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면세점 진열대 바꾸는 '유커의 힘'

면세점을 잡아라 / 울고 웃는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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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뺏을 것이냐 뺏길 것이냐’. 유통업계가 뜨겁다. 8조원대까지 급성장한 면세점시장 때문이다. 기존 면세점업계는 물론 백화점, 건설, 중소기업, 심지어 페인트업체까지 유치전쟁에 뛰어들었다. 공항을 벗어나 시내까지 격전지로 떠올랐다. 유통업계 ‘태풍의 눈’이 된 면세점업계를 <머니위크>가 집중 분석했다.
#. 서울 시내의 한 면세점. 결혼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한 20대 중국인 여성이 들어섰다. 그녀는 귀금속 매장에 들러 20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고 이 백화점의 또 다른 매장에 들러 남성용 시계를 구입했다. 평소 즐겨찾는 한국 온라인쇼핑몰이 면세점에 입점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류 등 총 200만원을 결제했다. 좋아하는 배우 이영애가 광고하는 화장품도 친구 선물용까지 포함해 30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면세점에 입점하기 위한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하다. 내수경기 침체로 모든 유통채널이 위기를 겪고 있지만 오직 면세점만 성장세를 지속하기 때문. 그 중심에는 ‘유커’(중국인관광객)가 있다. 유커는 이미 국내 면세점 매출 70% 이상을 쥐락펴락하는, 사실상 시장을 장악한 주 고객층이다.

최근 몇년 사이 유커들이 밀물처럼 한국으로 몰려오면서 면세점 브랜드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시내 면세점은 일부 명품 의류브랜드가 철수하고 유커가 선호하는 브랜드로 대부분 판갈이됐다. 화장품부터 분유, 가방, 교육용품까지 종류도 각양각색. ‘큰손’으로 부상한 유커를 겨냥해 ‘유커 전용 선물 패키지’가 생겼을 정도다.

 
중국관광객들로 붐비는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중국관광객들로 붐비는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우는 명품, 웃는 화장품

관련업계에 따르면 면세시장에서 ‘브랜드’의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제냐·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한때 시장을 호령했던 명품 의류브랜드가 지고 있는 것. 제냐는 지난 1월께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광화문 동화면세점에서 철수했고 아르마니 역시 서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서 발을 뺐다. 젊은 남성층으로부터 인기를 끌던 폴스미스도 신라면세점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이 브랜드들이 매출 하락과 함께 매장이 철수되는 수모를 겪는 반면 화장품·유아용품 브랜드들은 국내 면세시장에서 ‘신흥강자’로 급부상했다.

유커들이 장바구니에 1순위로 담는다는 면세점 판매 1위, LG생활건강의 한방화장품브랜드 ‘더히스토리오브 후’(이하 후)는 롯데면세점 본점에 매장을 2곳씩 냈다. 후는 지난해 말 국내 면세시장에서 만년 1등으로 군림하던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브랜드를 제치고 전국 매출 1위 브랜드로 깜짝 등극했다. 유커를 공략한 럭셔리 마케팅이 뒷심을 발휘한 탓이다.

마찬가지로 판매율이 높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라네즈’도 한 지점에 2개 매장을 운영하며 유커들의 지갑 열기에 나섰다. 특징적인 것은 기존 백화점에선 접할 수 없는 패키지다. 면세점에선 단품보다 같은 제품을 10~15개씩 포장한 묶음형 제품이 쉽게 눈에 띈다. 지인 선물용으로 수십개씩 사가는 유커가 많다는 게 면세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면세 화장품브랜드의 매출 90% 이상이 유커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만큼 중국인에게 한국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한국 제품의 신뢰도가 두터워 자연스레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류와 한류스타들이 이러한 흐름에 기여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분유브랜드도 면세점시장에 속속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2013년 일동후디스가 분유업계 최초로 청정분유 3종을 롯데면세점에 입점시킨 것을 필두로 이듬해에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높아지는 유커 수요를 고려해 면세점에 입점했다. 실제 중국은 잦은 분유파동으로 인해 외국산 분유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 더구나 유커에게 한국산 분유는 품질안전성이 뛰어나고 고급스러운 제품으로 인식된다.

한국 유아용품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유아용 스킨케어브랜드도 뜨고 있다. 프리미엄 한방 유아 스킨케어브랜드 ‘궁중비책’은 지난해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입점을 완료한 데 이어 잠실점 입점에도 성공했다. 유커 사이에서 아이에 대한 먹거리, 제품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펴면서 내 아이에 대한 먹거리, 제품, 교육열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그런 측면에서 한국 브랜드는 제품과 품질력이 입증됐을 뿐 아니라 브랜드들이 중국 현지에 로컬매장을 많이 오픈하면서 친숙하고 익숙한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소비트렌드

이 같은 브랜드의 입점 열풍에는 급변하는 유커의 소비트렌드가 배경으로 자리한다. 실제 유커들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크루즈 관광업 등이 발달하면서 국내에 들어오는 여행경로가 다양해진 이후다.

이때만 해도 면세점 자체는 ‘노른자 산업군’이 아니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커 역시 40~50대 남성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주로 수천만원짜리 고급시계나 명품가방 등의 쇼핑을 즐기며 ‘왕서방’ 역할을 자처했다.

왕서방에서 20~30대 여성으로 유커가 바뀌면서 국내 유명 의류쇼핑몰, 가방, 운동화, 화장품 등으로 소비트렌드가 바뀐 셈이다.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실속구매, 스마트한 쇼핑을 즐기는 이들에 맞춰 면세점 브랜드도 시시각각 변화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현 면세점 브랜드들은 대부분 유커의 취향을 겨냥한 매장 구성”이라며 “이들의 선호도에 따라 당연히 매출 변동폭이 달라지고 다시 매출에 따라 철수하는 브랜드가 생길 것이며 그 자리를 새로운 브랜드가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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