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미국도 실패한 '부양책', 우리는?

부동산시장, 안심과 위험 사이 / 아직 안심은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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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015년 현재, 내집이라는 욕망을 채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왔다. 거품 빠진 집들이 쏟아져 나오고 부동산규제가 공고한 사슬을 풀었다. 그럼에도 소비자, 즉 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언제 또 집값이 폭락할지 몰라 지금 집을 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머니위크>는 직면한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짚어보고 과연 위험요소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봤다.
올해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이 뜨겁다. 신규아파트 분양이 사상 최대물량으로 쏟아졌고 미분양아파트도 10년래 최소치를 기록 중이다. 덩달아 땅값마저 폭등하면서 전국 땅값이 7년래 최대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리면 전셋값이 매매가를 앞지르는 기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면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서민경제가 여전히 불안하다.

물론 현재의 부동산 활황으로 이득을 보는 계층도 있겠지만 당장 전셋집을 찾아 헤매며 빚을 늘려야 하는 서민들은 눈물만 훔치고 있다. 더욱이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등 떠밀리 듯 집을 사는 것이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다. 부동산 부양을 내세운 정부의 경제정책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서울 강남3구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윤영석 기자
서울 강남3구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윤영석 기자

◆ 부동산 살리느라 ‘빚’ 권한 정부

가계부채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내수진작을 위해 시행해온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은행의 ‘2015년 1분기 가계신용’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개념인 가계신용(가계부채) 잔액은 109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말 대비 11조6000억원, 지난해 1분기 말 대비 74조4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가계부채의 급증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전체 가계부채 중 절반에 달하는 470조원이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생겼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농협·기업 등 국내 7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월 한달 동안 6조원 이상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특히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완화조치 이후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013년 분기 평균 3조5000억원에서 LTV·DTI 규제완화 이후 지난해 3분기 13조1000억원, 4분기 15조4000억원, 올 1분기 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LTV와 DTI 조정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규제완화정책을 1년 더 연장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데 있다. 내수시장 활성화의 핵심열쇠로 꼽은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 초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소비심리를 살리고 내수를 개선하기 위해 부동산시장 회복이 관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LTV와 DTI 규제완화를 주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역시 부동산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 의지를 꾸준히 피력했다.

◆ 비싼 부동산, 그래도 집값 오른다?

정부가 이 같은 논리를 펼치는 이유는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극단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가계자산 중 부동산자산비중은 72.3%에 달한다. 부동산자산이 아닌 금융자산 비중이 70.7%에 달하는 미국이나 일본(60.1%)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 땅값이나 집값이 가계자산 대비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경기부양이라는 군불을 땐 탓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매겨졌다.

최근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토지자산은 2012년 기준 5635조원으로 같은 해 명목 국내총생산(1377조원)의 4.1배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의 4배가 넘는 돈이 있어야 전체 땅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토지자산에 대한 최근 통계를 내놓은 호주(2.5배) 캐나다(1.3배) 일본(2.4배)에 비해 높은 수치다.

집값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서울의 중위 소득자의 집값은 연소득의 8.8배로 뉴욕(6.1배), 도쿄(4.9배), 워싱턴(4.2배)보다 훨씬 높았다. 우리나라 중산층이 서울에 중간가격의 집을 마련하려면 9년 가까이 자신의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그렇다고 집을 빌리는 값이 싼 것도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산층 전세가구 보증금 부담은 1990년 890만원에서 2013년 1억1707만원(연평균 11.8%)으로 크게 늘었고 가처분소득 대비 배율도 같은 기간 1.1배에서 3.1배로 증가했다. 웬만한 중산층이라도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해 연간소득분을 3년1개월 동안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자산가격이 세계적인 수준보다 턱없이 높은 데도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부양책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부동산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저금리의 힘 덕분에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상황이 달라질 경우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잠재해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경제대국인 미국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부동산 부양책을 실시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힘겨운 시기를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발화점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채권이었다.

◆ 미국도 실패한 부동산 부양책

지난 2000년 미국 중앙은행은 IT버블 붕괴 후 6%대 기준금리를 2년 만에 1%로 내렸다. 저금리로 인해 풀린 엄청난 유동성 덕분에 사람들은 쉽게 빚을 내 부동산을 샀고 부동산 버블 탓에 집값은 계속 올랐다. 내야 할 이자보다 집값 상승분이 더 커 이른바 ‘자산효과’가 힘을 발휘하면서 소비가 크게 늘었다. 소비가 많아지니 경기는 활황이었다.

그러나 8년이 안돼 이 시스템은 큰 문제를 일으켰다. 집을 사는 수요가 계속 유지돼야 하는데 더 이상 새로운 수요를 찾지 못한 부동산시장이 한순간에 고꾸라진 것이다. 집값 폭락, 경기추락, 일자리 상실, 개인파산 등이 거짓말처럼 빠른 속도로 진행됐고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 등으로 부동산에 얽혀 있던 금융사들이 파산하면서 미국경제는 물론 전세계가 시스템적 위기에 빠졌다.

사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버블은 미국보다 더 위험하다. 특히 주택의 경우 수요적인 측면에서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부동산 실수요층은 안정적인 주거를 원하는 2030세대지만 부동산가격은 그들의 소득에 비해 너무 높게 형성됐다. 게다가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인구가 정점일 때가 머지않았다. 생산가능인구는 내년에 정점을 맞고 2030년에는 총인구가 고점을 찍을 전망이다.

이처럼 부동산가격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가 충분한 데도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고수한다. 규제완화와 빚을 내서 집을 사게 하는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제3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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