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부산항 터미널 면세점, '남는 장사'일까

면세점을 잡아라 / 황금알 베팅 vs 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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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뺏을 것이냐 뺏길 것이냐’. 유통업계가 뜨겁다. 8조원대까지 급성장한 면세점시장 때문이다. 기존 면세점업계는 물론 백화점, 건설, 중소기업, 심지어 페인트업체까지 유치전쟁에 뛰어들었다. 공항을 벗어나 시내까지 격전지로 떠올랐다. 유통업계 ‘태풍의 눈’이 된 면세점업계를 <머니위크>가 집중 분석했다.
한 기업의 과감한 베팅 승부. 성공할까, 실패로 끝날까. 최근 현대페인트가 신규사업자로 선정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내 면세점사업과 관련해 유통업계의 평가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국내 면세시장의 매출규모가 점점 증가하는 점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면세점이 다른 공항이나 시내면세점보다 임대료 부담이 적어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점 등을 내세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과 제주 사이에 껴 상대적으로 외국인관광객 수가 적고 부산 시내에 자리 잡은 대형면세점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신국제여객터미널 조감도. /자료제공=부산항만공사
신국제여객터미널 조감도. /자료제공=부산항만공사

◆ 최저가 두배 넘는 입찰가 ‘승부수’

현대페인트는 지난 2월 실시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내 1209.21㎡ 규모의 면세점사업권 입찰에서 부산항만공사가 제시한 최저가(18억3900만원)의 2배가 넘는 40억1000만원을 연간 임대료로 제시해 낙찰받았다.

현대페인트가 이처럼 면세점사업에 많은 돈을 쏟아 붓는 것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함이다. 특히 일본에서 10개 매장을 운영하는 일본 면세점업체 JTC를 본사로 둔 현대페인트는 본사의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사업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면세점사업이 국내 유통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른 점도 현대페인트가 과감하게 베팅한 이유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채널이 매년 적자를 보거나 2~3%대의 성장을 간신히 이어가는 것과 달리 면세점은 최근 몇년간 해외여행객 증가와 ‘유커’(중국인관광객)들의 소비 활황으로 고성장을 거듭했다.

이를 고려할 때 현대페인트는 '투자 대비 수익률'에서의 효과도 기대한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면세점은 매월 평당(3.3㎡) 20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내야 하는 공항면세점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개점이 비교적 간단하며 초기 안착비용도 적게 투입되는 장점이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항만면세점은 사업이 기존에 진행됐던 곳으로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매출창출이 가능하다. 또 주변 상권과 충돌하지 않는 항만면세점의 업장 특성이 기업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인천 영종도국제공항 탑승동의 경우 접근성이 떨어지고 유동인구가 적은 탓에 면세점의 수익률이 다른 구역에 비해 낮은 구역도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공항보다 항만공사의 면세점이 투자 대비 수익률이 좋을 수 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실제로 공항에 위치한 면세점의 경우 사업 초기 임대료가 매우 높다. 따라서 인천공항에 진출한 대기업 면세사업자조차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의 경우 지난해 내국인을 포함한 이용객이 148만명이었으며 같은 기간 크루즈를 이용한 외국인여행객도 24만5000명으로 전년대비 25% 늘어나는 등 이용객 증가세가 가파르다. 현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의 경우 후쿠오카, 시모노세키, 오사카, 대마도 등 일본행 알짜 노선을 운영 중이어서 구매력이 충분한 일본관광객이 소비를 주도할 경우 매출 신장이 예상된다.

나아가 현대페인트는 신항만 개항에 따른 면세점 규모의 대형화와 취급품목을 150개 이상으로 다양화한 점과 부산-제주 간 이용객 상승분을 감안한다면 당초 보수적으로 집계된 매출액도 8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영 현대페인트 부사장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의 면세점사업권 획득은 현대페인트의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첫 시작을 의미한다”며 “수익 위주의 신규사업 진출을 통해 앞으로 경영성과 및 기업 실적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장밋빛 전망’에 우려 시각도

이처럼 유통업계 최대 화두로 면세점이 떠오른 데는 역시 유커의 힘이 크다. 유커 덕에 지난해 국내 면세점시장이 약 7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부산항국제여객터미털의 면세점사업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바로 부산이 유커의 수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부산시 집계 결과 지난해 부산을 찾은 중국인은 90만명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1월까지 86만3000명으로, 부산의 메인 게스트였던 일본인관광객 43만9000명의 2배 수준이다. 하지만 ▲항구(크루즈) 18만명 ▲공항 18만명 ▲타지 경유 50만명 등으로 부산을 직접 찾은 유커는 많지 않다.

엔저로 일본인관광객이 빠져나간 서울 명동은 유커가 채웠지만 일본인관광객이 사라진 부산 중구 남포동과 자갈치시장 일대에서는 유커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이는 유통업계의 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큰손’ 유커 덕에 사상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돌파, 4조2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조7000억원에 비해 무려 14%의 신장세를 보인 것이다.

반면 롯데호텔 부산면세점은 지난해 2600억원의 매출로 전년대비 2%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유커를 겨냥해 기존 8층 면세점 외에 7층을 중국인 전용 점포로 확장해 중저가 화장품 등 중국인이 선호하는 특산품 위주의 매장을 꾸렸음에도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신세계면세점도 오는 4월11일 명품브랜드인 ‘까르띠에’ 매장이 철수한다. 유통업계는 유커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가 철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유커가 부산을 많이 찾지 않았다는 반증으로 본다.

나아가 내륙에 위치한 대형면세점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중국인관광객이 인근 부산지역 대형면세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서다. 실제 부산지역 인근에 위치한 D면세점의 경우 지난 2012년 정부가 외국인관광객 수도권 편중현상을 막고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면세점을 운영 중이지만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부산지역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면세점이 급성장하면서 유통업계의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부산의 경우 대기업이 운영하는 시내면세점으로 관광객이 쏠리는 현상이 도드라진다”며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면세점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없으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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