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금강산, 누가 '식후경'이라 했나

송세진의 On the Road / 고성 통일전망대·DMZ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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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

 
"소원이 무엇이냐?" 조선시대 여성의 몸으로 큰 부를 이루고 이를 사회에 환원했던 김만덕. 그녀가 왕으로부터 상을 받는 순간이었다. 만덕은 주저 없이 '금강산 구경'이라 했다. 과연 어떤 곳이길래…. 그 끝자락이라도 보려고 고성 통일전망대로 간다.

◆통일전망대

'여기서부터 금강산까지 73㎞입니다.' 고성 7번 국도에서 만나는 표지판이다. 지금은 길이 막혔지만 금강산 육로관광의 관문이 바로 이곳이었다.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다'는 금강산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금강산에 갈 방법도 없지만 그 끄트머리인 통일전망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약간의 절차가 필요하다. 이곳은 DMZ(Demilitarized Zone), 즉 비무장지대이기 때문이다. 준비는 통일전망대로부터 10㎞ 남쪽에 있는 통일안보공원에서 시작된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출입신청을 하고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모든 절차를 마치면 국도를 달려 통일전망대에 이른다.

고성통일전망대는 바다 조망이 일품이다.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을 눈 안에 담고 그 너머로 있다는 금강산 일만이천봉은 마음 속에 담는다. 이어서 바다에 떨어진 금강산이라는 해금강, 즉 현종암, 복선암, 부처바위, 만물상, 외추도 등을 육안으로 본다. 날씨가 좋을 때는 신선대, 옥녀봉, 채하봉, 일출봉 등 금강산을 조금 더 볼 수 있다고 한다. 전망대에는 금강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줄이 길다. 한편 해수관음상과 성모마리아상이 한공간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단 하나의 봉우리로도 이리 아름다운데 금강산 전체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곳이기에 애잔하고 서글프다. 여행자들은 그 마음을 담아 자신의 신앙에 따라 통일을 기도한다.

전망대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351고지다. 이곳은 지난 1951년 7월15일부터 1953년 7월18일까지 피아전투가 있었던 곳이다.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뺏고 뺏기기를 멈추지 않았던 곳으로, 그 지겹고 치열했던 전투는 휴전 협정으로 끝나게 된다. '351고지전투전적비'는 목숨을 바친 장병들의 전공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57년 7월15일 건립했다가 통일전망대를 세우며 이곳으로 옮겨왔다.

 
통일전망대 통일관.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
군번줄 만들기 체험.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

◆군번줄의 의미

쿵쿵 콩콩 쾅쾅…. 시끄러운 망치소리가 한동안 이어진다. 군번줄 만들기 체험이다. 조그만 군번 목걸이에 저마다 자신의 이름과 군번을 새겨 넣고 있다.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 할 말들이 참 많다. 군필자들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마음껏 군대 이야기를 하고 여자들은 왜 군번줄을 선물로 줬는지 그때는 몰랐다며 떠나간 사랑을 회상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너무 두들겨서 구멍이 날 지경이고 어떤 사람은 요령이 없어서 글씨모양이 영 나질 않는다.

"왜 두개를 만들죠?"
"하나는 이름? 다른 하나엔 뭘 새겨 넣나요?"

익숙한 성인남자와 별 관심 없었던 여자들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순간이다. 전사 시 하나는 떼어서 유품으로 보내고, 하나는 입 속에 넣어 시체가 방치될 경우 후에라도 신원을 확인하고자 하는 뜻이란다. 뜻도 모르고 망치를 두드리던 여자들과 아이들은 잠시 수다를 멈춘다. 전쟁이 어떤 것인지, 머리와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곳이 DMZ박물관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는 체험프로그램이다.

DMZ박물관.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
북한전마선.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

◆DMZ박물관

박물관 입구에는 가장 먼저 대형전광판이 보인다. "저거 탈북하라고 쓰는 거 아닌가?", "요즘도 저런 걸 하나?"…. 물론 그렇지 않다. 이것은 양구, 철원, 문산, 연천, 강화 등지에서 대북심리전에 사용되던 대형전광판과 확성기를 철거해 옮겨다 놓은 전시물이다.

원래 대북심리전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 중 하나라고 한다. 방법은 FM전파를 이용한 방송, 확성기 방송, 대형전광판, 전단살포인데 지난 2004년 6월 남북 합의에 따라 철거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제 과거의 물건이 됐다.

낡은 배도 있다. 탈북자들이 타고 온 배와 조류에 떠내려온 북한의 배들이다. 이 중 가장 큰 것은 중국에서 제작한 5톤급 목선이다. 지난 2011년 서해 대청도 쪽으로 들어온 것으로 일가친척 21명과 애완견이 함께 이 배를 타고 들어왔다. 애완견의 이름은 '멍구'. 키우던 개가 바다를 향해 짖는 것을 뿌리칠 수 없어 배에 태웠다고 하는데 멍구도 주인의 절박한 사정을 아는지 배 안에서 한번도 짖지 않았다고 한다. 한 때 '탈북개'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야외전시관 중 한쪽 경계선은 철책이다. 동부전선 비무장지대에 설치됐던 철책을 이전 복원해 철책선 걷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밖에도 탱크, 자주포 등을 전시해 놓았고 생태연못과 팔각정, 물레방아 등이 있다.

실내전시실은 DMZ의 모든 것을 전시해 놓았다. DMZ의 개념을 살펴보니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되고 평화유지의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는데 실제로는 지뢰가 잔뜩 묻혀 있고 팽팽한 긴장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의미와 현실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DMZ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 자체가 전쟁과 휴전 때문이니 처음부터 의미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박물관에는 전쟁과 비무장지대에 관한 전시물을 꼼꼼하게 정리해 놓았다. 철책에 달려 있던 각종 표지판, 국군과 북한군, 중공군, 미군의 유품,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록 같은 자료들, 북한이 우리에게 보낸 전단과 우리나라에서 북한에게 보낸 전단, 민통선 여러 마을들의 모습, 비무장지대에 셀 수 없이 묻혀 있다는 크고 작은 지뢰들, DMZ에 살고 있는 천연기념물과 야생동물들…. 실제로 전쟁을 겪은 분들의 생생한 증언 영상과 통일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글귀들, 아름다운 금강산 사진까지 보고 나면 또다시 철책선 저 너머가 궁금해 진다.

어서 통일이 되면 좋겠다. 구비구비 7번 국도를 타고 금강산에 가보면 좋겠다. 고구려와 고려의 귀중한 문화유산도 구경하면서 백두산까지 올라가 팔도유람을 완성하고 싶다. 그곳은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울까. DMZ박물관에서 여행자의 소원이 하나 더 늘어난다.

● 여행 정보

☞ 고성 통일전망대 가는 법
서울춘천고속도로 - 동홍천IC교차로에서 ‘속초, 인제’ 방면으로 우측방향 - 설악로 - 철정터널 - 인제대교 - 인제터널 - 한계교차로에서 ‘간성, 속초’ 방면으로 좌회전 - 미시령로 - 한계터널 - 용대터널 - 진부령로 - 대대삼거리에서 ‘속초, 간성’ 방면으로 우회전 - 간성로 - 북천교차로에서 ‘양양, 속초’ 방면으로 좌회전 - 46번 국도 - 상리교차로 - 동해대로

☞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고성 통일전망대: 검색어 ‘통일전망대’ /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 188
DMZ박물관: 검색어 ‘DMZ박물관’ /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송현리 174-1

고성 통일전망대
http://www.tongiltour.co.kr
문의: 033-632-0088
관람시간: (3월~7월 14일) 오전 9시 ~ 오후 4시 20분
(7월 15일 ~ 8월 20일) 오전 9시 ~ 오후 5시 30분
(11월~2월) 오전 9시 ~ 오후 3시 50분
관람요금: 어른 3000원 / 경로·학생 1500원
입장절차: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신고서 작성 - 안보교육(8분) - 30분 간격으로 차량 동시 출발 - 검문소, 신고서제출 - 통일전망대
신분증 지참 필수

DMZ박물관
http://www.dmzmuseum.com
문의: 033-681-0625
관람시간: (3월~10월) 오전 9시 ~ 오후 6시 (매표 마감: 오후 5시)
(11월~2월) 오전 9시 ~ 오후 5시 (매표 마감: 오후 4시)
관람요금: 어른 2000원 / 청소년 및 군인 1400원 / 어린이 1000원
체험교실: 티셔츠 5000원 / 군번줄 3000원 / 에코가방 3000원 / 머그컵 4000원

< 음식>
화진포박포수가든: 3대 전통 막국수전문점이며 대한명인인정서를 받은 막국수 명인의 집이다. 시원한 동치미를 부어먹는 막국수와 부드러운 시골두부 맛이 좋다.
막국수 7000원 / 메밀왕만두 6000원 / 시골두부 5000원 / 명태식해(100g) 3000원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죽정리 298-5 / 033-682-4856
금강산횟집: 대진항에 자리잡은 횟집으로 동해의 싱싱한 바다 물고기를 자연산으로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자연산 광어, 우럭, 도다리, 도미 등 싯가 / 우럭매운탕 3만 ~ 4만원 / 회덮밥 1만2000원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대진리 137-20 / 033-682-7899

< 숙소 >
금강산콘도: 통일전망대 가는 길, 마차진 해수욕장에 위치한 숙소로 해수청옥사우나 등의 시설을 갖췄고 객실에서 보이는 무송정섬과 동해바다의 일출이 아름답다.
http://www.mibong.co.kr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 239 / 02-543-3669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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