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돌아온 장고', 다시 시작이다

CEO In & Out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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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돌아왔다. 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과 노동조합의 지리한 줄다리기 끝에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사장 선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고재호 사장의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대우조선은 내홍에 휩싸였다. 고 사장의 유임 혹은 내부인사의 사장 승진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가 강해지자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결국 내부인사도 외부인사도 아닌 사람을 찾아냈다. 정성립 사장 내정자가 친정으로 돌아온 배경이다.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산업은행은 지난달 10일 '정성립 카드'를 꺼냈다. 정 내정자라면 노조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노조는 대우조선에서 20년을 넘게 근무하고 지난 2001년엔 대우조선의 사장직을 맡아 워크아웃을 조기에 졸업시키는 등 혁혁한 공을 세운 정 내정자마저 ‘외부인’으로 규정하고 반대했다. 이는 정 내정자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꽂아 넣은’ 인사에 대한 거부감의 표출이었다.

정 내정자는 이를 피하지 않고 노조에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정 내정자는 노조가 공식 반대입장을 밝힌 다음날인 지난달 8일 노조 집행부와 모처에서 만남을 가졌고 이후 수차례의 회동을 거치며 신뢰를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지난 4일 노조는 공식 성명을 통해 "정성립 사장 내정자를 만나 현장의 우려에 대한 확답을 받았다"며 "사장 선임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성립 복귀'에 대한 반대여론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조선업황의 위기 속에서 후임사장 인선 내홍을 겪었던 대우조선의 신임 사장으로서 해결할 일이 산적해있다.

◆내정자 신분으로 수주… 시작은 좋다

일단 출발은 좋다. 아직 공식 취임 전이지만 수주계약 체결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머쥐었다. 오는 6월1일부터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예정이지만 지난달 29일 임시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대표이사와 다름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대우조선 재직 시절 영업담당과 해외지사장 등을 지내며 해외에 많은 인맥을 쌓은 영업통으로 알려진 정 내정자는 이달 초 정식 업무에 돌입한 뒤 말 그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해양기술박람회 참석차 미국 휴스턴으로 출국해 고재호 사장과 함께 7박8일 동안 해외 선주사들을 만난데 이어 지난 11일부터는 대우조선 서울본사 집무실로 출근해 현안을 챙겼다. 이후 그는 여독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14일 그리스로 떠나 그리스 안젤리쿠시스그룹 내 마란탱커스 매니지먼트로부터 대형유조선(VCLL)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STX조선해양 근무 당시 정성립 사장 내정자. /사진=머니투데이 DB
STX조선해양 근무 당시 정성립 사장 내정자. /사진=머니투데이 DB

국내 경쟁업체들과 특허전에서도 자존심을 지켰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고압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FGSS) 관련 특허 3건을 두고 제기한 특허 무효 심판이 기각된 것. 이미 관련 특허 105건을 무상 공개하기로 했지만 FGSS기술을 회사의 고유기술로 인정받으면서 글로벌시장에서 명성을 높였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는 정 내정자의 취임 이전 이미 가닥이 잡혀 있던 것들이기에 사실상 정 내정자의 공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정식 취임 이후인 올 하반기 실적부터 실적에 그의 역량이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정 내정자가 가장 먼저 맞닥뜨릴 과제는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이 될 전망이다. 24년 연속으로 무분규 타결을 이어온 대우조선이기에 이번 임단협은 더욱 중요하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최근 ▲기본급 12만5000원 인상 ▲협력사 처우개선 ▲사내복지기금 50억원 출연 ▲하기 휴가비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꼬리표'는 부담

취임 전부터 좋은 일들이 겹친 정 내정자지만 부담스런 부분이 있다. 바로 ‘산업은행’이라는 꼬리표다. 그의 첫 직장이 산업은행이고 그를 사장으로 추천한 주체도 산업은행이기 때문이다.

정 내정자는 지난 1972년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 당시 한국산업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입사 2년 만인 1976년에 동해조선공업으로 옮겨 조선업계에 몸담았다.

정 내정자는 홍기택 산업은행장의 경기고 2년 선배기도 하다.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연계된 일에서는 부담이 없을 수 없다.

이러한 부담은 취임 전부터 현실이 됐다. 최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에 STX조선해양의 손자회사인 STX프랑스 인수를 권하며 정 내정자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5개월째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STX프랑스의 지분 66%에 대한 인수제안서를 대우조선에 보냈다. 이에 산업은행이 STX프랑스를 대우조선에 억지로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대우조선 입장에서 고려해 볼 만한 사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려운 조선업 시황에서 크루즈선 전문조선소인 STX프랑스를 인수하면 해당 분야 등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모색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이 지난 2007년 크루즈선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STX유럽의 전신인 아커야즈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대우조선 측은 이에 대해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정 내정자 취임 후 결정할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대우조선의 STX프랑스 인수 가능성을 낮게 본다. 크루즈선사업의 성공 가능성이나 대우조선이 보유한 현금자산 등을 고려하면 실제 인수까지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부정적 여론을 짊어져야 하는 것도 정 내정자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성 측면에서 인수가치가 있는 것으로 결론난다고 해도 정 사장 내정자가 인수를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윤신
최윤신 chldbstls@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 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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