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징벌의 불평등 개선해야죠"

People / 홍세화 장발장은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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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만6000원을 훔친 19세의 청년 A씨는 벌금 70만원 때문에 감옥에 갈 처지가 됐다.
#2. 돈이 없어 자동차책임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40대 B씨는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굳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가난한 이들에게 자본주의 사회는 가혹할 때가 많다. 법으로 ‘징역’에 해당하지 않는 경범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돈이 없어 감옥에 가는 이들이 한해 4만여명에 이른다.

이들 ‘장발장’을 위해 벌금을 빌려주는 은행이 지난달 설립됐다. 대출을 해주면서 이자도 받지 않는 희한한 은행인 ‘장발장은행’(www.jeanvaljeanbank.com)의 홍세화 공동대표를 만났다. 톨레랑스(관용)을 강조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그는 "벌금 낼 돈이 없어 감옥에 가는 비극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따스한 관심을 당부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Q. 장발장은행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 가난한 것 자체가 사회적 불평등 아닌가. 그런데 돈이 없어 감옥에 가야 한다는 건 더욱 가혹하다고 느꼈다. 지난 2009년 기준 벌금형으로 교도소에 간 사람이 4만3199명이다. 이후로도 매년 4만명 안팎의 사람이 교도소에 간다. 이렇게 벌금 낼 돈이 없어 감옥에 갈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지원하고 법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인권연대를 중심으로 인문학자, 작가, 법학자들이 뜻을 모아 장발장은행을 만들었다.

Q. 대출자는 어떻게 선정되나.

- 지난 18일까지 시민 400여명의 후원으로 8000만원이 모였다. 그 중 6200만원을 벌금형을 받은 34명에게 지원했다. 기초질서 위반 등 경미한 범죄로 벌금을 받은 사람들이 지원 대상인데 파렴치범이나 상습범은 제외된다. 대출은 무이자로 최대 300만원(6개월 거치, 1년 분할상환)까지 지원된다. 현재 대출을 신청하는 사람이 많고 재원은 한정돼 있어 심사에 어려움이 많다. 어떤 사람을 탈락시키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고민인 상황이다.

Q.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 상환율이 얼마나 될까, 중요한 관심사다. 벌금을 못 낼 만큼 어려운 처지에 있어 형편상 갚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6개월 거치 기간이 있음에도 "바로 다음달부터 갚겠다”고 의욕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대출금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대출금이 상환돼야 그 돈으로 또 어려움에 처한 다른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대출금 상환에 연연하지 않고 싶다. 한번 생각해보라. 가족이나 친지에게서 100만~200만원도 빌릴 수 없는 사람들 아닌가. 그 사람들에게는 벌금을 지원받았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따뜻함’을 경험한 큰 사건일 수 있다.

Q. 벌금 제도는 무엇이 문제인가.

- 징역형은 집행유예가 있는데 벌금형은 집행유예가 없다. 또한 벌금을 선고 받고 30일 내에 일시불로 내야한다. 설혹 벌금을 못 낸다 하더라도 교도소행이 아닌 사회봉사 등의 대체 방안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소득을 고려하지 않은 벌금 수준도 개선돼야 한다. 이를테면 과속으로 적발됐다고 치자. 우리나라는 아르바이트생이든 재벌이든 같은 벌금을 내게 한다. 부자들에게는 그 벌금이 얼마나 징벌의 효과가 있을까 싶은 반면, 극빈층에는 동일한 액수의 벌금이 감옥에 가야할 정도로 가혹한 징벌이 되기도 한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소득 수준에 따라 벌금도 차등적으로 부과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제도를 바꾸지 않을까. 간단히 말하면 가난한 사람들에 무관심해서다.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만들고 이를 통해 법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장발장은행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Q. 장발장은행이 '자본 없는 은행'이라 어려움도 많을 것 같다.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 앞으로 재원 확보를 위해 기업 및 종교계 등과 다양한 지원 연계를 모색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으는 정성이다. 소액이라도 그것이 더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장발장은행 대출지원은 초기 6개월이 가장 넘기 어려운 '고개'다.  6개월의 거치기간 동안 빌려주기만 하고 회수 금액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불평등 문제로 감옥 가는 사람들이 없도록 작은 관심이라도 전해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 '한국의 장발장' 돕는 2가지 방법

●후원하기- 하나은행 388-910009-23604(장발장은행)
●온라인 서명- 인권연대 홈페이지(www.hrights.or.kr) 벌금제 개혁을 위한 서명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배현정
배현정 mom@mt.co.kr

머니위크 금융팀장 배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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