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교수 사건, 대학원생이라 쓰고 노예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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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사진=뉴스1
#. 모 대학교에서 이공계열 박사과정을 밟던 A씨는 최근 학업을 중단했다. 그는 "지난 몇년간 박사과정에서 나는 교수의 운전기사 역할을 한 게 전부"라고 토로했다. A씨는 자신의 전공을 심화하는 것이 아닌 교수의 일반 업무는 물론 개인적인 업무, 술자리까지 따라다니며 운전기사 노릇을 해야 했다. 박사학위를 얻기 위해 수년참아왔다는 A씨는 결국 길이 보이지 않자 학업을 중단했다.

#. 서울의 모 대학교 이공계열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B씨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연구해온 성과가 고스란히 교수의 논문에 실린 것이다. 교수의 논문에는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거나 논문 인용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의 성과를 교수가 고스란히 가로채간 것이다. 하지만 B씨는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어도 제대로 항의 한 번 하지 못했다. B씨는 "교수의 비위를 상하게 하면 논문 통과는 물론 심사조차 받을 수 없다"며 "논문을 심사받아야 졸업을 할 수 있는데 이미 수년 째 논문만 쓰고 있는 석사생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제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인분까지 먹인 경기도 K대 교수 장모씨가 결국 학교측으로 부터 파면됐다. 피해 학생은 장씨가 교수직을 줄 수있는 학게 권위자였기에 이러한 학대를 참아왔다고 토로했다. 인분만 먹이지 않았다 뿐이지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교수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일들이 이미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와 전국 14개 대학의 대학원총학생회가 전국 2354명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벌인 ‘연구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5.5%(1071명)가 교수로부터 언어·신체·성적 폭력이나 차별, 사적노동, 저작권 편취 등 부당 처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분교수'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인건비를 편취하거나 학위논문 심사 거마비로 50만~1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사례도 있었다.

C씨(25·공학계열)는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인건비가 나오지만 그 인건비가 나오는 통장과 도장을 강제로 걷어 간다"며 "그래서 용돈수준(30만원)의 돈만 받아 생활이 어렵다"고 밝혔다. D씨(26·공학계열)는 운전, 설거지, 쇼핑 등 자잘한 심부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시한다"고 말했다. 교수 개인적인 일로 불려다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E씨(29·여·자연계열)는 "교수님 자녀들의 학교 숙제, 과제, 에세이 등을 대필해 준적이 있고, 개인적인 종교행사에 동원돼 참석한 적이 여러차례 있다"고 했다.

여학생들에게는 성차별적 발언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F씨(26·여·공학계열)는 "술자리에 참여한 여학생들의 외모로 등급을 매긴 후 놀려서 모욕감을 받았다. 싫다는 의사표현을 구체적으로 했음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했다"고 하는가 하면 G씨(26·여·예체능계열)는 "여자를 공부시킨 경험이 몇 번 없다며 성 차별성 발언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서중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성공회대 신방과)은 "대학 내 경영진과 교수, 교수와 학생 등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와 학내 문화 자체가 민주적이지 못하다"며 "대학이 지성의 요람임에도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이번 '인분교수'사건이 교수사회뿐 아니라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인분교수나 성추행 사건 등 지위를 남용한 문제는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비정규직이나 직장 내 상하관계에서도 충분히 벌어지고 있는 일로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더 심도있는 논의와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혜원
문혜원 gissel@mt.co.kr  | twitter facebook

문혜원 기자입니다. 머니위크 금융부와 산업부를 거쳐 현재 온라인뉴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궁금한 사안을 빠르고 정확하게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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