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보험, 문도 열기 전 '단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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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단종보험대리점 제도가 시행된다. 보험사가 아닌 대형마트나 가전매장, 부동산중개업소 등을 통해서도 보험상품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굼뜬 행보를 보인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단종보험대리점 도입 방안을 발표한 후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쏟아졌지만 막상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각에서는 단종보험대리점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종합손해보험사의 경우 이미 특약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데다 법인보험대리점(GA) 등 신규 채널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종보험, 문도 열기 전 '단종'될까

◆ 손보사 “다른 채널 이미 많은데…”

내달 7일부터 출현하는 단종보험대리점은 본업과 관련 있는 소수의 보험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예컨대 이동통신사에서 휴대폰보험을 판매하거나 공인중개사가 주택화재보험 등을 판매하는 식이다.

단종보험대리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은 주택종합보험(공인중개사), AS보험(가전제품판매점), 자동차보험(자동차 판매대리점), 애견보험(동물병원) 등이 있다. 이르면 12월부터 공인중개사는 ‘전세금보장신용보험’과 같은 보증보험도 판매할 수 있다.

금융위는 단종보험대리점이 도입되면 보험사가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신상품을 앞다퉈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보험전문가들도 단종보험대리점이 새로운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며 관련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부동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보았다.

최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종보험대리점은 공인중개사와 보험사에 추가 수입원을 제공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인식 부족과 적절한 판매채널 부재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화재보험과 부동산권리보험시장을 키우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인중개사가 화재보험이나 부동산권리보험의 판매채널이 돼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시장이 성공하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올 초만 해도 손해보험업계는 관련 상품을 검토하고 사업비와 수익성을 비교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흥국화재와 NH농협손해보험은 금융위원회로부터 부동산권리보험 판매 허가를 받았다. 부동산권리보험은 부동산 권리의 하자로 인해 피보험자(부동산소유자·저당권자)가 입게 되는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이다. 문서위조 등 등기부로 발견할 수 없는 잠재된 위험으로 인해 피보험자의 부동산 권리에 하자가 생길 때 이를 보상한다.

/사진=뉴스1 DB
/사진=뉴스1 DB

◆ 불완전판매·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그러나 막상 시일이 다가오자 보험사들은 눈치를 보며 시장 진입을 꺼리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대형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대리점을 통한 단종보험 판매를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채널만 늘어날 뿐 매출 증대가 기대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형보험사 한 관계자는 “단종보험대리점과 협의해 관련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겠지만 홍보비, 교육비, 시스템 구축 등 여러 가지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공인중개사들이 관련 보험을 판매한다 해도 수익성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운영 효과가 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휴대폰·화재·여행자 관련 등 기존에 다 있던 보험 채널을 더 늘려봐야 관리대상만 늘어날 뿐이어서 굳이 별도 판매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며 “해당 상품들의 보험료 수준이 낮아 매출 기대도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사업비 투자 대비 기대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부연이다.

중소형 손보사는 관심은 있지만 대형사가 시도하지 않는 상황에 먼저 발을 내밀기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처음 시도되는 시장인 데다 수요예측이 어렵기 때문.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대형사들의 움직임도 드러나지 않았는데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착되면 소형사들도 시장 진입을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흥국화재와 NH농협손해보험도 부동산권리보험 판매허가를 받았을 뿐 추후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롯데손해보험만 유일하게 가전제품의 AS를 보장해주는 ‘EW보험’을 내달 출시해 롯데마트 내 하이마트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하지만 롯데손해보험 역시 구체적인 상품 내용이나 판매 방식 등은 확정하지 않았다.

보험사가 각자 개인사업자인 공인중개사에 일일이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을 통해 이런 보험(주택종합보험, 전세금보장신용보험, 화재보험 등)을 팔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아직까지 보험사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은 중개사가 없다”고 밝혔다.

불완전판매 소지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존재한다. 오세헌 보험소비자원 보험국장은 “공인중개사나 대형마트, 가전매장 직원 등이 상품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보험가입을 권유할 경우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또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보험설계사, 온라인, GA, 방카슈랑스 등 여러 채널을 통해 관련 상품을 가입할 수 있는데 대리점에서 판매한다고 더 달라질 게 있겠느냐”며 “소비자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혼선만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박효선 rahs135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증권팀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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