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국민연금만 바라보는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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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예상을 깨고 SK(주)와 SK C&C 간 합병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간 보수적 성향이 짙던 국민연금이 기업합병을 놓고 의결권 행사에 적극 나서면서 통합 삼성물산 출범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24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고 SK합병 관련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SK 대 SK C&C 합병비율이 0.73대 1로, SK C&C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SK C&C의 6월24일 종가는 26만9000원, SK는 19만4500원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26일 임시 주총을 통해 SK와 SK C&C 합병은 예정대로 통과됐다. 이는 국민연금의 SK 지분이 7.19%에 불과한 탓이다. 반면 SK의 최대주주는 SK C&C로 최태원 회장 일가의 지분을 더하면 31.87%에 달한다. 절대규모에서 국민연금의 지분이 적어 주주총회에서 의안을 뒤집기 어려웠다.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나홀로 '반대표' 국민연금

재계 이목은 국민연금이 나홀로 반대표를 던진 배경에 쏠린다. 국제의결권자문기구(ISS) 마저 찬성한 안건을 왜 반대했는지에 대한 반응이다.

KDB대우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합병 법인이 출범하면 사업가치와 자회사 지분가치가 지금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고 유진투자증권도 "성장성을 추구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한 통합"이라고 평가했다.

ISS 역시 "특정 회사에 유리한 거래로 보이지 않는다"며 "대주주와 경영진, 이사회, 그리고 소액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잘 부합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측은 "합병가치는 법에 따르는 것이지만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데 있어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연금 수급자인 국민이 피해를 입는지 봐야 했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어 "SK 합병안은 결정 시점이나 합병 비율 측면에서 SK 주주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합병에도 거부할까

SK 계열사 간 합병이 이뤄진 상황에서 이번 국민연금의 판단에 긴장하는 쪽은 아무래도 삼성물산이다.

그동안 재계에선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SK·SK C&C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추후 통합 삼성물산 출범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뉴시스 박동욱 기자
/사진=뉴시스 박동욱 기자

무엇보다 삼성물산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SK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삼성은 KCC 지분 등 우호세력을 합한 지분이 19.55%.

합병은 주총 특별 결의사항으로 주총 참석 지분의 3분의 2이상,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삼성물산 통합안이 주총에서 통과되려면 최소 47%의 찬성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15%)이 통합을 반대하면 무산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6월25일 제일모직 주가는 전날보다 3.68% 내린 채 장을 마쳤다.

재계 관계자는 "SK와 SK C&C 합병 방식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방식과 비슷한 구조"라며 "업계에선 그동안 국민연금이 통합 삼성물산 출범에 우호적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당장은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리편' 잡기 나선 엘리엇 vs 삼성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7월17일 예정된 주총을 앞두고 우군세력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물산은 일찌감치 주주명부 작성을 마치고 이를 토대로 세 규합에 나섰다. 주주명부엔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 이름과 주소, 각 주주가 가진 주식 수 등이 포함됐다.

엘리엇도 삼성물산에 주주명부 열람과 복사를 신청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상법에 따르면 단 한주라도 가진 주주는 주주명부 열람 등을 요청할 수 있다. 또 회사는 정당한 이유가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삼성물산의 경우 ISS 설득에도 적극 임하고 있다. 최치훈 사장이 직접 ISS를 찾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정당성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 역시 6월18일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한국어 웹사이트를 열며 27쪽 분량의 ISS제출용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양측 간 여론전도 본격 펼쳐졌다. 엘리엇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제안에 대한 엘리엇의 추가 관점'이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삼성물산 이사회의 분석은 삼성물산의 사업 및 자산의 실질적 가치를 무시했고 제일모직의 수익성 성장에 대해서는 투기적인 예측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회의 주주 가치에 대한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반면 삼성물산 측은 엘리엇의 반응에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편 엘리엇은 지난 5월 삼성물산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엘리엇과 삼성물산의 정면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승제
성승제 bank@mt.co.kr

금융을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금융 출입 기자입니다. 독자님들의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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