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분사 8년… '홀로서기' 갈림길

CEO In & Out / 구본걸 LF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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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신호탄' VS '또 다른 성장통' 엇갈린 평가

#. 지난 2007년 12월. LG패션은 LG그룹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첫발을 내딛는다. 그 선봉에 서서 LG패션을 이끈 인물은 구본걸 회장. 그는 독립 4년 만에 회사 덩치를 두배 가까이 키워낸 주인공이다. 당시 7380억원에 머물던 매출액은 지난 2011년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매출만 늘었을 뿐, 실속 있는 장사를 하진 못했다. 이후 영업이익은 뚝뚝 떨어졌고 업황 부진도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고속 성장하는 와중에 내실을 미처 다지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 몇년간 그가 조직 슬림화에만 매진하면서 보수경영을 펼쳐온 이유다.

#. 그런 구 회장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 LG패션에서 LG와 패션을 모두 버리고 LF로 사명을 변경하면서부터다. 그는 거침없는 인수합병(M&A)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내수 소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사업을 재편하고 의류에 국한됐던 사업 영역을 생활용품으로  확장했다. ‘국내2위’ 패션전문기업에서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실적 개선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그런 그를 보는 시각은 두가지로 엇갈린다. 부활의 날개를 달았다거나 또 다른 성장통의 시작이라거나.

LF로 변신 후 구본걸 회장이 주력한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구성이다. 구 회장은 ▲신규 패션브랜드 도입을 통한 볼륨화 ▲자체 온라인 채널 강화 ▲종합 라이프스타일 업체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 틀 안에서 올해 상반기에 추진한 신규 사업만 5개를 넘어섰다.

◆ ‘보수경영’ 버리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우선 마진율이 높은 가방, 신발, 지갑 등 잡화 액세서리 부문을 강화해 눈길을 끈다.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최근 벨기에 프리미엄 가방브랜드인 ‘헤드그렌’을 론칭, 지난달부터 국내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헤드그랜은 10~30대 남녀 고객을 주 타깃으로 10만~20만원 수준의 실용적인 내놓았다.

지난 3월부터는 유명 신발브랜드인 ‘버켄스탁’의 국내 판권을 확보해 공식 수입하고 있다. 버켄스탁은 200년 역사를 가진 독일의 신발업체로, LF가 공식 수입 및 영업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도 국내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 브랜드다.

지난해 프랑스 여행가방 전문브랜드인 ‘닷드랍스’를 시작으로 올해 두가지 브랜드를 추가로 론칭하면서 구 회장이 그려온 잡화·액세서리 라인업이 갖춰졌다는 분석이다.
구본걸 LF 회장. /사진제공=LF
구본걸 LF 회장. /사진제공=LF

라이프 스타일 영역으로 발을 넓히는 동시에 온라인 사업도 강화했다. 구 회장은 지난 5월 패션 전문 케이블채널인 ‘헤럴드동아’(동아TV)를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단순히 채널을 인수해 판매망을 확보하는 것이 아닌 장기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평소 백화점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온라인 비즈니스 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션브랜드 전문몰인 ‘하프클럽닷컴’을 보유하고 있는 패션 전문 온라인 기업 ‘트라이씨클’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통해 그간 고가 라인만 판매했던 자체몰에서 중저가 제품도 판매하는 방향으로 가격 범위를 넓혔다.

아웃렛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구 회장은 계열사인 LF네트웍스를 통해 전남 광양시에 교외형 아웃렛을 짓고 내년까지 완공키로 했다. 이밖에도 프랑스 명품 침구브랜드 ‘잘라’와 독점 수입 계약을 맺었고 내년엔 침구업체 파란엘림과 손잡고 ‘헤지스’에 침구 라인을 론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용품 전문 편집숍인 ‘라움보야지’를 론칭하고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구 회장의 이러한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경기부진으로 남성복과 여성복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진이 많은 액세서리 카테고리를 확대한 것은 옳은 변화”라며 “온라인몰의 활용 역시 백화점 수수료, 재고관리 비용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제품 회전율이 높아 수익성이 좋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내수기업의 한계…힘겨운 홀로서기 되나

반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과도기가 길어져 또 다른 성장통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F가 최근 국내에서 나타나는 의류 양극화 소비에 불리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매출의 57%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 분야인 남성복과 스포츠, 캐주얼 부문 매출이 부진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닥스, 헤지스 등 기존 LF의 브랜드는 이미 시장 안착화가 진행돼 신규 출점 등 매출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며 “이 카테고리는 또 최근 고가(백화점, 아웃렛)와 저가(SPA 의류)로 양분화되는 트렌드에 가장 취약한 중가 가격대 포지셔닝이어서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재계 한 관계자도 “LF는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내수기업으로서 기존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며 “좀 더 적극적인 장기 성장 전략을 쌓지 못한다면 지금의 공격적인 M&A가 향후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LG서 분사 후 8년. 침체기를 딛고 실적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구 회장은 LG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정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 업계가 그를 주목하고 있다.

구본걸 회장은?

구본걸 LF 회장은 LG의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으로 현 구본무 LG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그는 1980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쳤다. 미국 회계법인 쿠퍼스 앤드 라이브랜드 근무를 시작으로 LG증권 회장실 재무팀, LG전자, LG산전(현 LS산전) 등 계열사를 두루 거치면서 잔뼈가 굵은 재무통으로 활약했다. 이후 2004년 LG상사 패션 부문장을 맡으면서 패션업계에 발을 디뎠다. 2006년 LG패션이 LG상사에서 법인 분리됐고, 2007년 12월 LG에서 계열분리가 되면서 독자적으로 LG패션을 이끌었다. 지난해 4월에는 사명을 LF로 변경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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