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비행기 진상 승객보다 더 무서운 것

구름 위 세상이 궁금하다 / 하늘을 나는 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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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고작 12초. '새처럼 날고 싶다'는 라이트 형제의 꿈이 이뤄진 순간. 인류의 비행 혁명은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110여년 후, '커다란 새'와 하늘길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인류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머니위크>가 비행기의 모든 것을 파헤쳐봤다.

구름 위를 나는 항공기 속 승무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현직 승무원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항공기 이륙부터 착륙까지의 전과정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고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이미지투데이
/이미지투데이

지난달 중순 인천국제공항 인근 ○○항공사 사무실. 약 2시간 후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으로의 비행이 예정된 25명의 승무원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회사 브리핑실로 입장하기 직전 선배 승무원에게 메이크업 상태와 옷매무새 등을 점검받는다.

비행준비 중인 승무원에게는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용모검사가 끝나면 객실브리핑이 이어진다. 안전과 보안서비스 전반에 걸친 사항을 사무장에게 지시받고 이날 비행할 노선과 특징, 승객 수, VIP 명단, 기내식 현황을 전달받는다.

생각보다 밝은 분위기의 객실브리핑이 끝난 후 이어진 기장·부기장과 승무원들의 합동브리핑에서는 기상상태와 비행시간, 주의사항 등 항공기 운항에 관한 정보가 통보된다. 모든 브리핑이 끝나면 이들은 셔틀버스를 이용해 공항으로 이동한다.

기내에 도착한 승무원들은 구두를 기내용 신발로 갈아 신고 업무를 시작한다. 먼저 담당 구역에 비치된 위급상황에 필요한 의료장비와 비상장비, 보안장비, 수상한 물품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기내식과 음료 등 승객에게 서비스될 물품을 점검한다.

막내 승무원은 신문과 잡지를 승객이 잘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데 분주하다. 기내정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딩(탑승)이 시작됐다. 이륙 전인데도 숨 돌릴 틈 없이 바삐 움직이던 이들은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제공=대한항공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제공=대한항공

◆철저한 준비…그래도 쉽지 않은 이륙

승무원들은 승객의 항공권을 확인하고 좌석을 안내한다. 이륙 10분 전 좌석 대부분이 승객으로 채워지자 헤드폰과 슬리퍼 등을 나눠주는 그라운드 서비스가 진행되면서 모든 게 순조로워 보인다. 그러나 여행을 하다 보면 꼭 한명씩 늦게 나타나는 사람이 있기 마련.

일본 오사카에서 인천을 거쳐 파리로 가는 환승 승객의 항공기가 연착되면서 자칫 이륙시간이 늦춰질 수 있는 사태가 벌어졌다. 승무원들은 특별히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상 승무원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 받았다.

다행히 해당 승객은 이륙 1분 전 기내에 올라 이륙은 정시에 이뤄졌다. 잠시 뒤 이륙을 알리는 객실사무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륙 완료 후 앞치마를 챙겨 입은 승무원들은 안전벨트해제 신호가 두번 울리자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기내식이 갤리(주방)에서 준비되는 동안 승무원들은 승객에게 음료를 제공한다. 건강, 종교, 나이 등 부득이한 이유로 정규 기내식을 먹지 못하는 승객을 위해 식사 조절식, 종교식, 영·유아식, 아동식 등 다양한 기내식이 준비됐다.

늦어도 이륙 하루 전 예약하면 생일, 신혼여행과 같은 기념일에 케이크 및 노래선물 등의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이 무렵 갤리 담당 승무원은 데운 기내식을 카트에 옮겨 담는 작업을 진행한다.

◆'갑질'하는 손님보다 더 무서운 난기류

드디어 기다리던 기내식이 승객에게 전달됐다. 그런데 아직 풋풋함이 느껴지는 승무원의 담당 구역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승객이 준비된 수량이 모두 소진된 비빔밥을 달라며 떼를 쓴 것. 이 항공사의 대표메뉴가 비빔밥으로 알려진 후 종종 이런 일이 일어난다.

승객이 막무가내로 언성을 높이자 자초지종을 설명하던 승무원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를 보다 못한 한 젊은 남성승객이 "나도 비빔밥을 못 먹었으니 내가 파리에서 제일 맛있는 한식집에서 비빔밥을 사겠다"고 나선 후에야 소란이 멈췄다.

'라면상무'부터 '땅콩회항'까지 여러 사건을 통해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음에도 여전히 시민의식은 한치도 성숙하지 못한 듯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외국인이 많지 않았던 게 다행일 정도로 부끄러운 장면이었다.

소동이 일단락되고 기내식 서비스가 끝난 후에야 승무원들은 갤리에 모여 식사를 해결했다. 이제야 조금 한가해져 승무원 좌석에 앉은 그들에게 긴장되거나 힘들 때가 언제인지 물었다. 답변은 뜻밖이었다. 승객 때문이 아니란다.

한눈에도 베테랑으로 보이는 승무원은 "서비스하는 도중 예측할 수 없는 난기류를 만났을 때"라고 했다. 일반적인 상황은 어떻게든 대처가 가능하지만 기상과 관련한 상황은 어쩔 수 없다는 것. 이 경우 부상의 위험도 크다고 한다.

특히 비상시 승무원의 행동 하나하나가 승객의 안전을 결정짓는 지표가 되다 보니 비행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도 '벙커'로 불리는 승무원의 휴식공간에서 한두시간 쪽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하고 나면 다시 일할 힘이 난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제공=대한항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제공=대한항공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수고했어 오늘도"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잠이 든 기자를 깨우며 승무원이 두번째 기내식을 권했다. 이는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후에는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통상 착륙 전 막내 승무원이 승객의 입국서류를 준비하고 작성을 돕지만 유럽 전역은 입국서류가 필요 없어 따로 챙기지 않는다. 항공기가 무사히 샤를드골공항에 안착하면서 10시간이 넘는 비행은 마침표를 찍었다.

항공기를 떠나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는 승객은 저마다 흥분과 설렘이 가득한 표정이다. 간혹 승무원에게 인사를 건네는 승객도 있지만 그들에게 고마움을 제대로 전달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텅 빈 항공기 내부 점검을 마치면 이들의 임무는 비로소 끝이 난다. 숙소로 떠나며 한 승무원이 던진 한마디. "승무원이라는 꿈이 현실이 되니 때론 가혹하지만 꿈을 좇을 당시의 각오를 떠올리면 포기할 수 없어요"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동규
성동규 dongkur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위크>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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