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웃기고 슬픈 말 말 말… ‘웃프다’

시크걸·쿨가이의 '시시콜콜' / (50)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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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항영 MTN 전문위원과 백선아 MTN 앵커가 만나 핫한 트렌드의 맥을 짚어 드립니다. 센스 있게 흐름을 읽어주는 미녀 앵커와 시크하게 경제 포인트를 짚어주는 훈남 전문가가 경제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냅니다. 세상 흐름 속 숨어있는 경제이야기를 함께하시죠.
A: 너 오늘 고급지다. 여자친구랑 데이트하니?
B: 내가 아무리 금사빠여도 벌써 여자친구가 생겼겠니. 면접 보는 날이라 좀 신경 썼어.
A: 면접 어땠어? 너한테 노관심이진 않았지?
B: 아냐. 면접 분위기 완전 극혐이었어. 광탈할 것 같아. 속상해.
A: 오늘 면접은 기억에서 광삭해버려. 넌 뇌섹남이니까 더 좋은 데 들어갈 수 있을 거야.
B: 고맙다 친구야. 맞저 하자. 내가 쏠게.

이 대화내용을 온전히 이해했는가. 아마도 10대들은 대부분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이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국립국어원에서 올해 발표한 ‘2014년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이 대화에 속한 신조어의 뜻을 보면 ▲고급지다: 고급스러운 멋이 있다 ▲금사빠: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 ▲노관심: 관심이 없음 ▲극혐하다: 아주 싫어하고 미워하다 ▲광탈: 빛과 같은 속도로 탈락하다 ▲광삭: 빛의 속도와 같이 매우 빠르게 삭제하다 ▲뇌섹남: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가 있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로, 말 그대로 뇌가 섹시하다는 뜻 ▲맞저·맞점: 맛난 저녁·점심 등이다.

 
[시시콜콜] 웃기고 슬픈 말 말 말… ‘웃프다’

◆사회현상 반영하는 신조어

국립국어원이 대중매체 139개를 조사해 새로운 낱말 334개를 찾아냈다. 그것을 엮어 ‘2014년 신어 자료집’을 발간했다. 이 자료에는 사회용어, 경제용어, 감정용어 등 다양한 분야의 신조어가 담겼다. 위에 제시한 신조어 예시를 보다시피 줄임말이 많이 보인다. 특히 이번 신조어에는 특정 무리를 지칭하는 '~족'(族), '~남'(男), '~녀'(女) 등의 단어가 많이 사용됐다. 전체 신조어의 27%(92개)를 차지할 정도다.

아이 엄마를 지칭하는 표현에서도 사회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예전에는 ‘헬리콥터맘’(자녀 주위를 맴돌며 지나치게 관여하는 엄마)이 유행이었다면 이번 신조어에 등장한 엄마는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앵그리맘’은 자녀의 교육과 관련한 사회문제에 분노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엄마, ‘돼지맘’은 교육열이 높고 사교육에 대한 정보에 정통해 다른 엄마들을 이끄는 리더를 뜻한다.

이외에 소비행태를 반영한 단어도 등장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모바일쇼핑으로 구매하는 사람을 뜻하는 ‘모루밍족’이 그것이다. 또 위 예시에 나온 것처럼 사랑을 소재로 한 단어도 있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을 뜻하는 ‘금사빠’나 꼬시고 싶은 돌아온 싱글 남자를 줄인 말인 ‘꼬돌남’ 등이다.

통신 관련 신조어도 많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 중심 SNS의 확대로 신조어가 형성된 것. 먹는 음식을 사진으로 찍은 ‘먹스타그램’, 한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잘 나왔을 만한 사진을 뜻하는 ‘인생샷·인생짤’, 게시물을 올리면 빛의 속도와 같이 매우 빠르게 삭제한다는 뜻의 ‘광삭’ 등으로 다양하다.

신조어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채용시장 신조어다. 청년실업률은 최고치를 기록하는데 취업의 문은 점점 좁아지자 취업 준비생의 허탈한 마음을 담은 신조어가 대거 등장한 것. 지난 5월13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15∼29세)이 10.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실업률은 3.9%로 지난해 수치와 같지만 청년실업률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참고로 취업자는 259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만6000명 증가했다. 23개월 만에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이 같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한 단어로는 기존의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에서 더 나아간 ‘오포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주택구입을 포기한 세대)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사회가 전반적으로 절벽에 서 있는 듯한 절박한 단어도 눈에 띈다. 급격하게 오른 주거비용으로 인한 어려움을 표현하는 ‘주거절벽’ 등이 수록됐으며 ‘임금절벽’, ‘일자리절벽’, ‘재벌절벽’, ‘창업절벽’ 등도 신조어에 올랐다.

◆빨대족·달관세대, ‘웃픈’ 신조어

취업시장의 힘든 사정을 반영한 신조어가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5 채용시장 신조어'를 소개했는데 ‘가구공룡’ 이케아를 빗댄 취업 신조어가 등장했다. 디자인 가구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케아처럼 ‘이케아세대’는 취업에 필요한 능력은 모두 갖췄지만 낮은 급여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세대를 뜻한다. 학점 외에 자격증과 어학연수는 기본이고 무급 인턴과정에도 뛰어들었지만 졸업 후에는 ‘열정페이’로 근근이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취직이 힘들다 보니 독립해야 할 자녀가 부모에게 계속 의존하는 세태를 반영한 신조어도 나왔다. ‘빨대족’은 서른살이 넘었음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 부모의 노후자금까지 갉아먹는 세대를 풍자한 용어다. 실제로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중 절반인 48.4%가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구직활동을 한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 다 내려놓은 세대를 표현하는 용어도 등장했다. ‘달관세대’는 일본 ‘사토리세대’에서 비롯된 용어로 더 나은 미래를 욕심부리기보단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세대다. 긍정적인 의미로 현재에 만족하고 달관한 것이 아니라 높은 청년실업률로 좌절을 겪은 청년층이 더 이상 열심히 목표를 좇지 않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조금 더 격한 표현인 깡패도 취업 신조어에 등장했다. ‘취업깡패’는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일컫는다. 서류전형에서 다른 과를 제치고 합격을 대부분 거머쥐며 마치 그 행태가 깡패 같아 붙여진 용어다. 몇년 전만 해도 취업하기 위해서는 경영학과나 영어영문학과를 전공해야 유리하다는 얘기가 들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 구직자에게 경영햑적 지식이나 영어는 필수다. 그 외의 전문적인 능력이 주목을 받으면서 공대가 뜬다. 실제로 주요 대기업들은 이공계의 채용비율을 높이거나 우대하는 추세다. 공대생 중에서도 특히 ‘전화기’(전자·화공·기계) 전공자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취업의 관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관련 업무에 적합한 사람일지라도 남보다 더 많은 스펙을 갖추지 못했다면 번번히 고배를 마시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2030 정책참여단 스펙조사팀’에 따르면 취업에 필요한 스펙은 기존의 7종 세트(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공모전 입상·인턴경력)를 넘어 사회봉사와 성형수술이 포함된 9종 세트로 늘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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