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두뇌' 떠나고 뺏기고… 중소기업 '골머리'

중소기업이 희망이다 / '인재풀'을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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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백수씨(30·가명)는 이른바 ‘학력 유턴족’이다. 3년 전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경영학사를 딴 뒤 졸업했지만, 지난 3월 서울의 한 전문대학 치기공과에 재입학했다. 고학력에도 불구, 기술 분야의 교육기관을 찾는 김씨와 같은 유턴족의 목적은 두말할 필요 없이 취업이다. 학벌이나 스펙보다는 취업이 보장되는 분야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 김씨와 같은 유턴족은 지난 2012년 1102명에서 지난해 128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 인천지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나답답씨(62·가명)는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상반기 모집공고를 냈지만 채용할 만한 인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졸업생들의 대기업 선호현상은 여전하고 힘들게 좋은 인재를 발굴해 전문인력에 맞게 키워놓았다 하더라도 대기업의 인력 스카우트 앞에 무너지기 일쑤다. 나씨는 “숙련된 인재는 중소기업의 지속성장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라며 “이제는 중소기업의 자금·세제 문제보다 인재난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털어놨다.

 
[연중기획] '두뇌' 떠나고 뺏기고… 중소기업 '골머리'

대학은 졸업생 취업으로 고민하고 중소기업은 마땅한 인재가 없어 안절부절이다. 해마다전국 334개 대학(대학 197, 전문대 137)에서 50만명이 넘는 졸업자를 쏟아내지만 정작 산업계는 인력난을 호소하는 실정. 기업이 처한 현실은 더욱 팍팍하다. 단순히 생산인력 부족을 넘어 기술과 연구 등 핵심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소기업 63% “채용 어려워”

최근 취업포털 파인드잡이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와 공동으로 10인 이상 중소·중견기업 389사를 대상으로 ‘2015년 중소·중견기업의 중장년 채용계획 및 채용인식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인 63.0%가 직원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채용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직무능력을 갖춘 지원자 부재’(25.2%)가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급여 및 복지수준’(18.2%), 3위 ‘낮은 인지도’(15.2%), 4위 ‘열악한 작업환경과 높은 업무강도’(13.3%) 등이 꼽혔다.

가장 채용이 힘든 직종은 연구개발, 생산·품질관리 등의 ‘기술직’(44.6%)이었다. 이어 ‘영업·마케팅직’(22.4%)과 ‘단순노무직’(22.4%), ‘사무관리직’(10.6%) 순으로 인력 확보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직 채용이 힘든 이유에 대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신제품 개발과 품질관리에 필요한 기술직은 나이보다 능력이 중시되는 직종 중 하나”라면서 “이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기업은 ‘수익성 저하-저임금 일자리’ 딜레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기술 분야의 고부가가치화는 전체 일자리 유지 및 창출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핵심인재난을 부추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중소기업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가 지적됐다.

그 첫번째는 짧은 재직기간이다. 알바천국이 조사한 ‘2015 중소·중견기업 채용계획 및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중소·중견기업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2.4년으로 조사됐다. 30대 그룹 계열 대기업 근속년수인 9.7년의 4분의 1 수준이다.

근속년수 분포도를 살펴보면 ‘1년 이내’가 27.9%로 가장 많았다. 이어 2년 이내 20.0%, 3년 이내 16.6%, 6개월 이내 16.2%, 5년 이내 9.7% 순으로 나타났다. 높은 이직률 즉 짧은 재직기간은 전문성을 약화시켜 경쟁력 저하를 불러온다는 분석이다.

대기업의 인력빼가기도 빼놓을 수 없다. 손승우 단국대 교수가 발표한 ‘중소기업 기술보호’ 자료에 따르면 회사 내 부설 연구소 보유 중소기업 중 기술유출을 경험한 중소기업은 12.5%였다. 이 중 42.2%는 대기업의 인력 스카우트로 인해 중소기업의 기술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손 교수는 “단순히 기술을 빼가는 것을 넘어 시장 경쟁을 헤칠 수 있는 핵심인력 유출이 심각하므로 이를 막을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최근 5년 동안 기술 인력을 한번 이상 빼앗긴 중소기업의 75%가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납품업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임금과 복지비, 교육비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중소기업은 대기업 대비 임금은 67%, 복지는 52.6%, 교육훈련비는 13% 수준에 머물러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중소기업 취업자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취업문을 두드리는 구직자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노동전문가는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적 과제 중 하나”라며 “중소·중견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근속기간이 점차 짧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이들에 대한 연봉인상률도 미미한 수준에 머물면서 구인난이 심화되고 향후 경영악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나마 수도권에 위치한 중소기업은 양호한 편이다. 지방 기업들의 경우에는 매년 우수한 인재를 적시에 채용하는 것이 일년 중 가장 큰 행사일 정도로 인재 충원에 목말라하고 있다. 실제 지방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다.

익명을 요구한 강원도 소재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아 실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채용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우리 입장에선 보통문제가 아니다”라며 “이에 대한 부담은 결국 기존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경력직인 그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발판이 돼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취업 활성화를 위해 임금비용 지원과 같은 ‘금전적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 2월호에 실린 ‘사업체 규모별 임금 및 근로조건 비교 보고서’를 통해서도 금전적 어려움이 중소기업의 채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제3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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