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착한 금리’ 안심전환대출이 품은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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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대박'을 넘어 ‘야단법석’이다. 지난 24일 전격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의 후폭풍이 거세다. 출시 나흘 만에 당초 연간 책정된 20조원이 동이 난 뒤, 다음달 3일까지 2차 판매에 들어간다.

예상을 뛰어넘는 안심전환대출 인기에 대출 소비자도, 은행도, 금융당국도 허둥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이 오히려 가계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진짜 서민은 갈아타면 가랑이 찢어진다
 
“안심대출이 아니고 하라는 대로 했다가 등쳐맞는 등심대출” (hack****)
“잘 알고 대출 받아라. 아마 가랑이 찢어질 게다” (rorn****)
 
안심전환대출은 은행의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상품이다. 연 2.5~2.6%대의 파격적인 금리로 기존 고금리 대출을 바꿔준다. 금리 변동의 위험을 줄이고 계획적인 대출상환을 유도해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 담겨있다. 그러나 당초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가 현실에서는 왜곡됐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LG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24일 발표한 ‘소득계층별 가계부채 진단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안심전환대출 전환 시 늘어나는 원금 부담으로 인해 사실상 전환 가능성이 낮았다. 이를테면 대출금이 5000만원인 경우 3%의 변동금리 이용 시 매년 이자는 150만원을 납부하면 되지만, 10년 만기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원리금을 합해 연간 567만원을 납부해야 하는 것.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의 경우 연간 가구소득 평균 825만원의 절반이 넘는 417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소득 1분위 가구가 안심전환대출의 만기를 30년으로 늘리더라도 추가납부 금액은 연간 가구 소득의 10%가 넘는 수준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이번에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은 늘어나는 원금 상환 부담으로 인해 소득 하위 계층보다 소득 중상위 계층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저소득 계층의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되더라도 서민층이라면 상환 능력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서경준 희망만드는사람들 부장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후 상환 능력이 부족해 다른 대출을 받아야한다면 혹을 떼려다 붙이는 격이 될 수 있다"며 "안심전환대출은 이자 납입에 허덕이는 서민층에는 독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부장은 또한 "은퇴를 앞둔 계층이 성급하게 안심대출로 갈아타면 주택 처분 시기를 놓쳐 향후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 보유 지속 여부를 고민해야할 계층이 섣불리 안심대출 열풍에 휩쓸리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기관 연구원은 이번에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은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율 확대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위한 졸속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번 안심전환대출 대상자가 과연 은행권과 당국이 리스크를 안으면서까지 지원할 계층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자 대출이나 신용대출은 제외하고 가계대출 가운데서도 가장 우량한 대출인 주택담보대출을 지원한다는 점, 그것도 연체 위험이 적은 중상위계층이 실제 대상이라는 점에서 지원대상이 바르게 선정되지 못했다는 시각이다.

[포커스] ‘착한 금리’ 안심전환대출이 품은 '독'

◆‘제2 무상복지’ 될라… 꼬리 무는 확대 요구
 
“팔수록 손해라며? 감사 떴다고? 안 그래도 많이 팔 것 같아. 고객들이 줄 서 있는데….”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의 A은행 대출창구.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받는 직원 B씨는 “영업 시간 전부터 고객이 밀려들어 정신없는데 본점에서는 실적 집계한다고 수시로 전화하고 금감원 감사 떴다고 채근한다”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안심대출전환 상품이 출시된 직후 은행권은 대혼란에 휩싸였다. ‘팔수록 손해인 상품을 식사도 거르고 야근하면서 판매해야 하는’ 웃픈 현실을 호소했다.
 
금융당국도 ‘폭발적’ 수요에 다급해졌다. 출시 직후부터 쏟아지는 연간 한도 및 대상자 확대 문의에 “일단 지켜보자”는 말로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출시 첫 주부터 20조원 한도 소진에 따른 2차 판매 문의가 빗발치며 ‘빗나간 수요 예측’에 대한 질타가 나오자 지난 29일 긴급회의를 갖고 2차 예산 20조원을 책정했다. "더 이상 추가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벌써부터 안심전환대출이 ‘제2의 무상복지’ 물꼬를 텄다는 우려가 나온다.
 
누리꾼 사이에는 “조금 더 지나면 개나 소나 안심대출 금리로 대출 받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안심전환대출에 한 번 입맛 들인 대출 소비자들의 요구가 앞으로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라며 “특히 내년은 총선이 있는 해여서 자칫하면 ‘제2의 무상복지’ 논란이 포퓰리즘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안심전환대출의 출구전략 고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심전환대출 A to Z

◇대출대상 : 대출 실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주택담보대출
◇전환유형 : 변동금리 대출, 원금 상환없이 이자만 상환하고 있는 대출, 원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만기에 갚는 대출
◇대상주택 : 9억원 이하의 주택
◇대출한도 : 기존대출 잔액 이내에서 최대 5억원
◇대출금리 : 2.5~2.6%대(만기 일부상환 30% 선택시 2.6~2.7%대)
◇금리유형 : 기본형 또는 금리조정형 중 선택
 - 기본형 : 대출 실행일부터 만기까지 금리 고정
 - 금리조정형 : 매 5년 주기로 금리 조정
◇대출기간 : 10년, 15년, 20년, 30년(거치기간 없음)
◇상환방식 :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원금 균등분할상환
◇만기 일부상환 비율 : 0% 또는 30% 중 택일(만기 30년은 0%만 가능)
◇조기상환수수료 : 최대 1.2%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배현정
배현정 mom@mt.co.kr

머니위크 금융팀장 배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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