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도서정가제 완전시행만이 출판업계 살 길"

People /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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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며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따라서 출판산업은 흘러간 산업이 아니라 문화벤처로 받아들이고 육성해야 하는 산업이다."

출판업계가 잔뜩 흐리다. 성인 1명이 일년에 10권의 책도 읽지 않을 만큼 독서인구 감소현상이 매년 뚜렷하다. 지난해 11월 소형출판사와 서점을 살리겠다며 시행된 도서정가제 역시 최근 시장침체의 주범이 됐다. 도서가격의 할인폭을 제한하다보니 소비자들이 도서구매를 꺼리고 일부 중고서점만 수혜를 누리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 이런 와중에 오는 6월17일부터 5일간 국내 최대규모의 도서전인 ‘2015 서울국제도서전’이 코엑스에서 열린다. 이 행사를 수년째 주최하고 있는 곳은 대한출판문화협회. 지난 1947년 설립돼 국내 출판계의 대표단체로 자리매김한 이 협회는 매년 도서전을 통해 해외 유명작가와 국내 독서마니아간 소통의 공간을 마련해왔다. 이 단체의 수장인 고영수 회장을 만났다.

 
[이사람] "도서정가제 완전시행만이 출판업계 살 길"

▲ 출판시장이 상당히 침체돼 있다. 도서정가제 시행과도 관련이 깊다는 지적이 있는데.
- 잘못된 생각이다. 도서정가제는 꼭 필요한 제도다. 국내의 동네서점은 한 때 8000여개에 달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8분의 1 수준인 1000여개에 불과하다. 이같은 소규모 서점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도서정가제는 반드시 정착돼야 한다. 다만 출판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현재 3년의 유예기간을 둔 부분도서정가제가 완전도서정가제로 전환되고 최대할인율 15%를 없애 동네서점이 마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추가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

▲ 제도적인 뒷받침 외에 시장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인가.
- 우리 주변에서 독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독서 선진국인 영국의 경우 지난 1992년부터 국가차원에서 ‘북 스타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기가 있는 가정에 그림책을 선물하는 운동인데, 이는 아기에게 독서를 평생습관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장기적으로 독서인구가 늘어나는 효과를 낳았다.

▲ 이북(eBOOK) 시대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은 것 같다. 이북시장이 실제 출판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 세계의 전자책시장 규모는 전체 출판시장에서 13% 정도다. 미국의 경우 약 30%까지 성장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전자책에 대한 잠재 소비자규모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시장 규모는 약 2%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독서량이 적은 탓도 있는데다 출판시장이 위축되면서 전자책업계의 성장세도 더디게 나타난다.

▲ 음악, 영상 등의 분야에서 한류열풍이 일고 있다. '출판한류'의 움직임도 있는가.
- 올초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축이 돼 국내출판업계는 인도 뉴델리국제도서전에 ‘포커스컨트리’ 자격으로 참가해 ‘K-Book’을 알리는 여러 기획전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도로 북미 최대규모의 출판전시회인 '북엑스포아메리카'에서 한국전자출판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 외에 ‘2015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도 한국 작가 5명이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가치상 전 부문에서 입상하는 성과를 얻었다. 국내 일부 베스트셀러들은 현재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출판되고 있다.

▲ 출판시장에도 메이저와 마이너간 양극화현상이 심하다. 출판업계의 상생을 위한 조건이 있다면.
- 앞서 언급했듯 도서정가제의 정착이야말로 출판업계의 상생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도서시장을 균형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기 때문이다. 부분 시행을 넘어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정착되면 대형서점과 동네 서점, 그리고 중소출판사와 인터넷서점이 공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지난 1995년부터 해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통해 한국독서 문화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무엇인가.
- '책과 예술', 그리고 '광복 70주년' 두 가지다. 책은 영화,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범위로 확장될 수 있는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출판물 자체에 너무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따라서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은 '인쇄물'이라는 책의 한계성을 넘어 다양한 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책에 초점을 맞췄다.

▲ 지난해 도서전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 철저히 독자의 참여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다. 독자중심의 책 문화행사와 독자의 관심사에 맞는 볼거리·즐길거리를 준비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기존행사가 참여 출판사와 도서전의 상호교류가 적었던 점에 비해 올해 행사에는 출판사들이 직접 홍보할 수 있는 기획 프로그램을 늘리고 공동 홍보마케팅도 강화했다.

▲ 말 그대로 국제도서전이다. 어떤 해외작가들이 참석하나.
- 올해는 유독 많은 작가들이 한국에 온다. <꾸뻬씨의 행복한 여행>으로 잘 알려진 프랑수아 를로르를 비롯해 일본의 추리 작가 하야미네 가오루,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이 흠모하는 작가로 알려진 노르웨이의 톰 에겔란 등이 방문한다. 노르웨이 아동문학 작가 카리스타이는 원어로 낭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출판단체의 수장으로서 '책'에 대한 소견을 밝힌다면.
- 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것으로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따라서 출판산업은 흘러간 산업이 아니라 문화벤처로 받아들이고 육성해야 한다. 또한 책은 앞으로 한국을 먹여 살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핵심 콘텐츠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책을 접할 기회를 만들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 독서문화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다. 생활 속에서 책과 만나는 기회를 자발적으로 늘리려는 노력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진욱
김진욱 lion@mt.co.kr  | twitter facebook

'처음처럼'을 되뇌는 경험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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