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야기] "여보, 협소주택 지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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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와 빌라 등 전통적인 집의 인식이 변화하는 추세다. 집값과 전셋값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과 획일적인 주거환경에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직접 집을 지어 자신의 개성을 투영할 수 있는 협소주택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협소주택은 일본에서 넘어와 우리나라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개념이 모호하다. 하지만 보통 33~66㎡(10~20평) 정도 땅에 3~4층 높이의 단독주택을 일컫는다. 자투리땅에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지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집 짓다가 10년 늙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인이 집을 짓는 건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집을 짓기 전 신중히 내려야 하는 결정이 한둘이 아닌 데다 실제 집을 짓는 과정에서 겪는 시공업체와의 마찰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려움이 수도 없이 많다.

[부동산 이야기] "여보, 협소주택 지어볼까"
하월곡동 협소주택 전경. /사진제공=AAPA건축사무소
하월곡동 협소주택 전경. /사진제공=AAPA건축사무소

◆집 지을 땅 어떻게 찾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면 일단 땅을 구해야 한다. 사실 첫번째 관문부터 쉽지가 않다. 전문가들은 "3인 가족이 생활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20평 이상의 집을 지을 자투리땅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 대지를 찾기 어렵고 비용도 평당 1000만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환금성이 떨어지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건축주 본인의 생활습관이나 출·퇴근 거리, 자녀 교육,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마음에 꼭 드는 땅을 찾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선 어느 특정 지역을 미리 정해놓고 직접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땅값이 비교적 낮은 서울 외곽인 수도권도 상황은 마찬가지. 작은 단독주택 필지가 저렴하게 나와도 개발업체에서 주변 필지와 함께 매입해 다세대나 다가구를 짓는 경우가 많아 개인이 자투리땅을 손에 넣기란 쉽지 않다.

마음에 드는 땅을 찾았다면 공인중개사나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 등을 이용해 시세나 매물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매입 직전에는 주택을 지을 수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등을 구청을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현재 건립된 협소주택 대부분이 해당 용지를 원래 건축주가 소유했거나 증여를 받은 사례가 많다.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협소주택은 상속받은 땅 74㎡에 지어졌다. 설계비와 부대비용을 포함해 건축비가 1억9000만원 들었다.

고려대 인근 땅값이 평당 81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주택의 땅값은 약 1억8000만원이다. 여기에 건축비를 합하면 총 3억7000만원이다. 총면적 98㎡를 인근 아파트 시세로 살펴보면 4억4000만원선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전세보다는 비싸다.

지난 2013년 서울 중랑구 묵동에 들어선 협소주택 역시 60.90㎡ 대지가 건축주 부모가 소유하던 땅으로 1억8000만원의 건축비가 들어갔다. 당시 땅값인 평당 500만원으로 계산하면 총면적 99㎡에 2억8000만원이 투입된 것. 이는 인근 59㎡ 아파트 매맷값 수준이다.

하월곡동 협소주택 내부. /사진제공=AAPA건축사무소
하월곡동 협소주택 내부. /사진제공=AAPA건축사무소

◆서울시, 2%대 융자 지원

올해 초 페이스북 등 SNS를 타고 서울 용산구 후암동 35㎡ 크기의 좁은 땅에 지어진 4층짜리 주택이 세간의 이목을 끌자 지난 4월 서울시에선 건물주 스스로 리모델링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저층 주거지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전면 철거 후 아파트를 짓는 대규모 재개발 방식이 아닌 후암동 협소주택과 같이 옛 도심의 길과 지형을 바꾸지 않고도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시가 지향하던 도시재생의 정책 방향과 꼭 맞아떨어졌다.

시에 따르면 주거지는 모두 313㎢로 이중 아파트와 도로, 공원 및 뉴타운·재개발 구역을 제외한 저층 주거지역(4층 이하)은 111㎢이며 저층 주거지역의 72%가 준공 연식이 20년 넘는 노후 주택이다.

이에 따라 시에선 4층 이하 주택을 새로 짓거나 개축할 때 최대 9000만원을 2%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개별 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포털시스템을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이다.

협소주택을 통해 저렴하게 내집 마련을 이루려다가 통상 3억~4억원의 투자비용 부담에 포기하는 무주택 서민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다만 투자 목적으로 매입하는 외지인의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이와 관련 "부작용이 발생하면 정책을 보완하겠다"면서 "앞으로 저층 주거지 전체에 대한 개별 주택개량의 공공 지원과 지역 맞춤형 주거지재생을 병행해 함께 누리는 삶터로 만들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주차공간 규제 등 활성화 걸림돌

현재 전체 주택유형 중 협소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전문성을 갖춘 업체가 적다는 점과 대부분 토목공사나 정화조, 지하수 개발과 같은 기초 기반 시설비는 건축주가 따로 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입주 후 하자보수 처리도 애매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계약서에 하자보수 기간과 방법, 하자의 종류, 비용처리 등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시공비 일부를 내는 방식의 '하자이행보증보험증권'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보안에 취약하다는 단점은 보안업체를 고용하는 방법이나 범죄예방환경설계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땅을 고를 때부터 인근 공영주차장을 물색해 협소한 주차공간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현재 협소주택에는 단독주택과 같은 규제가 적용돼 관련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 주차장법에 따라 협소주택이 반드시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점 등은 협소주택 활성화에 걸림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동규
성동규 dongkur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위크>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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