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스낵컬처는 간식, 주식 될 순 없다"

문화 새바람 '스낵컬처' / '존재의 가벼움' 극복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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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바쁜 현대인의 문화생활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웹에 기반을 둔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긴다. 이처럼 가볍게 문화를 즐기는 현상을 ‘스낵컬처’(Snack Culture)라고 부른다. 스낵컬처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머니위크>는 스낵컬처 열풍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를 살펴봤다. 또 이를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들의 성공전략도 분석했다.
‘스낵컬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스낵처럼 짧은 시간 동안 간편하고 쉽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최근 트렌드를 일컫는다. 특히 10~30대 젊은 이들이 가장 흔히 접하는 문화로, 스마트폰이 주 창구로 이용된다. 따라서 언젠가부터 출퇴근시간 지하철 풍경은 손바닥 만한 스마트폰에 집중한 사람들로 넘친다.

이에 따라 문제도 발생한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탓에 자신도 모르는 새 중독된다는 것이다. 물론 스낵컬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없이 가벼워진 문화가 다른 문화의 설자리를 빼앗는다면 문제가 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스낵컬처의 범람을 우려하는 이유다. 최근 <하이퍼컬처와 문화콘텐츠>를 출간한 권병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스낵컬처가 넘쳐나는 사회의 문제를 들어보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봤다.

 
[커버스토리] "스낵컬처는 간식, 주식 될 순 없다"

◆스낵컬처, 하이퍼컬처의 산물

스낵컬처는 모바일기기,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짧은 콘텐츠의 소비를 말한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한 미국 IT전문잡지 <와이어드>는 패스트푸드와 SPA브랜드 등을 통해 스낵컬처를 설명했다. 이는 스낵컬처가 단순한 콘텐츠의 형식이 아닌 우리생활과 밀접한 하나의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권 교수는 “스낵컬처란 비순차적인 문화와 맹신적인 속도에 빠져 다양한 영역에서 깊이를 상실한 채 신드롬처럼 달려가는 문화, 즉 ‘하이퍼컬처’에서 발생한 하나의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나타나는 스낵컬처의 간편하고 단순한 모습은 하이퍼컬처가 지배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최적화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스낵컬처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저장매체와 디바이스의 발달을 촉진하며 모든 개인에게 생산자와 제작자의 기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스낵컬처의 지나친 확산은 우리사회 전반에 다양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쌀밥’ 잠식하는 스낵들

스낵컬처의 확산은 엄청난 영향을 몰고 왔다. 대중의 콘텐츠 소비패턴이 스낵컬처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콘텐츠는 이러한 시류를 타고 ‘스낵화’되고 말았다.

권 교수는 이 같은 경향이 심화될 경우 깊이 있는 문화는 그 자리를 위협받는다고 지적한다. 일정한 깊이나 철학을 담은 콘텐츠는 축적된 자본과 지식이 투입돼야 하는데 스낵컬처의 세상에서 이 같은 투자가 이뤄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저비용 고효율 방식이라서 스낵컬처 콘텐츠에 기업의 투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콘텐츠산업이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엔터테인먼트산업과 출판업계를 예로 들며 스낵화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아이돌 가수의 지나치게 짧은 생명주기나 두께를 줄이고 눈길을 끄는 이미지에만 집중하는 출판업계의 경향 등이 스낵컬처의 폐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고 말했다.

[커버스토리] "스낵컬처는 간식, 주식 될 순 없다"

◆디지털네이티브세대, 한계도 분명

권 교수는 스낵컬처의 폐해는 산업·경제적인 측면보다 특정세대의 성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네이티브’세대의 사유방식은 스낵컬처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디지털네이티브세대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경험한 세대로, 대략 현재 30대 미만이 주를 이룬다. 그가 교양수업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의 연령대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참 똑똑하구나’다”며 “여러 방면에서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도 이전세대에 비해 월등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그 깊이에서는 한계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적이거나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지식이 기반이 될 필요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디지털네이티브세대의 약점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들의 지식기반이 되는 스낵화된 콘텐츠들은 온라인상에 개별적으로 산재해 있는 지식이기 때문에 연속적 지식의 축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충분한 이해과정을 건너뛴 채 머리에 넣은 정보와 지식은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기억으로만 남기 마련이라는 것.

또 그는 “짧은 시간이 기본인 스낵컬처의 특성상 압축과 단순화가 필수적인데 지나친 압축과 단순화는 자칫 본질을 훼손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영양만점’ 스낵이 되려면

권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단순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는 “속도를 중시하는 문화적 흐름을 단편적인 대응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며 “궁극적으로 디지털네이티브세대의 욕구와 욕망을 긍적적인 방향으로 표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긍정적인 스낵컬처의 예로 EBS의 <지식채널E>를 언급했다. <지식채널E>는 EBS에서 방영하는 5분 길이의 단편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그림동화에서부터 논문, 시청자 의견, 논란이 되는 사회문제 등 다양한 사안을 깊이 있는 시각으로 다룬 프로그램이다.

권 교수는 “짧은 시간동안 무겁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지만 그 깊이는 가볍지 않다”며 “이만큼 정제되고 사람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라면 긍정적인 스낵컬처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채널E>는 방송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각 에피소드 끝에 자료의 출처를 명시한다. 이러한 점이 시청자로 하여금 자연스레 원작콘텐츠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긍정적인 형태라는 설명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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