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심리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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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다. 단기를 노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장기적으로 돈을 벌고자 한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사실을 안다면 단기적으로 손해가 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대신 길게 보고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기꺼이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대개 이런 마음을 갖고 주식투자를 시작하지만 과연 결과도 그럴까.

주식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종목을 잘 선택하고 주가 움직임의 기술적 분석을 잘 해야 한다. 자신이 분석을 잘못하더라도 실력 있는 전문가 혹은 애널리스트의 이야기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면 된다.

문제는 그것이 주식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필요충분조건이 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로 오래 오래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다.

한때 주식투자로 큰 돈을 번 사람 중 여전히 잘나가는 사람들은 실전투자를 줄이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거나 운용인력을 관리하거나 경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직접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꾸준히 수익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성공의 필요조건인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들의 진검승부는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해 어떻게 미리 대비하고 예기치 않은 불확실성이 현실에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건희칼럼] 심리의 함정

◆5명 중 1명 성공, 그리고 선수교체

어떤 위험이 다가오거나 어떤 공포가 현실화되더라도 우선은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만 있으면 다시 수익을 내면서 만회하는 좋은 시절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아 시장평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올리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사람들의 수익률 분포는 일반적으로 평균을 중심으로 하는 정규분포를 이루지 않는다. 소수의 ‘대박’ 뒤에는 많은 사람의 ‘겨우 살아남기’와 일부 사람의 ‘쪽박’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최대 다섯명이 참가하는 시장에서 모든 사람들의 특정기간 연평균 투자수익률이 10%라고 가정하고 각자의 수익률이 35%, 10%, 5%, 2%, -2%로 나타난다고 가정해보자. 연평균 2%와 -2%의 수익률로는 투자할 이유가 없으므로 이들은 결국 시장을 떠난다. 살아남은 사람 중 5%는 금리가 그보다 월등히 낮지 않으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활동을 한 의미가 없다. 10%는 모든 투자자의 평균이며 평균을 크게 초과하는 사람은 1명이다.

투자활동을 하던 5명 중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한 2~3명이 시장을 떠난 후 남은 사람만 투자를 지속하게 된다. 손실 난 사람은 주변에 소문이 잘 나지 않는 반면 수익을 크게 낸 사람의 이야기는 잘 퍼진다. 스스로 자랑스럽게 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중매체나 출판업계도 연예인이 큰 손실을 입어 자살을 하는 등 극단적인 상황에 이른 경우가 아니면 손해 본 투자자보다는 대박 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수의 이야기는 묻히고 소수의 이야기만 알려지는 셈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자 이야기가 알려지거나 시장 자체의 수익률이 괜찮을 때 새로운 사람이 시장에 들어온다. 일부 떠나간 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선수의 일부가 교체되는 것에 비유된다.

이전 구간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후 이어지는 구간에서도 계속 높은 수익률을 얻을 확률은 100%가 아니다. 따라서 우수한 성과는 새로운 선수에게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전에 잘 나가던 선수도 언제든 수익률이 떨어지고 손실로 전환하면 결국 물러나게 돼 있다.

필자의 한 친척 어른은 80년대 말 역사적인 트로이카 유동성 장세에서 상당한 수익을 냈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주식투자를 권했다. 90년대 초반 대세하락 장세가 지난 뒤 알아보니 친척 어른은 주식시장을 완전히 떠난 상태였다.

2000년대 말 미국발 서브프라임사태와 금융위기 직전까지 꽤 많은 수익을 얻었던 투자자가 금융위기로 대폭락이 왔을 때 주식시장을 떠난 경우도 있다.

한국의 IMF시대를 불러온 90년대 말 외환위기 구간에서도 그 이전에 번 수익을 잃고 손실난 채로 주식시장을 떠난 투자자가 많았다. 반면 위기가 지나 주식시장에 새로 들어온 투자자들은 상당한 돈을 벌었다.

부동산시장에서 대박 난 사람들도 위기를 전후로 부동산을 사들인 경우가 많다. 얼마의 자금에서 출발해 얼마를 벌었다는 대박 신화는 흔히 위기가 지난 뒤 나온다. 이를 지켜본 새로운 투자자가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건희칼럼] 심리의 함정

◆심리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투자세계에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현상은 <피터의 원리>라는 책의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의 저자 로렌스 피터는 우리 주위에 무능한 사람이 많은 것은 그들이 무능해서 승진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승진했기 때문에 무능해진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직장에서 맡은 일만 잘하면 승진을 시켜주는데 승진한 후 그가 하는 일은 그전과 크게 달라지면서 새로운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승진할수록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은 평균적으로 줄어든다. 결국에는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나는 단계까지 승진을 한다는 게 <피터의 원리>의 핵심이다.

피터의 원리를 주식투자에선 “사람들은 투자성과가 떨어질 때까지 투자를 지속한다”로 바꿀 수 있다. 수익이 늘면 투자를 지속하기 마련이며 수익률이 떨어져 손실로 전환돼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되면 그만두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기업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기업이 잘 나갈 때 그 상태에만 머물러 있거나 그동안 번 돈을 챙기고 문 닫는 경우는 드물다. 잘 나가면 더욱 잘 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고 어려워지더라도 버틸만 하면 다시 좋아질 때까지 기다린다. 기업이 문 닫는 경우는 적자전환하고 경영상태가 나빠졌을 때다.

도박판에서도 대부분 손실이 날 때 떠난다. 오락이 아닌 돈 버는 목적으로 도박할 경우에는 한때 돈을 따더라도 그 상태에서 그만두지 않는다. 딴 돈을 다시 도박판에 넣고 더 큰 돈을 벌고자 계속 도박을 하다가 결국 큰 손실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도박을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

심리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수익률보다는 자금관리를 중요시 해야 한다. 따라서 수익을 얻은 후에는 모든 수익을 계속 주식에 재투자하지 말고 일부는 안전자산으로 옮겨놓는 것이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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