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르는게 값" 명품 수선의 두 얼굴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 콧대 높고 가격까지 높은 명품의 치명적 약점. 바로 애프터서비스(AS)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비싼 값을 치르고 샀지만 제품에 이상이 생기면 일단 따질 게 많다. 같은 브랜드 제품이라 할지라도 백화점에서 샀느냐, 면세점에서 샀느냐, 해외에서 샀느냐, 온라인몰에서 샀느냐에 따라 AS수준이 달라진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정식코스로 구매했다고 해서 특별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다. 브랜드별 AS센터가 극소수인 데다 제품이나 잡화 등 간단한 수선만 가능하기 때문. 국내에서 AS를 하지 않는 브랜드도 상당하다. 이 경우 소비자는 수선에 몇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 그렇게 발전된 것이 명품 전문 수선점이다. 명품브랜드의 AS 수준이 하도 엉망이다보니 백화점들이 몰려있는 번화가를 중심으로 명품 수선을 대행하는 업체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것. 2000년대 들어 명품시장이 커지면서 이 업체들도 빠르게 성장했다. 대부분의 백화점에서는 이들 업체와 연계해 별도의 AS망까지 구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명품과 관련된 파생산업 중 하나에서 이제는 소비자에게도 브랜드에도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된 것이다. 명품시장 전반에 드리워진 불황의 그림자도 이 곳 만큼은 비켜나갔다.

 
/사진=머니위크
/사진=머니위크

“이 가방 좀 고쳐주세요. 최대한 빨리요.” 명품족인 A씨는 얼마 전 10년 이상 묵은 샤넬 가방을 들고 수선업체를 찾아갔다. 가방은 그야말로 중환자 상태. 내부 지지대가 부서진 것은 물론 고리까지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주 뒤. A씨는 새 제품처럼 제 모습을 갖춘 가방을 돌려받았다. 총 ‘성형수술’ 비용은 100만원 정도.

◆헌 것 줄게, 새 것 다오

A씨는 “신혼여행 당시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사온 터라 백화점 AS는 꿈도 꾸지 못했다”면서 “거금을 주고 샀는데 애물단지로 전락한 물건이 감쪽같이 새것처럼 변신하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둘러본 서울 명동 일대의 한 명품 수선가게 안. 구찌, 루이비통 등 저마다 명품 가방을 하나씩 손에 쥔 명품 숙련공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매일 새로 태어나는 명품은 평균 100개. 그들 머리 위 선반에는 완성된 수선 제품을 담은 쇼핑백 50여개가 빼곡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25년간 일해온 직원 김모씨는 “솔직히 명품 수선은 불황이 없다. 일본인관광객, 중국인관광객들이 늘면서 오히려 고객이 더 증가한 상황”이라며 “수선뿐 아니라 낡은 명품을 새로 고쳐 다시 쓰려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직원과 말을 나누는 사이에도 명품 벨트를 고치려는 사람, 부속품을 분실한 사람, 가방 끈이 끊어져 찾아온 사람 등 3~5분 간격으로 손님이 드나들었다. 소비자들이 명품 수선업체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해외 직구나 인터넷 구매, 면세 구매 등으로 구입하다보니 AS고객 기준에 포함되지 않거나 수선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명품브랜드에 AS를 맡길 경우 보통 10~15일 정도가 걸리지만 훼손 상태에 따라 6개월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간혹 수선비가 새 가방금액에 버금가는 액수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수선업체에선 웬만큼 어려운 수선도 한달 안에 끝난다.

/사진=머니위크
/사진=머니위크

◆기준 없는 가격정책… 불만 속출

단점은 정찰제 개념이 없어 ‘부르는게 값’이라는 것. 가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가 없다. 취재 중 만난 일부 소비자들은 ‘명품브랜드 본사에 맡겼을 때보다는 훨씬 싸다’고 얘기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비싼 비용을 요구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선업체 이용객 B씨는 “같은 가방을 가지고 여기저기 견적을 받아봤는데 견적이 천차만별이었다”며 “만나는 상인에 따라 파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말그대로 엿장수 마음인데 많게는 5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며 혀를 내둘렀다.

B씨는 또 업체에 따라 불필요한 수선까지 요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B씨는 “과거 한차례 수선받은 것까지 잘못됐다며 이번에 이곳에서 한번에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며 “이런 식으로 명품수선비용을 지불하다보니 어느새 새 가방과 맞먹는 비용을 쓴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수선업체에 들른 C씨는 “과거 명품 체인백의 아주 작은 연결고리 하나가 빠져서 수선을 의뢰했는데, 본을 떠야 한다며 가방가격의 5분의 1인 20만원을 요구해 황당했다”고 귀띔했다.

명품 수선업체들은 수선가격은 브랜드와 작업 난이도, 부속품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간단한 수리는 2만~3만원부터도 가능하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아주 간단한 작업일지라도 일단 숙련공의 손이 닿으면 3만~4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또 가죽 가방 내피를 바꾸는 데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요구하기도 해 수선을 할 바에는 차라리 새 상품을 사는 편이 낫다는 게 고객들의 반응이다.

그럼에도 ‘브랜드에서는 안 고쳐주니까, 안 쓰자니 산 돈이 아까우니까’ 등의 이유로 부르는 게 값인 업계 정책을 감수해야 하는 분위기다.

명품 수선업체의 콧대는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명품브랜드들의 매출이 줄고 있는 반면 불황 속에서도 유일하게 활기를 띠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해외관광객 증가로 일본인과 중국인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웃을 일이 더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럴수록 객관적인 AS방침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선업체들이 분명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개인이 비용을 청구하는 운영 방식을 봤을 때 과연 합당한 기준에 의해 정해진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소비자에게 보다 신뢰를 줄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3012.95하락 86.7418:03 02/26
  • 코스닥 : 913.94하락 22.2718:03 02/26
  • 원달러 : 1123.50상승 15.718:03 02/26
  • 두바이유 : 66.11하락 0.0718:03 02/26
  • 금 : 65.39상승 2.518:03 02/26
  • [머니S포토] '예타면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
  • [머니S포토] 허창수, 전경련 정기총회 입장
  • [머니S포토] 대화하는 윤호중 법사위원장과 여야 간사
  • [머니S포토] 체육계 폭력 등 문체위, 두눈 감고 경청하는 '황희'
  • [머니S포토] '예타면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