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민을 위한 전문가 3인의 '쓴소리'

행복의 가치, '주건안정 vs 재산증식' 신중하게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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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너무 올라 막막합니다. 그렇다고 집을 사자니 주위에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립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집들은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데 전셋집을 구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 직장인 김모씨(34).

현재와 같은 전세난 속에서 살아가는 세입자라면 대부분 김씨와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을 것이다. 각종 통계치만 봐도 그렇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2.2%로 전달보다 0.3% 증가했다. 이는 통계를 작성한 199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특히 서울은 70.3%로 사상 처음으로 70%선을 넘어섰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72.7%와 69.9%를 기록했다. 또 광주(77.7%), 대구(75.2%), 울산(71.3%), 대전(71.1%), 부산(69.7%) 등 5대 광역시에서 전국 평균치를 웃돌았다.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전셋값과 매맷값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자금사정 등으로 집을 매매하기 어려운 세입자의 부담이 크다는 방증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전국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76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누적상승률은 이미 60%를 넘었다.

전세난에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세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으로부터 조언을 들어봤다.

전세난민을 위한 전문가 3인의 '쓴소리'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실수요자는 미룰 이유 없다" -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만성적인 전세난은 앞으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무턱대고 전세난을 참고 견디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실거주가 목적인 젊은층이라면 소형아파트 구매를 권한다.

소형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특히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이라면 대출을 많이 받지 않아도 되는 데다 가격하락에 대한 부담도 덜하기 때문. 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침체할 당시에도 가격 낙폭이 크지 않았다.

실제로 KB국민은행에서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가격(2억8053만원)을 집계한 결과 중위가격(2억7122만원)과 격차가 931만원으로 2008년 이후 처음 1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대형아파트는 가격이 하락한 반면 소형아파트는 오른 결과다.

물론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구매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르면 올 하반기에 금리인상이 단행될 수 있는 만큼 소득증가속도와 주거비용 부담가중속도를 비교해 본인의 상황여력 한도 내에서 집을 구매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젊은층은 대출받기가 까다로워진다. 따라서 선뜻 집을 구매하기 어려운 만큼 이들에게 정부가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세입자 보호제도를 정비하고 적정가격 제한이나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난민을 위한 전문가 3인의 '쓴소리'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여력 된다면 버티며 집값 주시" -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 생각한다면 냉정하게 자신의 소득수준에 맞는 집을 올해 안으로 구매할 것을 추천한다. 요즘 같은 저성장시대에 큰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다.

지난 몇년간 공급물량이 많았던 탓에 공급이 과잉된 지역이나 분양가가 고평가된 곳을 중심으로 집값 조정이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고통스럽더라도 현재 전세난을 버틸 여력이 된다면 몇년간 더 집값 움직임을 주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반기 예정된 물량을 포함하면 올해 전체 분양실적은 43만가구(부동산114 집계)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공급물량이다. 이달에만 약 5만9744가구가 분양을 앞뒀다.

물량이 쏟아지면서 미분양도 늘었다. 전국 미분양주택은 지난 5월 이후 증가하면서 지난달 미분양이 3만가구(국토교통부 집계)를 넘어섰다. 이런 기류에 2~3년 후 입주 시점이 도래하면 국지적인 역전세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당장 전세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반전세나 반월세와 같은 보증금 월세를 알아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행복의 가치를 주거안정에 둘 것인지, 아니면 재산증식에 둘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전세난민을 위한 전문가 3인의 '쓴소리'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세입자 권리 보장하는 정책 내놔야" -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

최근 젊은 세대가 '울며 겨자 먹기'로 주택구매에 나선 이유는 세입자가 겪는 '집 없는 설움'의 영향이 크다. 주택구매에 대한 최종 결정이 수요자 자신의 의사가 아닌 정부가 만든 사회 분위기, 즉 사실상 타의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이 지난 4일 발표한 연령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을 보면 20대가 2013년 6월 4조397억원에서 지난 6월 6조514억원으로 49.9%, 30대는 47조6148억원에서 61조8973억원으로 29.9% 증가했다. 이들의 대출급증은 역시 전세난 탓이다.

여전히 많은 세입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타의에 의한 의사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 정부가 시장의 논리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전세난을 방치했지만 사태가 사태이니 만큼 이번에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고통받는 세입자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매매 활성화를 통해 전세난을 해결하려는 미온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전·월세 상한제나 선진국처럼 적정임대료를 결정하는 지역임대료위원회를 구성, 운영해야 한다.

아울러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확대하는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경제약자인 세입자에게 집주인과 거의 대등한 지위를 보장한다면 전세난은 점차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동규
성동규 dongkuri@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위크>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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