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주진형식 혁신'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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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지난 2013년 8월 취임하자마자 350명의 인원을 줄이는 대규모 감원을 결정했다.

지난 2012년 9월 한화증권은 한화투자증권(구 푸르덴셜투자증권)과 합병하며 현재의 한화투자증권으로 재탄생했다. 인력이 늘어난 만큼 비용도 늘었고 이는 대규모 손실을 불러왔다. 주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한 이유다. 당시만 해도 주 대표는 ‘구조조정의 달인’으로 불렸다. 과거 우리금융지주, 우리투자증권 재직시절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칼잡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데 비하면 그나마 순화된 표현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 대표에게 붙은 수식어가 달라졌다. 이단아, 실험경영, 혁신의 아이콘 등이다. 불과 몇년 전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주 대표는 취임 직후 ‘고객중심’의 경영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갖가지 개혁안을 잇따라 내놓으며 한화투자증권의 풍토를 바꾸고 있다.

 
/사진제공=한화투자증권
/사진제공=한화투자증권

◇ 고객중심으로 간다

지난해 3월 한화투자증권은 “잘 모르는 펀드는 팔지 않겠다”며 ‘코어펀드’제도를 발표했다. 슈퍼마켓처럼 여러 상품을 늘어놓고 파는 것이 아니라 잘 아는 펀드만 몇개 골라서 파는 전문점이 되겠다는 것. 또 매도의견을 제시한 리포트를 10%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2개월 뒤인 5월 한화투자증권은 올바르고 안전한 장기투자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레버리지펀드’의 신규판매를 중단했다. 아울러 같은해 7월 “올해를 고객신뢰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대대적인 리테일제도 개편에 나섰다. 오프라인 주식매매수수료를 낮추고 수수료 부과체계를 영업점, 고객지원센터(콜센터), 온라인(ARS·HTS·홈페이지·모바일)별로 통일했다. 또 고객지원센터의 수수료를 낮추고 통화료를 한화투자증권의 부담으로 전환했다. 마지막으로 과당매매 방지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과당매매 방지제도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과당매매는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에는 도움이 되지만 투자자의 수익창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 이에 한화투자증권은 곧바로 “과다한 주식매매는 거래비용 부담으로 인해 투자자의 계좌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회전율-수익률 상관관계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에도 한화투자증권의 광폭 행보는 이어졌다. 고객지원센터의 상담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확대했고 같은 시간까지 고객이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투자와 재테크에 대한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고객자산 보호를 위한다며 고위험등급 주식을 발표했다. 위험한 종목으로 선정된 회사들이 불만을 표했지만 한화투자증권은 “고위험등급 주식의 과거 수익률을 점검한 결과 6개월간 평균 주가하락률이 19.5%에 달했다”며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대표의 파격은 올해도 이어진다. 지난 6일 한화투자증권은 직원 보상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통상 증권사 직원의 연봉은 자신이 판매한 상품에서 발생한 수익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수수료가 높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면 그만큼 자신이 받아가는 금액도 높아진다.

즉 증권사 직원들은 고객의 성향이나 상황에 관계 없이 보수가 비싼 상품을 팔면 이득이 된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주식형이든 채권형이든 모든 펀드를 동일 상품군으로 묶어 1%의 대표 보수율을 적용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해 주 대표는 SNS를 통해 “앓던 이를 뺀 기분이어서 후련하다”고 평가했다.

◇ 혁신 속 어두운 그림자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주진형식 혁신’의 부작용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 대표의 공격적인 행보에 발을 맞추지 못한 직원은 한화투자증권을 떠났다.

본래 증권업계는 이직이 활발한 곳이다. 그럼에도 유독 한화투자증권의 리서치센터는 인원 충원이 더디다. 한때 50여명에 육박했던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인원은 현재 리서치어시스턴트(RA)를 포함해도 30명이 채 안된다. 특히 스몰캡팀의 애널리스트 등 주요 인력이 대거 빠져 나갔지만 아직 충원되지 않았다.

영업직(리테일)의 불만도 커졌다. 익명의 한화투자증권 영업직원은 “고객을 위하는 건 좋지만 팔 수 있는 상품도 적은 데다 회전율도 계속 낮추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성과급 등에 대한 불만, 기존과는 달라진 영업환경에 직원들은 회사를 떠난다. 한화투자증권의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 회사의 리테일 인력은 총 575명이다. 전년(728명)대비 153명 줄었다. 특히 64명에 달했던 계약직원은 6명으로 급감했다.

현 시점에서 주진형식 혁신의 성공 유무를 확언하기는 어렵다.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실적은 흑자였다. 지난해 9852억원의 매출(영업수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24억원, 순이익은 8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1년부터 이어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한화투자증권의 리테일부문이 축소된 만큼 시장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실적 회복세가 뚜렷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자사주 350만주를 처분했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얻은 약 239억원의 자금을 투자은행과 유가증권운용 부문 강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리테일이 아닌 다른 분야를 강화했지만 이 성과가 언제쯤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또 성공에 대해 단언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이다. 지난 2013년 선임된 주 대표의 임기는 3년이다. 1년 후 주 대표가 연임에 실패해 대표이사가 바뀔 경우 한화투자증권이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는 주 대표의 행보와 한화투자증권의 현 상황을 보며 ‘그간 이어진 악습을 끊으며 생기는 진통’이라는 평가와 실패할 것이라는 냉소가 공존한다. 과감한 주 대표의 행보가 우리나라 증권가를 회사중심이 아닌 고객중심으로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될지, 실패한 시도로 역사에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유병철
유병철 ybsteel@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위크> 증권팀 유병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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