강북지역 및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일부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기석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개발실장은 “강남4구 전세 이주 수요 중 강남과 서초 등 약 5000가구는 인근 비슷한 수준의 아파트로 유입되겠지만 나머지는 주변 전·월셋값이 너무 올라 같은 지역에 머물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월13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84% 올랐다. 특히 광명(1.44%)·안산(1.35%)·군포(1.14%)·고양시(0.91%)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평촌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해 평촌지역에 전세를 문의하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강남 재건축으로 인해 심화된 전세대란은 3월 이후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강남4구에서만 약 1만2800가구가 재건축으로 인해 이주하게 된다. 특히 강동구에서는 올해 고덕2단지 등의 이주가 시작되며 4600여가구가 더 이주할 예정이고 내년에도 많은 물량이 예정됐다.

재건축으로 야기되는 전세대란에 대해 서울시는 정비사업 이주대책 TFT를 운영해 재건축사업 추진현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조합과 자치구를 중심으로 한 자율조정을 통해 대규모 이주를 최대한 분산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장기적으로는 가을철 전월세대책과 연계해 공공임대주택 조기공급 및 신규임대물량을 확보해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실효성있는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의 전세난 문제는 해결책이 없다”며 “유일한 방법은 재건축 이주 시기를 조절하는 방법이 있으나 조합원에게 무작정 재건축을 연기하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재건축시장을 물리적으로 막으면 오히려 전반적인 매매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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