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핀테크, 결국은 빅데이터 전쟁"

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핀테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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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손가락 하나로 결제가 가능한 시대. 공인인증 프로그램도, 지갑도 필요가 없다. 단 3초면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다. 정보기술(IT)과 금융의 융합, 이른바 핀테크시대가 열린 것이다. <머니위크>는 불붙은 전자결제시장, 그 핀테크 현장을 집중 조명했다.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는 올해 경제·산업계가 주목하는 가장 핫한 화두다. 핀테크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금융권에 한정된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이 분야에서 주목받은 분야는 IT와 유통업계 등이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핀테크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앞으로 우리나라의 핀테크산업은 어떻게 나아갈까. 지난 3월 말 문을 연 ‘핀테크지원센터’ 초대센터장으로 위촉된 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진=머니위크 DB
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진=머니위크 DB

◆핀테크 열중하는 진짜 이유, ‘빅데이터’

흔히 핀테크를 말할 때 금융업무가 ‘싸고 빠르고 편리해진다’는 점이 강조된다. 하지만 정 교수는 정작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IT와 유통업체가 핀테크산업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코딱지만한 수수료 수익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핀테크산업을 통해 얻게 될 빅데이터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핀테크산업에 너도나도 뛰어든다는 설명이다.

그는 “핀테크가 뭔가 엄청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큰 범위에서 보면 결국은 스마트폰이 불러온 모바일시대에서 사용자의 정보를 이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출하려는 노력의 한 갈래일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존 구글 등이 스마트폰 위치정보나 인터넷검색 기록 등을 이용해 빅데이터를 수집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던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다만 정 교수는 핀테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기존의 포털 등이 수집하던 검색기록과 위치정보 등의 정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핀테크를 통해서는 ‘사용자의 실제 소비정보’라는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미국의 페이팔과 중국의 알리바바의 예를 들며 두업체가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실질적인 수요자를 가진 전자상거래업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급결제를 하는 사람들이 실수요자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가장 큰 니즈를 가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확장해냈다는 것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경우 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배송업체인 ‘알리 익스프레스’인데 넓디넓은 중국 대부분의 지역을 1일 배송권으로 만들어내며 혁신적인 성장을 거뒀다. 이러한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알리바바를 통해 수집된 소비자에 대한 무지막지하게 많은 정보, 즉 빅데이터를 통해서였다. ‘어느 지역의 어떤 사람들이 어떤 패턴의 소비를 한다’는 분석을 통해 미리 해당 지역 창고에 물품을 대기시켜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가져다주는 형식인 것. 위치정보와 검색기록뿐 아니라 실제 구매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IT업체가 가진 빅데이터와 유통기업이 보유한 최종소비자에 데이터 등이 결합된다면 그 활용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진다. 정 교수는 “‘소비자의 실제 소비에 대한 가장 방대하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이를 통해 시장을 분석할 수 있는 기업은 그 어떤 사업영역에서도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상에서 소비자가 접근하는 곳 ‘주목’

많은 전문가들은 핀테크산업이 결국 하나의 플랫폼이 독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핀테크는 단순히 데이터 수집에 그치지 않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인터넷은행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것이며 이때 많은 데이터와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곳에 소비자가 몰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 역시 이 같은 의견에 일부 동의했다.

그렇다면 현재 ‘간편결제’를 필두로 속속 등장하는 핀테크서비스 중 어떤 플랫폼이 유리할까. 정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소비자가 가장 많이 접근하는 곳이 승자로 자리매김하지 않겠냐”며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점유하는 업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스마트폰의 하드웨어나 통신망을 보유한 기업, 혹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업체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간편결제시장에 진출한 신세계 등 유통업체들도 최종소비자에 대해 방대하고 세밀한 정보를 가진 장점이 있지만 온라인으로 인한 오프라인 마켓 약화, 즉 일종의 마켓 카니발리제이션(제살 깎기)에 대한 우려로 시장진출이 다소 더뎌졌다고 진단했다.

◆발전 위해서는 리스크 감수해야

다만 우리나라에선 핀테크를 이용해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시대가 당장 찾아오기는 힘들다. 개인신용정보에 대한 정부의 정책개선이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시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수집된 개인신용정보를 분석에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핀테크의 편리성에 따르는 ‘보안’이라는 위험에 관해서도 그 리스크를 인정해 보안과 관련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그는 “보안에서 100% 막아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절대 뚫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오히려 보안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3월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했지만 시중은행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이유로 공인인증서를 통한 보안시스템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보안이 뚫릴 경우 온전히 금융사의 책임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새로운 보안시스템 개발이나 도입에 힘을 쏟지 않는 것이다.

그는 “용인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정하고 보안이 뚫렸을 때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며 “보안업체가 이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고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핀테크지원센터는 어떤 곳?

금융위원회가 핀테크산업 활성화를 위해 핀테크기업과 금융사의 현장접점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만든 공간. 핀테크 관련 사업을 진행하거나 창업하려는 사람이 시장상황에 맞춰 수익모델을 설계할 수 있도록 상담 등을 지원한다. 또 월 1회 ‘데모데이’(Demo-day) 행사 등을 통해 발굴된 우수 핀테크업체와 금융사의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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