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야기] <강남 1970>으로 본 강남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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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1970>은 강남 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진 추악한 암투를 날것 그대로 까발린 영화다. 유하 감독은 5·16 군사쿠데타 출신 공화당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선거 자금 마련을 위해 충성경쟁을 벌이던 당시 시대상을 통해 '강남불패 신화'가 만들어진 과정을 은막에 투영했다. <강남 1970>을 통해 강남 개발의 역사와 한국 부동산의 흥망성쇠를 돌아보며 강남의 미래를 점쳐봤다.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 강남은 어떻게 '욕망의 땅' 됐나

<강남 1970>의 중심엔 김종대(이민호)와 백용기(김래원) 두 남자가 있다. 보육원에서 만나 형제가 된 이들은 넝마주이로 연명하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정치깡패 세계에 발을 들인다. 얼떨결에 야당 전당대회장에 난입했다 헤어진 뒤 이들의 운명은 엇갈리기 시작한다.

3년 뒤 재회한 종대와 용기는 공화당 내에서 대립관계인 부동산 큰손 서태곤 의원(유승목)과 당의 자금줄인 박승구 의원(최진호)이라는 다른 줄에 서게 된다. 남서울개발계획을 배경으로 두 형제는 소용돌이치는 욕망의 물결에 몸을 내던진다.

유 감독은 영화의 모티브를 남서울개발 개발계획 발표 당시 서울시 기획관리관이던 손정목 전 교수가 쓴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서 따왔다. 이 책을 보면 강남 개발은 당시 박종규 청와대 경호실장 등이 주도한 '박정희 대선자금 프로젝트'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상에선 당시 권력 실세인 중앙정보부 김 부장(엄효섭)이 프로젝트를 지휘한다. 그는 1971년 치러질 제7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정치자금을 끌어모을 묘수로 서울을 강남으로 통째로 옮겨놓을 계획을 내놓는다.

이 계획의 하나로 서울시 관계자 등은 한강이 범람해 뻘밭이던 강남 일대를 헐값에 사들였다. 시는 어느 정도 땅을 확보하자 1970년 남서울개발계획을 발표한다. 땅값은 뛰어올랐다. 부동산 투기의 전설 '말죽거리(양재역) 신화'는 이렇게 쓰였다.

◆ 투기 바람과 부동산 재벌의 탄생

종대는 강남 복부인 민 마담(김지수)의 눈에 들어 함께 땅을 사들이는 일을 맡게 된다. 이들은 언론인을 사칭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 땅값을 띄운 뒤 비싼 가격으로 원주민에게 되파는 수법으로 부를 축적했다.

"영동을 명동으로 만들 수 있어. 위에서 부채질만 잘 해주면"이라는 민 마담의 대사는 강남이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보여준다. 땅값만 올랐지 정작 개발이 되지 않자 서울시는 1972년 강남개발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강북억제책을 내놓는다.

이후에도 명문학교 이전 등 각종 유인책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의 부채질에 따른 투기 바람이 강남을 덮친 후 15년간 강북 땅값이 15배 오르는 동안 강남 땅값은 2000배나 뻥튀기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당시 남편이 고위 공직자나 사업가 등이어서 전면에 나설 수 없으나 든든한 재력과 정보력으로 아내가 대신 나서 땅을 구매하거나 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복부인'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민 마담의 대사 중 "제가 영동 쪽에 땅을 보고 있는데 같이 반지 좀 돌리죠"라는 말도 당시 땅값이 수십에서 수백 배가 올라 땅을 소개해 준 사람들에게 금반지를 돌리는 관행으로 생겨난 말이다.

부동산에 기반을 둔 재벌이 탄생한 것도 이즈음이다. 강남 개발사업은 건설사들에 그야말로 떼돈을 벌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건설사들이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정치자금으로 상납하고 정부로부터 이권을 챙겨 다시 돈을 버는 '유착 고리'도 형성됐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후반까지 재벌들은 당시 정부에서 받은 지원과 막대한 자본으로 부동산을 사들였다. 이는 토지에 대한 가수요를 키워 전체 땅값을 끌어올렸다. 중동건설 호황으로 벌어들인 돈을 건설사들은 계속 부동산에 쏟아 부었다.

이는 전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견인한 주요 원인이 됐다. 1980년대 중반 달러화 약세, 저유가, 저금리 등 3저현상 때 매년 두자릿수의 실질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호황을 누리면서 땅값은 더욱 폭등했다.

<강남1970> 포스터. /사진제공=모베라픽쳐스
<강남1970> 포스터. /사진제공=모베라픽쳐스

◆ '거품' 꺼진 강남의 앞날은

한조각 권력을 거머쥔 서 의원과 부동산 투기로 주머니를 두둑이 챙긴 민 마담은 축배를 들며 자축한다. 그러나 한때 "땅 종대, 돈 용기! 끝까지 한번 가 보자"며 감당하기 벅찬 꿈을 좇아 겁없이 달리던 두 형제는 철저하게 권력에 이용만 당한 채 무참히 버려진다.

두 형제의 몰락과 강남의 현재는 어딘가 닮았다. 한세대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일장춘몽'은 지난 2008년 국제 금융위기로 사실상 끝이 났다. 현재까지 계속되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강남엔 빛바랜 찬가가 흐른다.

강남에서 시작된 부동산 거품 붕괴는 한국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이어졌다. 뒤늦게 부동산 투기에 뛰어든 수많은 서민은 '하우스푸어'로 추락해 사회적 문제가 야기됐다. 영화는 후반부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끈질긴 생명력으로 현재의 강남에 등장한 서 의원을 강남불패의 향수에 젖은 듯한 정치권에 빗댔다.

정부는 강남 아파트의 재건축 기한이 도래하자 규제 완화정책으로 강남 재도약의 토대를 만들었다. 개포·대치·압구정·도곡동 등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용적률 제한을 300%까지 완화했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 3년 유예연장과 분양가 상한제 등을 폐지했다.

규제 완화에 따라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가가 오르는 등 좋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으나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관련 업계에선 사업성 결여로 멈춰선 재건축 지역주민의 불편을 해결하겠다는 정책 의도 자체는 좋으나 과도하게 끌어올린 용적률과 분양물량이 한꺼번에 몰려 공급과잉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과거 1970년대 고성장기와 달리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국내 경제와 인구감소,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가속, 주거 형태 변화 등의 변수도 강남의 부활을 가로막을 것으로 보여 희망적인 관측을 어렵게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동규
성동규 dongkur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위크>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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