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채권추심 뺨치는 대학가 '학과비 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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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까톡~까톡~’, ‘윙~윙~’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S여대 한 학과의 1학년 강의실.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강의를 듣던 학생들의 휴대폰이 일제히 여기저기서 울려댔다. 단체 카카오톡(카톡)이 학생들에게 온 것이다. 발신인은 다름 아닌 이들의 2학년 선배. 강OO, 고OO, 권OO 등 학과비를 미납한 신입생 이름을 열거하며 18만원씩 자신의 계좌로 빨리 보내라는 독촉이었다. 이런 내용의 단체 카톡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급기야 카톡이 울리던 사흘째에는 학과비 미납자들을 ‘학회명단에서 제외시킨다’는 내용이 1학년생 전체에 단체 카톡으로 전달됐다.

#2.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또 다른 S여대. 학과 알림판에 대자보가 붙었다. 내용은 새내기 입학생에게 전하는 4년치 학과비 일괄 납부 안내문. 학과비 20만원과 과티 맞춤 비용 4만원 등 총 24만원을 2학년 선배 계좌로 입금하라는 고지였다. 이어진 안내문에는 학과비 미납 시 사물함 사용금지는 물론 각종 학교 행사 참석 금지조치 및 엠티 참석 불가, 명단 공개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섬뜩한 '협박 문구'가 적혀 있었다.

#3. 대전광역시에 있는 D대학. 이 학교의 한 학생은 선배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고 있다. 학과비 미납과 납부 강요에 대한 불만 토로가 원인이 됐다. 4년치 학과비 40만원을 미납해 엠티에 불참하게 되자 선배가 벌금 5만원을 내라고 강요하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던 것. 이것의 부당함을 각종 커뮤니티사이트에 알리며 선배들과 마찰을 빚었지만 결국 그에게는 학과 결속력을 해한다는 이유로 학과 학생회 차원의 ‘왕따’ 조치가 내려졌다.

◆ 학과비 안내면 왕따·금지 등 불이익

대학 캠퍼스가 학생회비(학과비) 논란으로 뜨겁다. 대학 신입생 사이에서 ‘신종 등골브레이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얼마나 심각하길래 이런 말까지 나오는 것일까.

지난 3월23일 <머니위크>로 한통의 제보가 날아들었다. 올해 서울소재 S여자대학교에 입학했다는 한 여학생은 학생회비를 내라는 선배들의 강요와 횡포가 너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곧바로 제보자에게 연락을 취해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등록금에 책값에 딸을 대학에 입학시키느라 우리 부모님 등골이 휘시는데 오자마자 학교 선배들은 돈부터 내라고 강요하네요.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차마 학과비까지 내달라고는 염치가 없어 못하겠어요. 근데 선배들은 단체 톡방에 돈 안낸 사람들 명단 공개하고 각종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을 하네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러한 일이 비단 이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것일까. 제보를 한 학생의 도움을 받아 그 친구들이 다니는 다른 대학교의 학과비 징수 실태를 알아봤다.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거의 모든 대학의 대다수 학과가 학과비를 강제적으로 걷고 있었다.

학과비는 학과 학생회 자치를 위한 운영비를 말한다. 등록금 중에서 일부 지원되지만 충분치 않기 때문에 더 걷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걷는 게 아니라 최소 1년치에서 4년치를 한꺼번에 납부하라고 강요하는 학생회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포커스] 채권추심 뺨치는 대학가 '학과비 징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징수 방법이 고리대금 사채업차 뺨치는 수준이다. 미납한 학생에게는 각종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협박과 신상공개 그리고 선배의 폭언 등이 난무했다. 나아가 이를 거부하는 학생은 은근히 ‘왕따’시키거나 사물함·복사기 등 과내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었다. 일부 학과는 학생회 제적 조치 및 각종 학교·과 행사의 참석 금지 조치 등을 내리고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 소재 K대학에 다니는 한 신입생은 “수십만원의 학생회비를 내고서도 오리엔테이션이나 MT 등 크고 작은 학과 행사에는 다시 회비를 내라고 한다”며 “학과 선배들이 학생회비를 내라고 독촉전화를 해 대학생활에 혹여 지장을 받지 않을까 두려워 내긴 했지만 사용처도 모호한 학생회비를 이렇게까지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학생의 우려처럼 지출과 결산 등 관리가 부실하다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학과비가 학생회 임원 술자리에 쓰인다’는 식의 고발 및 불만의 내용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쓰임새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서울 유명 사립대 학생회장이 학과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학과 명의가 아닌 과대표 통장으로 돈을 걷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 대학측, 알고는 있지만… “개입 어렵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대학 측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제보를 한 학생이 다니는 S여자대학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대학 측은 인지하고 있지만 학생자치 관련 문제여서 개입하거나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S여자대학 관계자는 “학생회비와 과회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가 개입을 하려고 해도 매번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힌다”면서 “대학이 개입하려면 학생회비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학생회비 지원이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쉽게 나서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대전의 D대학 관계자는 “각 학과 학생회 소속 학생들에게 매년 교육을 실시하고 당부를 하지만 잘 시정되지 않는다”며 “아마도 일부 학생이 다소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정말 강하게 주의를 주고 앞으로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학교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대학이 교육기관이다보니 학생회비와 관련한 최소한의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학생회 차원의 자정노력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면서 “학생회비 문제의 개선 노력이나 우수사례가 있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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